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양측 모두 반발
호주 노동당 정부가 논쟁적인 종교차별금지법(Religious Discrimination Act)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 찬반 양측 모두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는 최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임기 동안 성차별금지법과는 다른 별도의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야당이 해당 법안에 대한 양당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더 큰 사회적 응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호주에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종교와 신앙에 관한 날선 토론이다. 난 종교 차별에 관한 당파적 토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종교 자유와 표현에 대한 더 큰 보호를 요구해 온 종교 및 신앙 단체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신실하게 신앙을 실천한다는 이유로 차별에 직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주 법률개혁위원회(Australian Law Reform Commission, 이하 ALRC)는 정부가 의뢰한 ‘종교 교육기관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성차별금지법(Sex Discrimination Act, 이하 SDA)에서 “학교 및 기타 기관에서 직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때 종교적 신념을 고려하도록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38조를 삭제하는 것 등 여러 권고안을 제시한 이후 이 주제는 더욱 철저히 다뤄지고 있다.
종교단체들은 SDA에 대한 모든 변경 사항에는 종교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는 별도의 법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별도의 법률을 시행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짐에 따라, 이들은 제안된 변경 사항에 대한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가톨릭교회 시드니 대교구의 홍보 및 참여 책임자인 모니카 두미트(Monica Doumit)는 더가톨릭위클리(The Catholic Weekly)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신념이나 활동을 근거로 한 차별로부터 보호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실망스럽지만, 제안된 법안은 다른 법률에서 종교 자유에 대한 상당한 보호 조항을 제거하는 것과 종교차별금지법을 연계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므로 총리의 발표는 이러한 보호 조치가 유지돼야 함을 의미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런 대가도 제공하지 않고 종교보호조치 폐지를 강행한다면, 종교 공동체에 대한 상당한 배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종교적 신념에 따른 면제를 없애기 위해 기존 차별금지법 개정을 요구해 온 많은 진보적 성소수자 단체는 “정부가 성소수자 교사와 학생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비판해 왔다.
시민단체인 리버티빅토리아(Liberty Victoria)는 “현행 성차별금지법에 따르면, 학교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교사를 해고하고 학생을 퇴학시킬 수 있다”며 “사회적 응집력은 성소수자들이 해고나 퇴학을 두려워하지 않고도 학교와 직장에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때에만 달성될 것”이라고 했다.
연방 야당은 자신들이 “종교 보호에 대한 양당의 합의를 추구할 의향이 없다”는 총리의 주장을 반박하며, “정부가 종교 및 신앙 단체와 협의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의 우려를 고려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를 담당하고 정부의 수석법률고문 역할을 하는 마크 드레이퍼스(Mark Dreyfus) 법무장관은 야당에 제안된 법안에 대해 세부적인 답변을 제공하라고 요청했으나, 야당의 미카엘라 캐시(Michaela Cash) 상원의원은 종교단체가 협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며 충돌했다.
캐시 상원의원은 마크 드레이퍼스 법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종교단체들은 법안 초안에 대해 한 줄 한 줄 피드백을 제공했고, 신앙을 기반으로 한 학교를 보호할 뿐 아니라 영연방 법령집에 있는 기존 조항의 초안 작성과 관련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을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연합은 초당적 합의를 통해 제공된 명확한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무시하거나 훼손할 의도가 없다. 다음 단계는 정부가 피드백을 고려해 법률을 다시 작성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