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리더를 만나다(上)
‘낫씽 베터’(Nothing Better) ‘유 아 마이 레이디’(You are my lady) ‘그 애(愛)’ ‘왜 이제야 왔니’ 등의 곡을 통해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랑받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리더 정엽. 그는 지난 2010년, 정상급 뮤지션들이 참여한 앨범 ‘아이엠 멜로디’(i am Melody)에서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곡을 피처링 했다. 그 후 약 10년. 정엽은 최근 직접 작사 작곡한 CCM ‘날 지켜온’을 발매했다.
“나의 사랑은 변함없네
너의 모습이 어떠할지라도…
이제서야 깨달아요
나를 향한 그 사랑을”
(‘날 지켜온’ 가사 中)
최근 종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정엽은 이번 앨범 작업엔 그저 ‘좋은 취지’에 공감해 가스펠 앨범에 참여했던 과거와는 다른 마음으로 임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으로 하나님의 시선과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직접 담았다고.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에 대한 우리들의 응답을 담고자 했다고 한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다.
-약 10년 전 ‘아이엠 멜로디’(i am Melody)에 참여하셨다가 오랜만에 CCM 앨범을 내셨네요.
“당시엔 하나님을 잘 몰랐어요. 오래전 친한 동생을 따라서 작은 교회를 갔었는데, 그곳에 계신 목사님이 참 좋은 분이었어요. 그런데 희귀 암으로 돌아가셔서 그때부터 ‘하나님이 안 계신다’는 생각을 했고, 교회를 안 다니게 됐죠. 그러던 중에 ‘아이엠 멜로디’를 부탁을 받았는데, 좋은 취지였기 때문에 참여를 했어요. 그치만 하나님을 알고 부른 것은 아니었고요. 방황을 많이 했고, 하나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적도 없었는데, 사실 제가 믿음을 갖게 된 지 불과 2년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세례 받은 지는 1년쯤 됐네요. 제 진짜 처음 고백은 지금 나온 노래인 거죠.”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분들에게서 "교회를 가보자"는 권유를 받은 적은 없었나요?
“교회를 계속 다니는, 모태 신앙인 멤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멤버도 있어요. 그들 중에서 나얼이 권유를 많이 했었죠. 그렇지만 결국 본인에게 계기가 없으면, 교회를 가고 크리스천이 되고 믿음을 갖게 된다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이젠 저도 주위에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은혜가 있길 너무 원하지만, 전도가 어렵다는 게 너무 답답하네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최고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같이 맛보게 하고 싶은데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는 거예요. 급하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면 자칫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하게 되고요.
오죽했으면 제가 노래를 냈을까 싶어요. 주변에서 놀라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이런 직접적인 가사를 써서 노래할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반문하는 친구도 있고, 그래서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굳이 숨겨야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자랑해야 하고 선포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주저 없이 한 것 같아요.”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자신의 신앙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으셨을 거 같은데요.
“고민을 안한 건 아니었는데요. 작년 초부터 개인적인 고백을 담은 가스펠 한 곡을 발표하려는 목표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늦어진 거예요. 사비로 제작을 했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어쩌다 보니 ‘날 지켜온’이 생일에 맞춰 발매되는 일도 있었지만, 그 또한 감사하고, 남다른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이번 앨범을 목사님과 함께 작업하셨다는데, 어떤 부분을 고민하셨나요?
“고형욱 목사님이라는 분이예요. 노래를 만들기도 전에 가사를 같이 써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제 개인적인 고백이기보다 많은 사람들의 고백이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죠. 또 ‘생각났을 때 이야기를 해야 꼭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처음엔 거절하시다가 허락을 해주셨어요. 만나서 쓰기도 하고 각자 집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즐겁게 오랜 시간 걸쳐서 가사를 썼어요.”
-1절이 ‘하나님의 시선’이고 2절이 ‘우리의 고백’이라고 곡을 설명하셨는데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원래는 ‘우리의 고백’을 노래하려 했는데, 가사를 쓸 당시 목사님께서 ‘시편’을 읽어보면 좋겠다고 하셨죠. 도서관에서 화장실도 안 가고 내리 5시간 동안 시편을 읽었어요. 그때는 머릿 속에 잘들어오지 않았고, 그 후 목사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집에서 ‘하나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해주시고, 거기에 응답하는 구성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목사님과 구성을 잘 짜 맞추었죠.”
-앨범 재킷에 있는 이사야서 43장 4절 말씀은 직접 쓰신 건가요?
“저희 카페 바닥에 제가 쓴 건데요. 저희 카페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사이사이에 무지개가 잘 들어오거든요. 개인적으로 무지개를 좋아해요. 무지개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언약의 표시’잖아요? 문득 카페 바닥에 무지개가 들어왔는데, 매직펜으로 성경 구절을 써서 재킷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일 낮에 무지개가 들어올 때를 기다렸다가 여러 번 썼고, 그 순간 카메라로 찍어서 앨범 재킷을 만들었죠.”
-앞으로 공연 등에서 ‘날 지켜온’을 부를 계획이 있으신가요?
“교회에서 부를 일은 있겠지만 대중 앞에서 부르긴 쉽지 않겠죠. 상식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노방전도는 괜찮지만, 굳이 조용한 장소에 가서 크게 선포하는… 그런 것이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인 공연에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말이예요. 그보다는 제가 잘 살고 똑바로 살면 궁금해하겠죠. 그러기를 엄청 바라요. 모범이 됐으면 좋겠고, 그러길 바랄 뿐이예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