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설계 과학 아니라는 주장, 철학 소홀히 한 오류
종교에서 사용한다 해서 종교와 관련짓는 건 억지
지적설계, 진화론 허구성 과학적으로 많이 내놓아
신학계, 유신진화론 활동 관망만 하려는 자세 문제

지적설계연구회 22회 심포지움
▲과거 심포지엄이 진행되던 모습. ⓒ크투 DB

제28회 지적설계연구회 심포지움이 지난 8월 27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지적설계연구원 김원형 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가 ‘생명 기원과 지적설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오해: 과학·철학·종교 관점에서’를 발표했다.

김원형 박사는 “‘지적설계는 과학이 아니고, 진화론은 과학이다’는 개념은 잘못됐다. 이는 철학을 소홀히 하고 과학적 활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 나타나는 오류”라며 “지적설계는 과학적 활동이지, 종교적 활동과 전혀 무관하다. 종교에서 지적설계를 사용한다 해서 특정종교 활동으로 관련시키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먼저 철학과 과학의 관계, 그리고 진화론의 과학적 속성에 대해 “근대 이후 과학이 나타나기 전에는 철학이 과학까지 담당했다. 과학, 특히 물리학 발전은 과학혁명을 촉발시켰고, 산업혁명에도 커다란 영향을 줬다”며 “현 시점에서 코페르니쿠스와 뉴턴은 과학자이지만, 당시 시점에서는 철학자였다. 수학에 능통했던 데카르트도 지금 시점에선 과학자이자 철학자이지만, 당시엔 철학자였다. 항상 역사적 서술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당시와 현재 텍스트 해석 범위와 개념을 인지해 서로 비교 검토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물리학이 칸트에 의해 필연적 참으로 인정돼 과학은 탄탄대로로 진입했지만,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으로 또 다른 곤경에 처했다. 이전의 과학은 자연 현상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연구했으나, 다윈 이후 생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를 다루는 생물학은 2가지 속성이 있다. 하나는 유전학·세포학·세균학·생화학 등 실험과학, 하나는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진화생물학·분류계통학 등 역사과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 2가지가 분리되지 않아,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진화생물학이 물리나 화학 같은 실험과학으로 취급받아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진화론이 많은 발전을 했지만, 진화론자들은 1966년 위스타 심포지엄에서 진화론을 실험과학으로 풀어보려다 완패했다. 그 30년 후 ‘제2의 다윈’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마이어가 진화생물학을 역사과학(궁극원인의 생물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김원형 박사는 “이렇듯 역사과학의 필요성은 1966년 심포지엄에서 발견된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진화론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그러나 에른스트 마이어가 먼저 이러한 제안을 하기 전, 철학계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생명 현상에서 기원에 속하는 진화생물학은 실험과학과 다른 과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역사과학과 실험과학을 다른 기준으로 비평해야 하는 이유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알 수 있다. 실험과학은 필연적(항상) 참인 명제이지만, 역사과학은 우연적(항상 참은 아님) 참인 명제이기 때문”이라며 “각기 다른 명제의 속성을 같은 속성으로 비평한다면, 오류가 날 수 있다”며 “진화생물학은 ‘종의 기원 매커니즘’이 진화론이라고 주장하려면, 역사적 서술 과정이 매우 논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각 종의 실험과학적 내용은 참이지만 종과 종 사이로 넘어가는 진화 과정은 실험과학적 내용과 상관이 없다. 각 종의 실험과학적 내용이 진화 과정과 연결되는 논리적 상관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적설계는 철저히 과학적 내용을 준수하기 때문에, 만약 복잡한 생명의 기원이 진화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면, 지적설계는 진화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다. 다윈도 ‘진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관이 존재한다면 내 이론을 포기하겠다’며 <종의 기원>에서 유사한 내용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그는 ‘내 이론이 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이처럼 다윈은 우연적 참을 필연적 참이라고 하는 또 다른 오류를 범했는데, 이것은 자연주의 세계관의 속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적설계
▲김원형 박사의 온라인 발표 모습. ⓒ연구회

종교적 속성에 대해서는 “종교의 특성을 정의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가장 간단히 설명하자면 창시자, 경전, 사후세계 설명, 절대권, 케리그마적 속성 등 5가지 속성이 있다. 그 중 고등종교와 원시종교를 포함해 인정할 만한 하나는 ‘케리그마’”라며 “이는 간단히 말해 ‘해라, 하지 마라’는 선포적 속성”이라고 전제했다.

김원형 박사는 “케리그마적 속성으로 지적설계와 진화론을 비교한다면, 오히려 종교적 요소는 진화론이 갖고 있다”며 “진화론은 역사적 서술에서 해당 종의 실험생물학 내용만을 제시한다. 그러한 내용은 당연히 필연적 참인데, 이를 장황하게 설명하다 갑자기 도약해서 진화론은 과학이라고 선포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그러면 청중은 우연적 참 성격인 진화론을 필연적 참으로 잘못 인식한다. 이는 진화생물학의 이중성”이라며 “상황에 따라 실험생물학과 역사과학 내용을 적절히 사용해 진화론을 항상 참으로 만드는 것이다. 진화론은 항상 참이므로, 종교적 특성인 절대적이라는 속성도 있다. 이는 역사과학이 필연적 참이라는 또 다른 오류를 만들므로,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고 우려했다.

