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불안으로 인한 두려운 감정, 현대인의 질병 ‘공포증’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공포증’ [1] 공포증이란 무엇인가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장 공포증이란 무엇인가

최근 공포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공포증은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포감은 누구에게나 쉽게 유발되는 현상이던 것이 이제는 질병의 하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공포증은 점차 더욱 두렵고 놀라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공포감은 예전에는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병리적인 측면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공포증에는 다양한 증상이 있고, 그 유발시키는 매체나 수단도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 공포증의 이해

일반적으로 심리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공포증은 우리 삶의 도처에 퍼져 있다. 개인은 누구든 또는 어떤 경우든 공포감이 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공포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다양하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런 공포증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1) 공포증의 정의

공포증(phobia)은 두렵고 무서운 감정의 병리적 증상이다. 공포증은 대상에 대해 병적으로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느끼는 증세이다. 이 공포증은 어떤 사물이나 행동 또는 상황에 의해 일어나는 극심한 불안을 기초로 한다. 이 극심한 불안은 막연한 불안의 상태를 넘어 비교적 심한 정도로 지속적이면서 비합리적인 공포감을 유발하는 편이다.

공포증이란 용어는 고대 희랍신화에서 적을 놀라게 하던 전쟁의 신인 포보스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공포와 심한 불안을 유발한다는 뜻으로 ‘과장된 혹은 무력화시키는 공포’이다. 역사적으로 공포증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3세기 철학자들이 기술한 악마공포증, 신(神) 공포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후 19세기에 이르러 정신과학 문헌에 공포증이 등장하였고, 이러한 의미는 최근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이런 공포증은 사실상 자신의 통제 밖에 있거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기에 현실성이 없는 종류의 공포를 주된 증상으로 하면서 합리적이지도 않는 특징을 갖는다. 더욱이 이런 공포증은 그 유형이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구세대의 새로운 과제는 컴퓨터에 대한 공포증이라고들 말한다. 그런가 하면 병원의 정신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증세는 사람에 대한 공포증이라고들 말한다.

그리고 좁은 공간에 가면 두려운 사람, 사람이 많은 넓은 공간에 가면 두려운 사람,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두려운 사람, 물을 보면 무서운 사람, 개를 보고도 무서운 사람, 이성(異性)을 만나면 두려운 사람,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두려운 사람, 사람 앞에 서서 발표를 하거나 말을 하라고 하면 두려운 사람 등 실로 다양하다. 우리는 이런 공포증에 대하여 고찰해 나가면서 공포증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2) 공포증의 발생

공포증은 대개 공포감으로 이루어지는 증상이다. 공포증은 공포감이 발전되어 집약된 상태로 설명이 가능한 점에서다. 이런 공포감은 한 마디로 강한 불안으로 느껴지는 두려운 감정이다. 이 공포감은 그것을 직면하는 사람에게 어떤 특수한 물건, 행동, 또는 상황에 대하여 지속적이고 비합리적이며, 강한 불안감을 갖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공포감의 본질적인 양상은 사물, 행동 또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강박적인 욕구로 나타난다. 공포감은 이상하게도 그것을 피하고자 하거나 모면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경험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공포감을 두려워하는 환자는 그것이 정도에 지나치고 비합리적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당한 고충이 되고 사회기능에 지장을 주는 정도라면 정신장애로 간주된다. 이런 특성은 공포증이 불안장애의 일종임을 시사한다. 다만 그것은 불안을 유발시키는 원인에서 차이가 있는데, 불안증은 불안을 유발시키는 대상이 없는 반면, 공포증은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불안증은 막연히 불안해지는 심리적 상태인 반면, 공포증은 불안을 유발시키는 특정한 대상에 의해 일어난다.

3) 공포증과 불안증의 차이

공포증은 불안증과 비교하면 쉬워진다. 둘의 차이는 그 대상에 있다. 실제로 공포증은 불안을 유발시키는 특정한 대상이 있는 반면, 불안증은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불안증은 불안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것이 공포증과 다르다.

