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이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겨냥한 테러 모의에 연루된 용의자 7명을 구금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경찰은 자카르타 인근 도시인 보고르, 베카시, 서수마트라 주, 방카블리퉁 제도에서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용의자 대부분 9월 2일과 3일에 체포됐으며, 이들의 집을 수색한 결과 활과 화살, 드론, 그리고 IS(ISIS 또는 ISIL로 알려진) 선전물 등이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경찰 대테러 부대 ‘디태치먼트-88’에 따르면, 용의자들의 이니셜은 HFP, LB, DF, FA, HS, ER, RS다.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며, 이들이 서로 알았거나 같은 테러 조직의 일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디태치먼트-88 대변인인 아스윈 시르가는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용의자 중 한 명은 2019년 인도네시아의 전 국가안보장관 위란토를 공격한 무장단체 소속”이라고 밝혔다.
위란토는 2019년 10월 서부자바를 방문했을 당시 배를 두 차례 칼로 찔리는 공격을 당했다. 가해자 두 명은 IS와 연계된 테러단체 ‘자마 안샤루트 디올라’(Jamaah Ansharut Daulah)의 조직원이었으며, 이들 부부는 IS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시르가 대변인은 테러 조직이 “교황이 동남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사원인 자카르타의 ‘이스티클랄 모스크’(Istiqlal mosque)를 방문한 것”에 분노했으며, 교황의 방문 생중계 중 이슬람 기도 방송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만을 품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텔레비전 방송국들은 교황 방문 생중계 동안 이슬람 기도 방송을 자막으로 대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역을 12일간 순방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이는 프란치스코가 교황에 선출된 이후 45번째 해외 순방이며, 역대 가장 긴 일정이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교황의 순방 목적이 기후 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을 촉구하고, 가톨릭과 이슬람의 종교 간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교황의 이번 방문을 “인도네시아가 온건한 무슬림 국가임을 보여 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이 나라는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 박해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8일 CNN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순방 기간 동안 가톨릭교회가 소외된 지역사회를 섬길 것을 강조했다. 파푸아뉴기니 방문 중에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주변부와 도시 빈곤 지역 주민들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매년 150만 명이 성별에 기반한 폭력을 겪고 있으며, 여성과 소녀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점을 언급하며, “편견과 미신으로 인해 도덕적 육체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