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 ‘뻔한 본문’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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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 열쇠는 문해력이다! 35] 쉬운 큐티의 도구 (2) 주인공 찾기

‘답정너’식 결론, 큐티에 방해
선입견, 과정 없이 정답만 남겨
수학 문제풀이처럼 ‘x’만 찾아
큐티가 주입식 성경공부 전락
탕자 아닌 모든 이들 감정이입
역지사지하면서 마음 헤아리기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 그림에만 등장인물이 4명이다. ⓒ크투 DB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 그림에만 등장인물이 4명이다. ⓒ크투 DB

지난 시간에 ‘주인공 찾기’는 ‘대입하기’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성경 본문에 나오는 등장인물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혹은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큐티할 때 연장을 사용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선입견’을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경을 대할 때 선입견이 앞선다. 설교를 오랫동안 들은 성도들은 성경 본문을 보면 수학 공식처럼 바로 떠올린다. 누구 이야기라든지, 무슨 내용이라든지, 어떻게 하라는 교훈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오히려 큐티를 방해한다. 그 순간 ‘답정너‘가 되어 큐티의 결론을 바로 내리게 되는 까닭이다. ‘순종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막상 현실에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본인의 삶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선입견은 그냥 지식에 불과하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돌아온 탕자 이야기(누가복음 15장)’가 좋은 예이다. 이 본문을 큐티하려고 하면, 성도들의 머릿속에는 ‘이 본문은 탕자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혹은 ‘탕자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알려주시는 것’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그런 선입견은 마치 파도와 같다. 관찰하고 묵상해서 적용해야 하는 과정을 모두 휩쓸어 간다. 그래서 큐티는 온데간데없고, 정해진 답만 남게 된다. 그러면 그 순간 큐티는 수학 문제풀이가 되어, 미지수 X의 값을 맞히게 된다. 큐티가 아닌 주입식 성경공부로 끝나게 된다.

그냥 큐티를 하면 탕자가 주인공이라는 선입견을 버리지 못하지만, ‘주인공 찾기’를 하면 달라진다. 등장인물들에 자신을 대입하며 공감하기 시작하는 까닭이다. ‘공감’이 주인공 찾기를 하는 이유다. 성경 인물에 공감해야, 나도 일상에서 성경인물을 닮아가거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그렇다. ‘주인공 찾기’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역지사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감은 감정이입이 아니라 역지사지다.” <공감의 반경> 저자 장대익 님의 말이다. 그래야 감정이입은 맞장구치기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역지사지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더 깊은 교제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악인이 나오면 ‘저렇게 하면 안 되지…’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 악인이 되어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묵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달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미련한 사람을 보고 ‘저렇게 하는 건 내 수준은 아니잖아!’라고 끝내서는 안 된다. 왜 저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묵상하면, 인간의 마음이 이해된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의 일상생활에 적용하게 된다.

그렇게 묵상이 깊어지면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님의 음성을 듣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될수록, 그 마음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누가복음 15장을 다시 보자. 탕자 외에도 주인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큐티를 적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 큰아들, 작은아들, 하인 모두 주인공이다. 각자 입장에서 그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그럴 때 공감이 가는 인물도 있고, 불쌍히 여겨지는 사람도 있다.일상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해 보면, ‘탕자처럼 살지 말자’ 외에도 많은 답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큐티를 하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 큰아들 입장에서 보면, 큰아들 마음이 보인다.

필자가 그랬다. 필자도 누가복음 15장을 볼 때, 탕자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큰아들에게 필자의 마음을 대입하니, 큰 아들이 공감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필자는 누가복음 15장을 묵상하며 ‘큰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다.

본문에서 내가 깨달은 아버지의 사랑은 ‘동일시’였다. 평생 당신이 살아온 방식으로 큰아들도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큰아들은 아버지에게는 본인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일상에 적용하려고 보니, 필자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그분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 부모도 내게 사랑을 베푸는 분이었다.

이렇게 ‘주인공 찾기’는 큐티를 풍성하게 한다. 본문에 대한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지사지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들의 마음에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연장이다.

▲이석현 목사.

▲이석현 목사.

이석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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