불안증은 전반적 불안장애와 같이 불안(anxiety)이 현저한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공포증에서 두려워하고 있는 대상이나 상황에 직면하여 경험되는 공포증을 극복할 때 일어나는 불안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강박증에서 그들의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에 저항할 때 경험되는 불안으로, 나타나는 증상도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불안은 인구의 2-4% 정도가 어느 한때에 불안증에 걸리게 된다. 여기에는 공황장애, 공포장애 그리고 강박장애는 일반 대중보다 장애를 갖는 환자의 가족 중에 더욱 유발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는 불안감을 유발시키는 사물, 행동 또는 상황이 실제적인 위험성에 비추어 납득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다만 이런 공포감은 환자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여서 그다지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예를 들어 많은 환자들이 해롭지 않는 곤충이나 거미 등의 비합리적인 공포감을 갖는 경우 이것들 자체가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포와 회피 행동이 환자에게 커다란 괴로움을 주고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수행에 커다란 방해가 될 때에는 공포증 진단이 내려지게 된다.

2. 공포증의 특징

공포증이 두렵고 무서운 감정의 증상이라면, 두려움과 무서움의 정서는 불안이 극심한 정도에 이른 상태이다. 이런 극심한 불안은 특정대상과 결부되지 않는 두려움을 가리키지만, 이것이 특정대상에 결부되었을 때의 두려운 감정은 공포라고 했다. 그리고 불안은 환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나 신경질환의 증세로서 나타나며, 때로는 혈관, 운동신경 및 내장의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앞에서 우리는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포증을 예로 들었다. 여기서 다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사람을 만나면 얼굴이 붉어져 만나기를 꺼리는 적면공포증(赤面恐怖症), 끝이 뾰족한 것에 대한 선단공포증(先端恐怖症), 성병에 걸리지 않았나 하는 성병공포증,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 이성공포증(異性恐怖症), 밀실공포증(密室恐怖症), 특정동물에 대한 동물공포증 등 대상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공포증의 특징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공포적인 반응으로서 공포증

공포감은 무엇에 대한 심리적인 반응이다. 이런 공포적인 반응은 어떤 자극으로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의 반응으로, 당사자를 두렵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 이런 공포감은 극심한 불안을 기반으로 하기에 당사자 뿐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조차 불안하고 두렵게 만든다.

이런 반응을 이해하기 위하여 저자는 어린 시절 경험을 예로 들고 싶다. 어려서 철도 다리를 건넌 적이 있다. 그때 철도 다리는 어린 우리들에게 공포의 다리였다. 지금은 몇 발짝만 건너면 될 정도이지만, 그때는 그렇게도 멀고도 긴 다리로 생각되었다. 철교를 건너는 중 우리는 금방이라도 기차가 올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난다. 더욱이 다리를 건너다 기차가 오면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걱정하자니 다리도 떨린다.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보니 더욱 떨렸는지 모른다. 물론 이런 현상은 주변 상황과 달리 너무나 어렸기 때문에 마음을 조절하지 못한 공포 반응이었을 수 있다.

유난히 철교 건너기를 무서워하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는 다리를 건너는 데 대한 공포증(Gephyrohpobia)으로 고생하는 친구였다. 우리는 그 친구와 철길을 걷다가 갑자기 긴 강을 따라 가로지르는 철도의 다리를 만나곤 했다. 이때 친구는 다리를 건너는 것을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다리에 도착하자 친구는 몸이 굳어지고 정면을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몇 걸음을 떼더니 땀을 흘리며 나의 손을 붙잡는다. 그는 내가 다리를 건널 수 있게 이끌어 줄수록 손을 점점 더 꽉 움켜쥔다. 그는 철교와 옆에 붙은 인도교 사이의 틈을 통해 아래쪽 강을 흘끗 내려다본다. 그가 다리 한가운데 이르면 언제나 엄청난 땀, 숨이 가쁜 호흡과 두근거림, 경직된 근육과 공포에 질린 큰 눈 등 명백한 공포의 증상들에 사로잡힌다. 친구를 진정시키려 뭔가 말하려 하면 “말 시키지 마!”라고 소리친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바로 그 일, 즉 다리 건너는 일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그는 깊게 숨을 내쉬고 몸의 힘을 풀고, 꼭 쥐었던 나의 손을 놓고 좀 더 자신 있게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야?” 물으면 그는 “절반도 넘게 건넜으니 이젠 괜찮아!”라고 답하는 것이다. 그는 두려워하면서도 피하지 않고 감수하는데, 아마도 그런 두려움을 즐기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싫어하면서, 그리고 두렵다고 소리치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끝내 감당하는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그 친구를 생각하면 공포감이 그렇게 감당 못할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2) 비합리적인 특성으로서 공포증

