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 태아와 아이들 생명 살려내는 중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1.8만 건 출생정보 통보, 419건 위기임신 상담

▲낙태 방지를 위한 태아보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에스더기도운동 대표 이용희 교수의 모습. ⓒ크투 DB

▲낙태 방지를 위한 태아보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에스더기도운동 대표 이용희 교수의 모습. ⓒ크투 DB

임산부 A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부모님이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제안했지만, 본인이 직접 양육하려는 의지가 있어 지역상담기관을 찾아갔다. 상담원은 상담 과정에서 출산지원시설(한부모 가족복지시설) 입소를 제안하고, 해당 시설에 연결시켜 줬다.

임산부 B씨는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낙태를 고민하던 중 보호출산 제도를 알게 돼, 고민 끝에 출산해 아이 생명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숙려기간 동안 아이와 함께 보내면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고, 지역상담기관 상담원과 상의 끝에 보호출산을 철회하고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시행 한 달을 맞이한 ‘출생통보제’와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제도’를 통해, 태아의 생명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가 늘고 있다.

위 두 제도는 지난해 6월 수원 영아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 출생미등록 아동 발생을 방지하여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에 따르면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지난 한 달간 368개 의료기관에서 1만 8,364건의 출생정보를 심사평가원에 통보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600건 꼴이다.

같은 기간 전국 16개 지역상담기관에서 위기 임산부를 대상으로 419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위기 임산부 상담전화(1308)비롯해 대면 상담, 모바일 상담, 출동 상담 등이 병행됐다.

위기 임산부들은 주로 심리·정서 지지, 서비스 연계, 경제적 어려움, 보호출산 신청, 의료·건강관리 등의 상담을 요청했고, 상담 후 필요에 따라 시설 입소, 주거·양육 등 긴급 지원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위기 임산부 16명이 아동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보호출산을 신청했고, 이들 중 1명은 신청을 철회했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출생 정보를 바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이다. 7월 19일부터 출생통보제가 시행되어 의료기관은 태어난 아동의 정보를 출생 후 14일 내에 시·읍·면에 알리고 있다.

아동의 출생 정보가 시·읍·면에 통보됐음에도 출생 후 1개월 내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시·읍·면은 출생신고 의무자에게 7일 내에 아동 출생신고를 하도록 독촉한다. 이후에도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 의무자를 특정할 수 없는 등 독촉할 수 없는 경우 시·읍·면이 법원 허가를 받아 출생을 직권 등록한다.

출생통보제로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을 공적 체계에서 보호할 수 있게 됐으나, 임신과 출산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일부 임산부들은 자동 통보를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하고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제도를 함께 시행해 경제적·신체적·심리적으로 출산·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임산부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전국 16개 위기 임산부 지역상담기관을 새롭게 설치하고, 전용 상담전화 ‘1308’도 같이 개통했다. 위기 임산부는 1308번으로 연락하거나 가까운 지역상담기관을 찾아가면 어려움을 해소하고 원가정 양육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위기임산부가 원가정 양육 등을 위한 상담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보호출산을 하게 될 경우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태어난 아동은 시·군·구청장이 인도받아 보호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소개한 위기 임산부 상담·지원 사례는 위 소개된 내용 외에도 더 많다.

임산부 C씨는 갓 출산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되자, 1308 상담전화를 통해 유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아기와 산모를 안전하게 보호했다. 해당 산모는 상담 결과 직접 출생신고를 하고, 상담을 받으며 입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임산부 D씨는 임신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혼자서 고민하다 갑작스럽게 집에서 출산하게 됐다. 급하게 119를 불러 의료기관에 입원했고 의료기관에서 1308을 안내해 지역상담기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임산부 E씨는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방문해 임신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지원 도움을 요청했다. 보호출산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어 고민을 했지만, 출생신고 이후 아이 입양을 원해 보호출산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역상담기관은 임산부 주거 지원 등을 위해 출산지원시설로 연계했다.

보건복지부는 중앙상담지원기관(아동권리보장원)과 전국 16개 위기임산부 지역상담기관 간 소통체계 및 협력을 강화하고 현안 공유를 통한 제도 안착을 위해, 지난 19일 낮 12시 ‘2024년 제1회 위기임산부 지역상담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보건복지부 담당자,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16개 지역상담기관 기관장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중앙상담지원기관은 △지역상담기관 종사자 보수교육 실시 방안 △위기임산부 법률 지원 강화 방안 △민간 복지자원 발굴·연계 현황 등을 발제하고 각 지역상담기관의 의견을 청취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1차관은 “아이를 살리는 쌍둥이 제도, 출생통보제와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제도가 시행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제도 시행 전이었다면 놓쳤을 소중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 정부는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적극적으로 돕고, 천하보다 귀한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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