지적설계에 대해선 “아이러니하게도 지적설계를 종교라고 보는 이유는 <지적설계>라는 책 내용 때문이다. 원래 지적설계의 텍스트는 <설계추론(Design Inference)>이었는데, 책 내용이 모두 수학적이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워, 저자 뎀스키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적설계>를 풀어 쓴 것”이라며 “이 책에서는 지적설계가 신학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도 제시했다. 이 책 총 8장 중 두 장만 지적설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고, 나머지 여섯 장은 신학에 어떻게 지적설계를 적용할 수 있는가를 다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책 부제목도 함께 번역해 책 표지에 실었다면 그러한 오해의 소지가 줄었을 것이다. 원래 제목은 <지적설계: 과학과 신학 사이의 가교(Intelligent Design: The Bridge Between Science and Theology)>라며 “그러나 지적설계는 종교적 속성 중 어디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오히려 진화론이 케리그마적 성격이 강해 종교적이다. 기독교에서 지적설계를 많이 사용한다 해서, 지적설계가 기독교 창조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 “책 <종교전쟁>에서 지적설계론은 사이비 과학이라고 하는데, 지적설계를 역사과학이 아닌 실험과학으로 인지한 데서 오는 오류”라며 “우연적 명제의 속성을 가진 지적설계는 역사적 과학 활동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사이비 과학’이라는 평가는 무효 사유다. 더구나 학문 비평에 있어 ‘사이비’라는 속어 표현은 매우 무례하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김원형 박사는 “우리가 생명의 기원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생명과 자연의 모든 현상에서 자연만 유일한 실재라 생각하고 해석하려는 자연주의 세계관 때문”이라며 “자연주의 세계관은 과학의 발전을 이끌지만, 윤리적 측면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별다를 것 없다는 생각으로 폭주할 수 있다. 윤리적 타락은 문명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전쟁을 일으킨 독일 히틀러는 <종의 기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지적설계
▲지적설계연구회 온라인 심포지움 모습. ⓒ연구회

김 박사는 “이렇듯 자연주의 세계관의 정점은 진화론이다. 그러나 오늘날 학문적으로 과학과 신학은 완전히 구분돼, 신학의 기준으로 과학을 비평하는 것은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며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과학적 이론은 지적설계뿐이다. 자연주의 세계관의 윤리적 측면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신학적 윤리이나, 오히려 신학에서는 유신진화론이 더 활동적”이라고 했다.

그는 “지적설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단히 자연주의 세계관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적설계는 생명의 기원에 대해 진화론의 무용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면서 나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연주의 세계관의 문제점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 과정은 심판의 역사로 귀결됐고, 이는 성경에도 많이 언급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국 유신진화론은 생명이 기원에 관해 진화론 이론과 같다. 이는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 외관상 양이지만 언제든지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유신진화론은 나름의 노력으로 진화론을 신학에 접목시켜, 진화론이 신학에서 활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적설계가 진화론이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음에도, 진화론이 신학에서 활개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라며 “진화론의 윤리적 측면을 가장 효과 있게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신학적 윤리이고, 지적설계는 과학적으로 진화론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수많은 자료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신학에서 진화론이 유신진화론으로 활동하는 것을 관망만 하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진화론의 허구성은 철학과 과학으로도 충분히 모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철학과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대표적 학문이기에, 그 허구성과 모순점은 조금만 눈여겨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될 수 있다”며 “철학과 과학의 역사를 보면 데카르트와 칸트 이후 철학(현재 과학 포함)과 신학은 분리되는 변환점을 갖게 돼 지금에 이르렀다. 따라서 과학과 신학은 진리적 측면에서 서로 간의 비평을 삼가게 됐다. 하지만 윤리적 측면은 공통의 연구 분야라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과학에 무슨 윤리가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생명의 기원 관련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 진화론은 자연주의 세계관(이념)을 토대로 성장한 이론이므로, 윤리적 측면도 하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자연주의 세계관의 정점(頂點)은 진화론이다. 자연주의 세계관은 신학에서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는 말과 상당히 일치한다”고 했다.

이 외에 임준섭 박사(버지니아대 신경과학부)가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 세포막: 경계와 관계의 존재론적 전망’, 오지성 선임연구원(한화 로켓사업부)가 ‘폭탄먼지벌레에 적용된 로켓 기술’, 배성민 박사(경북대 철학과)가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신학적 논쟁’, 홍성욱 박사(한국천문연구원)가 ‘거주가능성, 배종발달설, 다중우주, 그리고 지적설계’, 연구회 회장 이승엽 교수(서강대)가 ‘지적설계 동향 및 심포지움 정리’ 등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