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올해 첫 장기이식 수술비 전달식
12일 뇌사자 간이식 받은 권대익 씨에 수술비 700만 원 지원
2019년 알코올성 간경변 진단, 지난해 시한부 1년 선고 받아
인생 벼랑 끝에 찾아온 뇌사자 간이식 수술로 새 생명 선물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이사장 박진탁)가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권대익 씨(62)의 간이식 수술비 중 일부인 700만 원을 지원했다.
운동본부는 올해 저소득층을 위한 각막 및 장기이식 수술비 지원 규정을 재정비하고,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지원 대상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후 첫 지원 대상자로 7월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권대익 씨가 선정됐다.
수술 후 지난 12일 기부금을 전달받기 위해 운동본부를 찾은 권 씨의 누나 권대임 씨(63)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기적을 경험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동생 권 씨가 지난해 1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기 때문.
경기도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던 중 2000년경 투자사기 피해를 입은 권 씨는 이후 부채 상환과 생계 유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해당 사건으로 부부 갈등이 심화돼 가족과도 단절된 삶을 살게 된 권 씨는 이후 잦은 음주를 하며 괴로움을 달랬다.
그러던 2019년 각혈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은 그는 알코올성 간경변을 진단받았다.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자 단주를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은 어려웠고, 지난해부터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머물렀다.
신장 172cm에 몸무게 46kg의 뼈만 남은 앙상한 몸으로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권 씨에게 간이식 수술의 기회가 찾아왔다. 24일 8시간의 수술을 통해 뇌사자의 건강한 간을 공여받은 권 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그러나 수술의 기쁨도 잠시,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던 권 씨는 2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었다. 80세가 넘은 노모와 호주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누나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권 씨의 안타까운 사정은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을 통해 운동본부에 전해졌다.
동생의 간병을 위해 한국에 잠시 머물던 누나 권대임 씨는 지난 12일 운동본부를 방문해 기부금을 전달받았다. 누나 권 씨는 “지난 1년 간 동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며 “생과 사를 오가던 동생의 눈동자에서 수술 후 전과 다른 힘이 분명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호주 건축 회사에서 일하며 오랜 기간 한국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의 생계를 책임졌던 누나 권 씨는 지난 1년간 호주와 한국을 10번이나 오가며 동생을 간호했다고 한다. 권 씨는 “동생을 보며 생명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증인의 숭고한 나눔으로 다시 태어난 동생과 함께 매일 감사하며, 멀지 않은 날에 지원받은 금액과 마음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겠다”는 뜻을 전했다.
운동본부는 지난 6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중위소득 80% 이하인 환자를 대상으로 각막 및 장기이식 수술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일정 심사를 거쳐 각막이식 수술비 300만 원 이내, 장기이식 수술비 1천만 원 이내의 실비 지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