여인들의 눈으로 본 예수

여인들의 눈으로 본 예수

레베카 맥클러플린 | 김은홍 역 | 죠이북스 | 212쪽 | 14,000원

우리는 어떤 사건을 대할 때 이미 형성된 시각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은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일 때도 작동합니다. 관점이란 것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품이 넓지 못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문제는 이미 형성된 관점이 합리적이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힘의 논리는 객관적 설명이나 마음 담은 요청이 아니라,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강요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상황에 많이 직면합니다. 그저 힘(나이나 직위 등)이 더 있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은 무시당합니다. 제대로 된 기회조차 얻기 힘듭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적습니다. 반면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은 말할 기회를 얻습니다. 자신의 상황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성경에서도 마치 힘의 논리가 작동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당대 문화와 가치관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존 제도 자체를 옹호하는 듯 보일 때도 있습니다. 여성, 장애인, 노예들은 성경에서도 여전히 약자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강한 자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다른 차원에서 약한 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태도와 가르침입니다. 또한 그 예수를 따랐던 여성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입니다.

마리아와 마르다와 함께 계신 그리스도 얀 반 케셀
▲얀 반 케셀(Jan van Kessel)의 ‘마리아와 마르다와 함께 계신 그리스도(Christus bei Maria und Martha)’. ⓒWikimedia Commons
『여인들의 눈으로 본 예수(Jesus through the Eyes of Women)』의 저자 레베카 맥클러플린(Rebecca McLaughlin)은 복음서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 제자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니, 여성 제자들의 눈으로 본 예수님을 말합니다. 저자는 과감하게 복음서는 ‘마리아들의 복음서, 여인들의 복음서’라고 주장합니다.

마치 우리는 그러한 복음서 읽기가 현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이라 일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는 모든 사람을 제자로 환대하는 분이라 강조합니다. 특히 낮은 자를 높이시는 예수는 당대에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높이셨음을 역설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예수를 따랐던 여인들의 모습입니다. 배척당하고 소외받았던 여인들이지만, 예수님은 그녀들을 이야기 중앙에 배치합니다. 부활의 예수를 처음으로 보았고 증언했던 여인들의 활약상은 복음서의 마지막에만 있지 않습니다.

저자는 복음서 곳곳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여성 제자들의 눈을 통해 예수를 바라봅니다. 마태와 마가, 누가와 요한은 각각 다른 관점으로 여성을 대합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진실은 복음서가 예수께서 사랑하신 여인들의 복음서라는 것입니다.

많은 여인들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신 예수의 발자취를 좇았습니다. 죽음과 장사의 순간, 부활의 순간에 그 자리를 지킨 사람은 여인들입니다. 남성 제자들이 자취를 감추는 순간에 말입니다. 병을 치유받은 많은 여인들, 겸손한 믿음을 보였던 이방 여인, 놀라운 찬양으로 영광을 돌리는 마리아와 엘리사벳, 안나….

이렇듯 복음서 자체에서 여인들의 이야기를 뺀다면, 복음서의 전체 서사는 사라져 버립니다. 핵심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여성 제자들입니다. 더하여 우리는 여성들의 눈으로 예수를 바라봅니다. 우리를 채우시고 치유하며, 회복하시는 예수를 말입니다. 우리를 꽉 끌어안으시고 눈물 흘리시며 위로하는 그분을 만납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