공포증은 비합리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다만 환자들도 공포증의 불합리성을 알고 있고, 그런 모순을 인식하면서도 중단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매우 심리적이면서도 습관적인 측면이다. 그들에게는 지금까지 그렇게 행동해 온 것이 지속돼야 하고, 중단하면 더욱 불안해지는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마치 우울증 환자들이 대안적 행동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과 같고, 강박증 환자들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현상과 같다. 이처럼 그들은 새로운 행동을 실행하는 것이 낯설고 불안하여 지금까지 행동하는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우리는 당사자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려는 행동의 대응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곧바로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어도 지금까지 본인이 걸어왔던 멀고 긴 길로 돌아가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심리에는 반드시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에 익숙해진 행동에 안정감을 느끼려는 본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그런 익숙한 행동에는 그들에게 옳고 그르고 잘되고 잘못됨을 넘어서 어느 정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객관적으로 효과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안정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들에게 불합리한 생각은 안정을 위해 지속성을 요구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불합리한 생각이라 해도 계속적으로 지속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더욱 불안하므로 그런 생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동이 어둠을 무서워하는지, 어떤 사람은 토마토를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문제로 삼지 않는다. 개인은 추정된 자극과 정서적인 반응 간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토마토가 싫어” 이런 간단한 문장을 듣고, 개인은 ‘토마토’라는 채소의 투입(자극)과 ‘싫다’는 심리적 산출(반응)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한다. 만일 누군가 와서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면, 개인은 거북하게 느끼며 좋고 싫고의 문제를 너무 자세히 따져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사고의 지속성은 강박증 환자에게도 자주 일어난다. 이런 지속의 특성은 반복성으로, 일단 걱정하기 시작하면 현실성을 걱정하며, 그러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생각할수록 더욱 애착심이 생겨나 생각으로 가까워지는 결과인가 하면, 공포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믿는 환자들도 있다.

생각 속의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상이 바로 공포증 환자의 특징이다. 한 중년 남자는 백혈병 환자와 접촉하며, 백혈병을 부인과 아동에게 옮기지 않을까 하는 공포증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친구를 병문안하기 위해 병원을 들렀을 때, 그의 아버지는 백혈병에 감염되었다고 믿었다. 그의 아버지는 치과의사에게 병균을 옮겼다고 믿은 것이다. 이로써 그는 그 치과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가 의사를 다시 방문한다면, 가족들에게 치명적인 백혈병을 옮길 것이라고 100% 확신했기 때문이다.

3) 자극과 반응의 불균형으로서 공포증

공포감은 자극과 반응의 불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자극에 대하여 반응이 균형적이지 못하다는 것인데, 이는 혐오적인 자극보다는 당사자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프로이트는 인과관계의 논리가 착각과 다를 것이 없음에 주목했다. 그는 ‘자극’과 ‘반응’ 간의 연관성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무의식적 요소가 마음속에서 미치는 영향을 알려 주었다. 여기에는 불안에 대한 생리적인 반응과 심리적인 반응에서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세 가지 사항을 들 수 있다. 외부적인 자극과 반응 간의 불균형, 신체적인 증후와 정신적인 증후 간의 부조화, 그리고 신체 혹은 마음 그 자체 안에서의 내적인 부조화 등이다.

특히 외부적인 자극과 반응 간의 불균형의 현상은 위대한 문학작품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자들은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그토록 과잉반응하고 몰두했는지에 대해 토론하느라 무수한 시간을 보냈다. 햄릿의 반응은 드러난 사실들과 전혀 균형이 맞지 않았으며,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인 T. S. 엘리엇은 ‘햄릿’이 위대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균형이 잡히지 않고 이치에 맞도록 만드는 ‘객관적 상관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엇에게는 작품의 실패로 보였던 것이 프로이트에게는 무의식의 증거로 보였다. 햄릿은 경험(투입)에 비해 지나친 반응(산출)을 보이는데, 이러한 투입과 산출 간의 불균형은 정신 안에 또 다른 층이 존재하여 영향을 주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공포증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다리를 건너는 일에 죽을 정도의 노력을 들여야 할 일은 아니다. 이런 특성은 때로 무의식의 개념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능해진다. 무엇에든 간에 죽도록 무섭다면, 거기에는 또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만일 위험이 실제적인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떨어지고 수류탄이 터지는 상황이라고 상상해보자. 전쟁 중에 글을 썼던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 대해 그리 동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전쟁 중에 공습을 받고 있다면, 더군다나 부상병을 치료해 줄 시설도 없이 최전방의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얼마만큼의 스트레스를 정상으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상황참작이 중요하며, 더 비관적인 풍조에서는 더욱 철저하게 조사했을 불안반응을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것처럼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공포증은 자극에 대하여 적절한 반응이 아닌 것이며, 현실적이기보다는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현실에 충실한 반응이기보다는 무의식적인 불안에 기초한 것으로 미래적인 성향과도 일정부분 관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경험된 불안공포증을 떠올리며 그 대처를 염려하는 신경증적인 성향을 갖는 것이다.

