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남자아이들 반 맡은 여선생님, ‘이것’ 공부했더니 대화가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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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39] 아이들 마음을 여는 법 (5)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 골라야
내 이야기만 하려 하니 어려워져
아이들 시각에서 생각하고 봐야
모르면 공부해서라도 소통 노력

▲토트넘과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 예고 썸네일. ⓒSPOTV

▲토트넘과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 예고 썸네일. ⓒSPOTV

한번은 선생님 한 분이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목사님은 아이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어떻게 아이들과 대화하시나요? 세대 차이 나지 않으세요?”

그 선생님이 필자에게 질문을 했던 이유는, 필자가 아이들과 대화를 잘 하고 아이들이 필자를 따르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 보세요. 그리고 그 주제를 공부해 보세요. 나중에 아이들이 선생님과 대화할 때 눈빛이 달라질 거예요.”

만약 당신이 아이들과의 대화를 주도해 나가고 싶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예를 들어 보겠다.

예를 들어, 여선생님 한 분이 새롭게 반을 맡았다. 그런데 그 반에는 남자아이들만 모여 있었다. 여선생님은 지금까지 남자아이들만 모여 있는 반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염려로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새 학기 첫 예배 때 반 모임을 하는데 남자아이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었다. 선생님은 어떻게든 아이들과 말문을 트기 위해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이야기도 했지만, 어색한 상황이 이어졌다.

선생님은 새 학기 첫날부터 진이 빠져 버렸다. 남자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남학생 한 명이 선생님을 너무 힘들게 했는데, 그 남학생은 초등학교 때까지 열심히 교회를 다니다 중학교에 올라가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었다.

선생님은 앞으로 남자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특히 그 남학생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염려와 걱정으로 가득했다. 이럴 때 우리는 선생님께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다음 주, 선생님이 공과공부를 마치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 문제의 남학생과 반 친구들이 함께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다.

학생1: 야, 오늘 토트넘이랑 아스날 경기 볼 거야?
학생2: 당연하지, 오늘 토트넘이 아스날 무조건 이길 거니까 두고 봐라.
학생3: 닭트넘(토트넘 놀리는 말)이 어떻게 아스날을 이겨!
학생4: 내기 할래? 아이스크림 콜?
학생5: 콜, 다음 주에 보자!

선생님은 처음에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알아 보니, 아이들이 하던 건 바로 축구 이야기였다. 그날 저녁에 토트넘과 아스날이 축구 시합을 하는데, 아이들이 상당히 관심 있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은 자기 아들에게 물어가면서 한 주 동안 토트넘과 아스날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토트넘과 아스날에서 뛰는 축구 선수가 누구인지, 왜 아이들이 축구에 열광하는지 공부했다. 그리고 다음 주가 되었을 때 공과공부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얘들아, 너희들 저번 주에 토트넘이랑 아스날 경기하는 거 봤니? 토트넘이 2:1로 이겼던데, 너희는 누구 편이니?”

아이들은 선생님이 전하는 축구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러고는 입을 꾹 닫고 있던 남학생들에게서 축구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특히 그 중 문제의 남학생은 선생님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축구의 ‘축’ 자도 모르게 생긴 선생님이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토트넘을 알고 있는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그 여선생님은 문제의 남학생을 비롯해 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일을 통해 여선생님이 가장 많이 놀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이야기를 꺼낸 것뿐이었는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지금까지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어떤 식으로 했는지 이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은 “한 주 동안 잘 지냈니?”였다. 그 뒤로는 더 이상 아이들과의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대화를 깊게 하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알려 하지 않았다. 다만 주일예배 때 만나는 그 시간에만 열심히 하려 했다. 아이들이 설교 때 들었던 말씀을 나름 잘 정리해서 공과공부 시간에 잘 전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을 바른 길로 잘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왜 청소년과 대화하기 어려운 줄 아는가? 이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판단하려 해선 안 된다. 내 시각이 아닌 아이들의 시각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직접 아이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것이다.

내가 맡은 아이가 진로에 관심이 많으면, 진로에 관련해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특정 연예인에 대해 관심이 많으면, 그 연예인에 대해 공부하면 된다. 아이가 게임에 관심이 많으면, 그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공부하면 된다.

필자는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꼭 물어본다. 만약 필자가 아는 내용이면 함께 이야기하고, 모르는 내용이면 다음에 꼭 공부해 온다. 얼마 전 남학생 한 명을 심방했는데, 그 남학생은 평소 일본어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필자는 그 남학생을 아침에 학교로 데려다 주면서, 그와 일본어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필자는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지만, 그 남학생의 관심이 일본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에 관련해서 질문했다. 그 남학생은 평소에 낯을 많이 가려 말을 잘 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 주제가 나오니 먼저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필자는 그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한 번씩 일본어에 관련된 질문을 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 나중에는 그 남학생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앞으로 진로에 관한 계획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남학생과 필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생겼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면, 아이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맡고 있는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 공부해 보자. 그리고 그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자. 그럼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김맥 목사

초량교회 교구담당 및 고등부 담당 주일학교 디렉터
청소년 매일성경 집필자

저서 <얘들아! 하나님 감성이 뭔지 아니?>
<하나님! 저도 쓰임 받을 수 있나요?>
<교사는 공감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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