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설교, 누가 듣겠나… 들리려면 ‘이것’ 있어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설교트렌드 2025> 저자들 한목소리

▲아트설교연구원 과거 세미나 모습. ⓒ크투 DB
▲아트설교연구원 과거 세미나 모습. ⓒ크투 DB

“다음 세대에게 들리는 설교를 하지 못하면, 강단에서 내려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설교는 이유를 막론하고 들려야 한다. 설교가 들리지 않는다면, 하나님 무시이자 청중 무시다. 들리지 않으면, 청중은 더 이상 설교를 듣지 않는다.”

<설교트렌드 2025>는 아트설교연구원 김도인 목사와 그가 수년간 설교 글쓰기 공부를 함께해 온 목회자들이 함께 펴낸 결과물이다. 참여한 목회자만 이재영 목사(아트설교연구원 부대표), 석근대 목사(대구동서교회), 황상형 목사(대구동서연경교회), 허진곤 목사(무주 금평교회), 이지철 목사(구미 사랑의교회), 박명수 목사(장안동 사랑의교회), 김정준 목사 등 8명이다. 여기에 박윤성 목사(익산 기쁨의교회), 손동식 박사(거인들의 설교연구소 대표) 등 외부 전문가 2명이 가세했다.

책은 한국교회 설교의 ‘민낯’을 시작으로 들리지 않는 설교의 여러 문제점, 들리는 설교의 요건, 그리고 한국교회에 전하는 제언 등을 담고 있다. 아트설교연구원 저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과거 다른 책들과 달리, 각 챕터마다 저자를 기록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본지는 대표 저자인 아트설교연구원 원장 김도인 목사에게서 ‘들리지 않는 설교’가 ‘들리는 설교’로 바뀔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청취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집단 저술
7개월 동안 매주 온라인으로 논의
목회자들, 글쓰기 공부 가장 중요

-집단지성을 활용해 책을 펴내신 계기가 있다면.

“작년에 일반인 대상 독서 모임을 인도한 적이 있었는데, 다산 정약용 선생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산이 어떻게 유배 18년 동안 500권 가까운 책을 쓸 수 있었을까요. 바로 제자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예전부터 독서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언젠가는 함께 공부하는 아트설교연구원 회원들과 공동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2023년판부터 매년 전문 목회자들과 집필하고 있는 <목회 트렌드> 시리즈도 처음엔 함께 공부하는 회원들과 시작하려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못했죠.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다산에 대해 함께 공부하면서 ‘때가 왔구나’ 하는 하나님의 사인으로 받아들였고, 회원 8명과 저, 그리고 외부 전문가 2명까지 참여해 책을 완성했습니다.

목사님들의 목회를 위해 여러 활동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좋은 건 공부라고 생각해요. 공부 중에서도 최고의 공부는 글쓰기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자들과 1년에 2권씩, 10권 정도 함께 쓰고 싶습니다.

약 7개월 동안 매주 줌으로 모여서 논의하며 함께 썼습니다. 그 결과물이 나오니, 회원들이 참 좋아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사명이랄까,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조금 더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장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설교트렌드 2025(김도인 외 | 글과길 | 327쪽 | 18,000원).
▲설교트렌드 2025(김도인 외 | 글과길 | 327쪽 | 18,000원).

-회원들은 활동의 장이 생겨서 좋지만, 독자들이 읽을 만한 퀄리티가 보장되나요.

“처음에는 저도 회원들의 수준을 아니까, 일단 책을 내는 데 의의를 두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 정도가 아니라,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의 퀄리티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책은 처음이라 주석을 달지 않았는데, 세 권째부터는 주석 작업까지 해볼까 합니다. 그런 단계적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책이면 상당히 퀄리티가 있다고 봐요.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좋은 책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모였다가, 나중에는 1시간 앞당겨 9시에 모였어요. 1-2시간 정도는 지난 주에 썼던 분량을 서로 분석해 줍니다. 격려도 비판도 하면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논의합니다.

이 작업을 7개월, 28주 동안 거치면서 회원들이 많은 깨달음을 얻었죠.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니 계속해서 공부하기 됩니다. 1주일에 5-10권의 책을 읽습니다. 그러니 좋은 책이 나올 수밖에 없죠. 공부를 안 하던 분들이 많이 하다 보니 생각도 달라지고 통찰도 생기게 됐죠. 매주 이렇게 하기 쉽지 않아요.