4) 분리불안 특징으로서 공포증

공포증은 특성상 분리불안의 특징을 갖는다. 여기서의 분리불안은 사랑하는 대상과 분리되는 현상이다. 이런 분리불안을 정신분석에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하는 현상으로 이해한다. 공포증의 분리불안 관점은 다양한 견해를 수용한 것으로 시각적 변화를 시사한다. 그  10여 년 후 안나 프로이트는 런던 대공습에서 폭격을 당한 아동을 위해 보육시설을 열었다. 그녀는 아동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준 것이 폭탄이나 집의 파괴가 아니라, 부모와 떨어져 있다는 사실과 부모에 대한 걱정이었음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몸과 마음 사이에 정상적이지 않은 뭔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드는데, 마치 몸과 마음이 서로 다른 대본을 읽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가는 정당 회의에서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훌륭한 연설을 하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거나 심하게 두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마음 속에 공포는 없으나, 그의 몸에서만 모든 땀구멍으로부터 공포가 스며나올 뿐이다.

때로 부모가 아이를 놀이공원에 데려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아이는 전에 듣거나 본 적이 있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있다. 그 놀이기구는 정말 무섭다고 흥분해서 말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에게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이런 경우에 아이는 빠져나갈 수도 없는 줄에 서서 놀이기구를 타는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 공포의 신호들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는 겁이 나서 이제 놀이기구도 타기 싫고 집으로 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더욱 강하게 그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는데, 이는 두려워하면서도 그 상황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바로 분리불안이다.

때로 아이의 분리불안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여기에는 아마도 아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아빠의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 아빠는 이런 상황에서도 “바보처럼 굴지 말고 정신을 차려, 이 바보야!” 라며 아이의 귀를 잡아당기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것이 헛되지 않게, 일단 아이를 놀이기구에 타게 만든 그 아빠는 아이가 공포에 떨기는커녕 흥분과 기쁨에 소리를 지르며 반응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제로 아이는 놀이기구에서 내리자마자 “한 번 더 타도 되요?”라고 물을 수 있다. 이는 놀이기구 타는 것을 처음에는 무서워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재미도 있다는 것을 느낀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두려움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나중의 감각이 인상적으로 새겨진 경우이다.

유사하게 엄마들도 걸음마 무렵의 아기를 갑자기 방 안에 혼자 남겨 두는 경험을 한다. 이런 경우 어떤 아동은 울고 당황하지만, 어떤 아동은 엄마가 나가든 들어오든 눈치채지 못하기도 한다. 아이가 감각적으로 더욱 예민성을 보이는 아이와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엄마에 대하여 신뢰감을 많이 갖는 경우와 분리불안을 더욱 느끼는 아이의 차이이지만, 이런 실험에서 그 결과는 분명하게 다름이 밝혀졌다. 서로 다른 상황의 아이들의 맥박의 수, 아드레날린과 코티졸 수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모든 아이들은 엄마가 아이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표현과는 달리 분리불안의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3. 정리: 불안한 정도가 심하면 생기는 공포증

지금까지 우리는 공포증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기술했다. 최근에 공포증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안이 정도를 넘어 두렵기까지 한 심리적 상태가 일종의 질병으로 진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포증은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포증은 특정인에게만 경험되거나 발생되는 증상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에게 쉽게 유발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현대의 질병이다.

더욱이 공포증은 점차 두렵고 놀라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런 공포감은 예전에는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병리적인 측면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공포증에도 다양한 증상이 있고, 그 유발시키는 매체나 수단도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공포증을 이해하기 위하여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서 공포증의 이해와 특징으로 구분하여 다루어야 했다. 앞으로 이런 공포증에 대하여 기술하면서 우리는 공포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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