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점령지서 기독교 박해 심각… 소련 시절 방불”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지도자들 고문·실종·살해당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정교회 건물.  ⓒ우크라이나 SSSCIP 트위터 캡쳐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정교회 건물. ⓒ우크라이나 SSSCIP 트위터 캡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에서 기독교인들이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영국에 본부를 둔 박해 감시단체 ‘릴리스 인터내셔널’(Release International)은 최근 이에 대한 보도를 통해 “적대 행위 규모가 소련 시대의 억압을 연상시키며, 투옥·고문·살인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기독교인 설교자 에두아르트 차로프(Eduard Charov·53)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 내전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23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크라이나에 살인을 저지르러 가셨는가?”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전쟁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했던 한 지도자는 투옥됐으며, 이 같은 견해를 공유하는 교회는 철거 또는 다른 형태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멜리토폴 출신인 올레나(Olena)라는 이름의 한 기독교인 여성은 기도모임에서 한 발언으로 도네츠크에서 수감 중이다. 그녀는 8월 15일 러시아군에 대해 고의로 ‘거짓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릴리스 인터내셔널의 폴 로빈슨(Paul Robinson) 대표는 “이러한 사건들은 러시아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며 “기독교인 지도자들은 기독교적 입장을 취했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고 실종되고 살해당했다. 이는 소련 시절 기독교 박해로 돌아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노숙인 보호소를 운영하는 차로프는 이달 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최대 7년의 징역형 또는 100만 루블(약 1,475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예상된다.

그는 러시아 현지 언론인 타키예 델라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그동안 보호소를 관리하며 수감자들을 계속 도울 것이다. 어디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최근 보고서에서 “종교적 언어나 도덕적 근거를 사용해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들에 대한 국가적 보복이 놀라울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는 사실상 당국이 종교단체를 금지하고 예배 장소를 급습하며, 종교 지도자들이 실종됐다. 자포로지아 지역에서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그리스가톨릭교회를 금지하고, 우크라이나정교회, 로마가톨릭, 침례교회를 폐쇄했다. 연말에 러시아군이 구금한 여러 사제들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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