회원 한 사람마다 네 챕터씩 맡았고, 한두 달에 한 챕터씩 썼어요. 서로 장점과 단점 등에 대해 한마디씩 해주면서도 자유를 보장해요. 스스로 공부할 부분을 찾아보거나 서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권해주면서 썼습니다.”

성경 안 변하지만 세상이 변해
성경 속 인물들도 시대별 다양
40년 동안 설교 얼마나 변했나
들리는 설교의 핵심 결국 논리

-설교의 ‘트렌드’라는 게 존재해야 하나요.

“목회자들은 ‘트렌드’라는 단어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는 것 같아요. 본질만 강조하면 된다고 여기죠. 최근 음악 책을 읽는데, 음악도 바로크 음악, 고전주의 음악, 낭만주의 음악 등 시대별 사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게 일종의 트렌드죠.

그런데 목사님들은 ‘성경이 안 변하니, 우리 설교도 변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죠. 그런데, 성경에서도 변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에서 이삭, 야곱, 요셉, 그리고 모세, 다윗, 솔로몬, 나중에는 예수님, 베드로, 바울까지 바뀌어요. 시대별로 트렌드가 있었던 거예요. 하나님께서 시대마다 걸맞는 사람을 세우셨죠. 베드로 시대와 바울의 시대, 베드로와 바울의 설교는 대상도 내용도 확 다르잖아요.

세상이 변한다는 건 알지만, 하나님이 변치 않으시니 설교도 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설교가 정말 바뀌지 않았을까요? 제가 신학한 지 거의 40년 돼가는데, 그때랑 비교하면 엄청 변했어요. 하지만 공부 안 하는 목사님들은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업체만 해도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사람의 변화부터 관점과 시점의 변화 등까지. 관점이 많잖아요. 목사와 설교에는 변화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많이 변했어요. 그 중 첫 번째가 ‘설교는 들려야 한다’는 명제죠.”

▲대표 저자 김도인 목사. ⓒ크투 DB
▲대표 저자 김도인 목사. ⓒ크투 DB

-지난 40년 동안 설교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요.

“처음 설교할 때는 성경을 잘 분석해 주는 것만 해도 성도들이 참 좋아했어요. 그때는 한글로 된 신학서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시간이 조금 흐르니 예화를 중시하기 시작해요. 예화를 통해 청중과 소통하기 시작한 거죠. 조금 더 지나니 사람들이 설교가 들려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과거 신학교에서 배운 것은, ‘설교=선포’였어요. 저도 처음엔 그냥 성경 구절 풀이를 잘 하면서 선포하듯 설교했는데, 점점 교인들 중 ‘배운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대학 나온 성도가 거의 없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좀 지나니 대학교 4학년 대학원 졸업생들이 나왔어요. 요즘은 대학원이 거의 기본이 됐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많죠. 듣는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으니, 전하는 사람들도 바뀌어야 했죠.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3대지 설교’를 하다, 요즘은 ‘원 포인트’를 이야기합니다.

‘에토스(ethos·성품), 파토스(pathos·감정), 로고스(logos·논리)’ 같은 수사(修辭)적 요소도 중요시하죠. 과거에는 파토스나 에토스를 중요시했는데 요즘은 로고스, 논리가 안 되면 안 된다고 하죠. 교인들 중 ‘설교에 논리가 없다’는 불평을 많이 하죠. 저도 과거엔 논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나님 말씀은 그냥 전하면 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교인들이 ‘오늘 설교의 요지가 뭐냐’고 물어요. 그러면 제가 ‘요지가 필요해요?’라고 했죠(웃음).

전에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성경을 풀어주기만 해도 ‘아멘’ 하고 좋아했는데, 이제 설교자가 먼저 소화시켜서 전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어요. 문제는 지금이 ‘이미지 시대’라는 거예요. 그에 걸맞는 설교가 필요해졌죠. 그런데 들리는 설교, 논리가 들리는 설교의 핵심은 결국 ‘논리’입니다. 그래서 제가 글쓰기의 기본 원칙을 강의하는 것이고요. 이렇듯 설교는 트렌드가 있고,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목회 종합 예술이나, 설교 필수
설교가 최고, 전부라 생각해야
논리적인 설교 목사 많지 않아
납득부터 시키고, 공감과 감동

-그럼 최근 한국교회 성도 수 감소는 설교 때문일까요.

