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선교 패러다임, 초기 기독교 선교서 지혜 찾아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선교연구원,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와 선교’ 세미나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6일 오후 남서울교회(담임 화종부 목사) 신교육관에서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와 선교’라는 주제로 선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선교사 및 선교기관 관련자, 선교학 전공생, 교회 선교부 담당자, 선교 관심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홍현철 원장. ⓒ강혜진 기자 
▲홍현철 원장. ⓒ강혜진 기자 

홍현철 원장은 “불확실한 선교 환경 속에서 우리가 위치한 선교의 자리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기독교 선교 역사 가운데 변화된 패러다임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세미나를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한 담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서 한국선교가 성숙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임태순 박사. ⓒ강혜진 기자 
▲임태순 박사. ⓒ강혜진 기자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와 선교’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임태순 박사(전 GMP선교회 대표)는 그와 동일한 제목의 저서를 소개하고, 21세기 선교운동이 본질적 변화 가운데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한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여러 통찰을 제공했다.

임 박사는 “선교에 대한 고정관념과 ‘서구에서 비서구로’라는 일방통행으로서의 선교 패러다임이 무너지는 등 선교의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며 “최근 선교운동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중요해졌고, 특히 초기 기독교 선교 운동에서 선교의 본질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커지고 있다. 초기 기독교의 모습에 숨겨진 선교 패러다임에서 21세기 선교 상황을 담아낼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표적 선교역사학자인 앤드류 윌슨(Andrew Willson)은 21세기 선교 상황이 초기 기독교와 유사하고 여러 면에서 21세기 선교 패러다임은 초기 기독교 선교의 부활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서구 지역 교회들이 주도하게 될 21세기 선교는 정치적 억압, 적대감, 경제적 빈약함 속에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선교 지도자이자 아프리카 출신 학자인 라민 사네(Lamin Sanneh)는 기독교 출범 초기에 진행된 선교 운동과 문화를 넘어가며 발생한 기독교적 전환 과정을 분석하며, 이를 설명할 개념으로 ‘번역’이라는 단어를 찾았다. 이 번역 패러다임은 초기 기독교를 설명하는 틀이자 동시에 근대 선교운동을 분석하고 더 나아가 21세기 선교운동이 가야 할 방향성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임 박사는 21세기 선교 패러다임을 가늠할 수 있는 3가지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 △번역 가능한 복음 △세계기독교를 꼽았다.

1950년대 초 등장한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1960년대 이후 극단적 정치 사회적 개혁 논리로 변질됐고, 이로 인해 복음 증거와 교회 개척의 선교적 의미가 축소됐다. 이는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WCC와 분리돼 독자적 길을 가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됐으나, 이후 로잔언약은 ‘하나님의 선교’ 논리를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수용했다. 로잔언약 문안을 기초한 존 스토트는 복음 증거와 사회 참여 모두를 선교의 본질로 규정하고,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언약 안에 담아내려 했다.

임 박사는 “교회 중심의 선교 이해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 이해로 전환할 때 무엇보다 신구약 전체 성경의 가르침과 연결할 수 있다는 유익이 있다”고 했다.

‘번역 가능한 복음’에 대해서는 “번역으로서 선교는 새로운 토양에 복음이란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기를 기다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세워진 교회들은 이전 교회와 다른 정체성을 가지는 새로운 품종 기독교로 세워진다”고 했다. 또 “복음의 번역 가능성은 언어적 번역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이슬람 사역에서의 상황화 논쟁은 혼합주의나 복음의 타협 등의 이슈를 가져온다”고 했다.

‘세계기독교’와 선교 현장과 관련해서는 “세계기독교 상황은 21세기 선교운동의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비서구의 선교운동 확대와 그로 인한 선교의 무게중심 이동은 이에 맞는 새로운 선교의 패러다임을 요청하고 있다. 정치적 힘, 막대한 재정, 그리고 지적·신학적 우월성에 기초해 진행된 서구 선교 모델은 이러한 힘을 갖지 못한 비서구 교회들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선교학자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는 그의 책 ‘길의 영성’에서 바울 선교의 핵심을 ‘연약할 수 있는 용기’로 설명했는데, 이러한 가치들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선교의 구조가 필요하다” 강조했다”고 했다.

