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54)가 우리나라 작가로는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최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각) 한강 작가를 올해 수상자로 호명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故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 수상 자체도 지난 2012년 중국 작가인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문학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 산문(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이라고 전했다.
노벨문학상 위원회 매츠 말름 종신위원장은 1시간 전 수상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한강 씨가 “다른 날처럼 보낸 뒤 아들과 저녁식사를 마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9세에 가족과 서울로 이주했고, 아버지가 유명한 소설가(한승원)로 문학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음악과 예술에도 재능을 보였고, 이는 그녀의 문학 작품들에 반영돼 있다.
한강 작가는 풍문여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샘터’에서 근무하다 1993년 잡지 문학과사회(Literature and Society)를 통해 시인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고, 2년 만에 단편집 ‘여수의 사랑(‘Love of Yeosu)’을 펴내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한림원은 2007년 발표한 한강 작가의 대표적인 소설 <채식주의자(Vegetarian)>에 주목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소설은 주인공 영혜(Yeong-hye)가 육식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면서 겪는 폭력적 결과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한림원은 이에 대해 “고통의 이중적 노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대응시키는 동양적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또 “한강 작가는 모든 작품에서 인간 삶의 취약성을 폭로한다”며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는 이 외에도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 <흰> 등의 소설과 함께, 시집과 동화책도 펴낸 적이 있다. 앞서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소설문학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보문고와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는 접속이 폭주했고, 중고서점에서도 한강 작가의 모든 작품들이 금세 소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