“목회는 종합 예술이라고들 합니다. 그래도 비중이 있죠. 설교는 필수죠. 설교가 안 들어가는 곳이 있나요. 예배는 물론이고 심방도 설교, 어떤 모임이든 설교는 다 들어가죠. 그런데 들을만한 설교 내용이 없으면, 저는 ‘여기 왜 앉아 있어야 하지?’ 하고 혼자서 엄청나게 후회해요. 저만 그럴까요(웃음)?

사람은 본능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뭔가 건질 게 있어야 앉아 있겠죠. 목회자에게 다른 게 있습니까? 첫 번째가 설교잖아요. 목사와 교인들이 모이면 100번 모여도 100번 다 설교가 들어 있어요. 약식이라도 하고,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해요. 목사는 설교의 전문가죠. 목사가 설교를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따라, 교인들이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달라지죠.

예전에 목회할 때도 설교를 못하니 교인들이 교회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설교를 잘하게 되니까, 관심을 가져요. 그리고 심방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성도 몇 분께 여쭤봤죠. 왜 전에는 심방 요청을 않다가 지금은 하냐고. 그랬더니 ‘전에는 설교를 못하셨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때도 성경 잘 풀어주고 설교 잘했는데’라고 하니까, ‘그건 목사님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성도들이 교회에서 주일날 어떻게 은혜를 받고 하나님을 만나 한 주간 살아갈 힘을 얻습니까? 예배에 찬양도 있고 기도도 있지만, 중심은 설교잖아요. 그러니 목사는 설교가 최고이자 전부라고 생각해야죠. 사실 대형교회 목사들 중에 설교 못하는 목사 없어요. 비교해 보면 다 잘해요. 논리도 좋고 잘합니다. 그런 차이가 있어요. 설교가 목회의 전부라고 보진 않지만, 그런 마인드는 필요합니다.”

▲아트설교연구원 과거 세미나 모습. ⓒ크투 DB
▲아트설교연구원 과거 세미나 모습. ⓒ크투 DB

-책 속에 ‘들리는 설교’를 위한 9-10가지 방법이 나와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는다면.

“첫 번째로 나온 ‘논리적이어야 들린다’죠. 설교는 먼저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청중들의 지·정·의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말이 안 되면 일단 설득이 되지 않겠죠. 대화를 해보면 앞뒤 없이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그러면 대화를 하고 싶어요? 안 하고 싶죠.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설교를 듣고 싶겠어요, 안 듣고 싶겠어요?

12년째 목사님들에게 설교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논리성 있게 설교하는 목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목사님들은 논리성에 관심도 없어요. 어떻게 해야 설교를 잘할 수 있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논리 없이 가르치면 어떨까요? 저희 어릴 때는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있었잖아요. 오래 서 있어서 힘들었지만, 들을 건 많았어요. 말이 되게 말씀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말이 되게 설교하는 설교자가 많지 않아요.

설교 글쓰기의 기본 원칙은 설명·논증·적용 등 3가지에요. 글을 쓸 때 설명보다는 논증이 많아야 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내 주장을 펼치되, 근거가 적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거가 안 맞으면 논리성이 결여된 것이죠. 말이 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적합한 근거를 댈 수 있고 그것이 시대와 청중들에게 맞는 적용인가를 봐야겠죠.

내 주장을 구체적으로 납득이 되도록, 좀 보태면 감동과 공감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게 결코 쉽지 않아요. 성경 속 이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는 주석 보면 다 나와요. 대신 그렇게 알게 되면, ‘내 것’이 되지 않죠. 내 것으로 설교해야죠. 그런 면에서 ‘논리’라는 부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논증이란 자기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는 거죠. 어느 날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은혜였습니다. 독서를 몇 년간 하다 한 서점에서 설교집을 보는데, 설명과 논증, 적용이 구분돼서 보였어요.”

논리성 외에도 책에서는 논증적·현실적·쉽게·적용적·공감되게·묘사·소설 활용 등을 ‘들리는 설교’의 요건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인 박윤성 목사가 ‘쉽고 흥미롭고 깊이가 있으면 들린다’, 손동식 박사가 ‘들리는 설교를 위한 설교학적 제언’을 각각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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