임 박사는 전문 파송선교 구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하면서, ‘길의 영성’ 또는 ‘십자가 영성의 토대 위에 기능하는 새로운 구조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구와 비서구, 부유한 국가 주도의 선교운동과 가난한 지역 출신 교회들의 선교 운동 모두를 아우르며 글로벌하게 작동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또 교회가 없는 미전도 지역의 복음 전파와 교회개척 사역을 위한 구조로 개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형태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선교적 교회론은 전 세계의 모든 교회와 그 구성원들이 주님에 의해 세상에 보내진 선교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전문 선교구조는 이들의 역할의 극대화를 지원하며 동시에 미전도지역을 향한 전문적 돌파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형진 박사.  ⓒ강혜진 기자
▲박형진 박사. ⓒ강혜진 기자

‘세계 기독교: 회고와 후견의 유리한 거점’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형진 박사(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학 교수)는 앤드류 윌슨의 “기독교 신앙은 그 본질과 역사에 있어 선교적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세계기독교 담론에 공헌한 두 선교역사학자 앤드류 윌슨과 라민 사네는 선교운동의 출발점을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이 아닌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과 성령의 강림 사건에 두고 있다”고 했다.

박 박사는 “이는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계신 성자와 성령이 각각 이 땅에 오신 선교적 사건으로 원초적 선교모델을 제공하며, 구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건이 바로 기독교 선교의 성경적 신학적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와 마지막 책인 계시록을 통해 신구약성경은 그 자체가 위대한 선교의 내러티브가 됨을 볼 수 있다”며 “아브라함에게 보여준 약속(창 12:2~3)과 사도요한에게 보여준 비전(계7:6)은 기독교 역사가 본질적으로 선교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그 결과 세계기독교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역사의 종결점 내지 완성점으로 갈수록 역사 이해에 대한 유리한 거점이 마련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점에서 오늘날 등장한 세계기독교는 역사의 회고와 후견을 통해 복음의 본질, 기독교의 본질, 선교의 본질을 파악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고, 이 질문은 예수께서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직접 물었던 질문이자 선교 역사를 관통하는 질문이자 복음의 핵심이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민족적 메시야로, 헬라인들은 로고스로, 로마인들은 주권자요 심판자로, 야만인들은 그들의 안녕과 복지를 보장해주는 왕으로 이해했다. 이토록 예수에 대한 이해의 접점은 그들에게 익숙한 전통과 필요에 의해 이뤄졌고, 이후 모든 선교 역사 속에서 똑같이 적용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윌슨은 역사를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매체로 이해했다. 윌슨이 이해한 역사적 과정에는 그리스도를 새롭게 발견하는 목표와 더 풍요로워진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있다. 또 그리스도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전에 생각지 못한 그리스도의 의미와 특성이 발견되는 것으로 이것은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번역이 곧 역사적 과정이자 세대를 가로지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그리스도가 우리의 다양한 민족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다양한 사고 형태와 삶의 체계로 더 많이 번역될수록 공통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안에서 우리 모두 풍성해진다고 볼 수 있다.

박 박사는 기독교 조망의 유리한 거점과 관련해 “어빈과 선퀴스트는 ‘세계기독교운동사’에서 20세기, 즉 세계기독교가 등장한 시기를 기독교 조망의 가장 유리한 거점으로 보았다. 이는 인구비의 변혁이 가져온 20세기야말로 진정한 세계기독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점으로 보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기독교를 단순한 승리주의적 시각, 정통주의적 시각, 확장주의적 시각이 아닌 복음의 본질과 기본 원리를 통해 나타난 다양성과 글로벌 및 로컬의 통시적 시각에서 살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 시각의 거점은 그 당시 시점이 기독교 역사 조망의 가장 유리한 거점(Vantage Point)라고 판단한 것이나 또한 그 시대적 상황이라는 한계점을 동시에 내포하는 것”이라며 “기독교 역사의 서술은 이처럼 과거의 한계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21세기의 세계기독교라는 거점에서 본 기독교에 대한 회고는 많은 후견지명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나친 교단주의 및 교리주의적 성향, 한국교회 선교가 서구의 제국주의적 선교 모델을 답습하는 모습에 대한 반성과 진지한 자신학화의 과정, 세계기독교의 정체성 인식 및 선교적 존재로서의 인식 고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강혜진 기자

한국선교연구원은 사단법인 한국해외선교회(GMF) 연구기관으로 선교지에 대한 정보 수집, 효과적인 선교전략 연구, 국내외 선교운동 동향과 이슈 분석, 지역교회를 위한 정책 자문, 선교교육 등을 통해 한국교회와 선교단체가 효과적인 세계복음화를 위한 사역을 하도록 돕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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