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서 밝혀
국가인권위 내부 견해 차이로 정상 운영 못해
특정 이념 아닌 자료‧근거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보편적 인권 추구하는 합리적 집단지성 필요해
헌법적 가치 근거한 ‘공공의’ ‘공동선’ 구현해야
작은 목소리까지 존중해 공정한 결론에 이를 것
사무실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목소리 듣겠다
국가인권위원회 제10대 안창호 위원장이 9일 취임했다. 오는 27년 9월 5일까지 3년을 임기로 활동하는 안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보편적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인권위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최근 우리 위원회를 염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내부 구성원 간 견해 차이로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합리적 집단지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서로 존중하고 다른 의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이성적으로 숙고해야 한다”며 “특정 이념이나 편향된 시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통해,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보편적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고, 헌법 가치에 근거한 공공의 의와 공동선을 구현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언급하며 “어떤 주제에 대한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주제를 둘러싼 상이한 모든 의견을 들어보고, 다양한 정신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 문제를 바라보는 모든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며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고 숙고한 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토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권위원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적과 질책, 언론의 우려와 걱정을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이을라 “과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작은 목소리까지 존중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결론에 이르도록 하자”며 “저는 사무실에만 머물지 않고 틈틈이 인권 현장을 찾아가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혜와 역량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인류의 보편적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며, 헌법 가치에 기반한 공공의 의와 공동선을 구현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취임사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격려와 질책을 보내주시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여러분! 깊은 감사와 인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청사 청결을 위해 수고하시는 환경미화원 여러분, 청사 방호를 위해 노력하시는 청원경찰과 방호원 여러분, 인권관련 업무에 헌신해주시는 사무처 직원 여러분, 그리고 지난 23년간 국가인권위원회를 튼실하게 이끌어 오신 전현직 인권위원님들과 위원장님들께, 오늘 취임식 자리를 빌려 첫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더없이 영광스럽지만, 위원장에게 부여된 소임을 다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이 저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구사회에서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수십 년 만에 이룩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의 권익실현의 요구가 높아지고, 사회 각 분야에선 갈등이 분출하고, 극단으로 대립하는 주장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세계는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AI 신기술의 발달, 초고령화 시대의 도래 등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로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환경은 가장 먼저 경제적·사회적 약자 분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생존권, 노동권, 건강권과 주거권을 위협하고 그분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분들에게 지극한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겠습니다. 그분들의 고통과 애환을 헤아릴 줄 알고, 새로이 도래할 인권문제까지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분 한분이 온 천하보다 존엄한 분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북한 이탈 주민이 크게 늘어 공동체 구성원의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분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그분들의 고통과 애환에 함께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분들은 우리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고귀한 삶을 영위하는 소중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이제 초고령화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족들에게 헌신하다가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과 자살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아울러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과 관련하여 아직 개선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또 범죄의 흉포화와 재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미흡한 제도와 관행으로 인하여 고통당하는 분들에게 어진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제도와 관행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고 행복하며, 도덕적으로 수준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원 여러분!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최근 우리 위원회를 염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습니다. 내부 구성원 간 견해 차이로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합리적 집단지성이 필요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다른 의견에 귀를 열어야 합니다. 이성적으로 숙고해야 합니다. 특정 이념이나 편향된 시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결론, 우리 사회에 가장 적확한 결론을 도출해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보편적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고, 헌법 가치에 근거한 공공의 의와 공동선을 구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주제를 둘러싼 상이한 모든 의견을 들어보고, 다양한 정신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 문제를 바라보는 모든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직 이 방법만으로 지혜를 얻는다. 인간 지성의 본질에서 볼 때 이것 이외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혜를 얻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대조하면서 자기 생각을 수정하고 완성하는 일을 의심하거나 망설여서는 안 된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저는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고 숙고한 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토론할 것입니다. 인권위원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적과 질책, 언론의 우려와 걱정을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권위가 그동안 쌓은 성과와 고쳐야 할 점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발전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원 여러분!
저는 국민을 섬기고, 여러분 한분 한분을 섬기는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저와 함께 보람찬 인권 여행을 함께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앞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숙의하고 민주적으로 토론합시다. 과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작은 목소리까지 존중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결론에 이르도록 합시다. 아울러 저는 사무실에만 머물지 않고 틈틈이 인권 현장을 찾아가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우리 모두 지혜와 역량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인류의 보편적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며, 헌법 가치에 기반한 공공의 의와 공동선을 구현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을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2024. 9. 9.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