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기독교인 살해한 폭도 옹호하는 대규모 집회 개최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꾸란 불태운 천민 죽인 것이 무슨 잘못?” 주장

▲파키스탄 펀자브주.  ⓒ순교자의소리

▲파키스탄 펀자브주. ⓒ순교자의소리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의 파키스탄 사역 동역자인 영국 릴리스 인터내셔널(Release International)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 제화업자 노인이 살해된 사건의 가해자를 옹호하는 무슬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측은 다른 기독교인들도 동일한 운명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지난 5월, 펀자브주 사르고다시에서 74세의 기독교인 제화업자 나지르 마시 길(Nazeer Masih Gil)이 살해됐는데, 그 다음달인 6월, 2,500명이 같은 장소에 모여 가해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인 ‘테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Tehreek-e-Labbaik Pakistan)이 주최한 이번 집회에서는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체포에 항의하기도 했다.

최근의 이 신성모독에 대한 주장은 2023년 이후 사르고다시에서 아홉 번째로 발생한 것이다. 한국 VOM 현숙 폴리 대표는 최근 제기된 일련의 신성모독 주장이 특별히 우려스러운 점은 사르고다가 대도시이고 대중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이 도시는 아름다운 오렌지 농장 때문에 ‘파키스탄의 캘리포니아’라고 불린다. 이 도시의 웹사이트에는 ‘사르고다 시민은 매우 평온하고 관대하며, 파키스탄이 건국된 이래 다양한 파벌이나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단 한 번의 전투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 도시는 지난해 9건의 신성모독 혐의가 제기되고, 노년의 기독교인 제화업자 나지르 마시 길이 순교하고, 2,500명의 군중이 결집해 그 살해 사건을 지지하고 기독교인에 대한 추가 폭력을 위협한 곳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릴리스 인터내셔널이 그 집회에 대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테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의 지도자 무함마드 나임 차타 카드리(Muhammed Naeem Chattha Qadri)는 해당 집회에서 군중에게 “꾸란을 불태운 그 ‘쭈흐라(chuhra, 불가촉천민)’를 죽인 것이 뭐가 잘못인지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릴리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쭈흐라’는 환경미화원과 기독교인을 비하하는 용어다.

보도에 따르면, 카드리는 “누구든지 신성모독을 저지르는 사람은 동일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만약 신성모독자들을 보호하려 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경찰을 협박하기도 했다.

2024년 5월 25일, 기독교인 나지르 마시 길이 꾸란을 모닥불에 태웠다는 비난이 사원의 확성기를 통해 방송되자, 2,000명에 달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격렬하게 들고 일어났다.

현숙 폴리 대표는 “우리 동역단체인 릴리스 인터내셔널의 보고에 따르면, 나지르의 아들은 폭도를 설득하기 위해 애쓰며 자신의 아버지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폭도는 듣지 않았다”고 했다. 폭도는 그 기독교인 노인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구타한 후 그의 신발 공장과 집을 약탈하는 모습을 촬영한 다음, 그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폭도는 경찰이 개입하려 하자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나지르를 병원으로 싣고 가는 구급차에 벽돌을 던졌다”며 “부상당한 나지르는 9일 후 사망했다. 똑같은 70대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남은, 나지르의 아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5월 25일 폭도의 공격에 목숨을 잃은 기독교인 순교자 나지르 마시. ⓒ순교자의소리

▲지난 5월 25일 폭도의 공격에 목숨을 잃은 기독교인 순교자 나지르 마시. ⓒ순교자의소리

영국의 릴리스 인터내셔널이 순교자의소리에 전한 바에 따르면, 나지르의 아들 술탄(Sultan)은 이번 공격이 신성모독 때문이 아니라 부친의 사업이 성공하자 질투심에서 가게를 폐쇄하려 한 그들의 시도에 부친이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릴리스 인터내셔널의 발표를 인용, “펀자브주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기독교인들이 신성모독죄로 기소된 이후, 폭도가 자란왈라에 있는 기독교인 마을을 공격했다. 폭도는 교회와 집을 불태웠지만, 감사하게도 기독교인들은 피신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파키스탄에는 기독교인들이 꾸란을 태웠다는 근거 없는 비난이 쓰라린 역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에 따르면, 1997년 2월, 기독교인들이 꾸란을 불태웠다는 허위 고발에 근거해, 3만 명 이상의 무슬림 폭도가 카네왈 지구 샨티 나가르에서 기독교인 마을과 교회를 불태웠다. 2005년 11월에는 1,500명이 넘는 무슬림들이 비슷한 고발에 근거해 상라힐 지구에 있는 교회 세 곳을 불태웠다.

2020년 성탄절 전야, 펀자브주 나로왈 지구의 작은 마을 코틀리 무함마드 사디쿠에에서, 최근 신성모독 혐의가 제기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300명이 넘는 폭도가 교회 밖에 모여 꾸란 일부를 불태웠다는 혐의를 받은 기독교인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도착해 가난한 기독교인 노동자이자 다섯 자녀의 아버지인 일리아스 마시(Ilyas Masih)를 실수로 체포한 뒤에 구타했다.

고문을 당한 일리아스 마시는 모닥불을 처음 피운 청년들의 이름을 말했으나, 그 청년들은 명절을 축하하려고 모닥불을 피운 것이지 꾸란을 태우려 한 것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청년들의 혐의는 결코 입증되지 않았다고.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가 박해 환경에 남기를 선택하거나 그런 환경에 남을 수밖에 없는 기독교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 릴리스 인터내셔널에 1천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박해받는 기독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그 나라에서 탈출해 안전한 곳으로 가도록 도와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신성모독죄로 억울하게 고발당하는 파키스탄의 경우, 기독교인의 도피를 돕는 것은 공격자들이 남아 있는 기독교인을 더 가혹하게 공격하게 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도망치는 방법은 또한 ‘기독교인들이 죄를 지은 사람이고 나약한 존재’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복음에 대한 증언이 절박하게 필요한 곳에서 그 증언을 침묵시키는 결과를 빚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핍박받는 기독교인들이 현장에서 굳건히 설 수 있도록 우리가 지원해 주면, 그 성도들이 복음을 더 적극적으로 증언할 수 있고 그 지역사회가 미래의 다른 신자들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항상 깨어서 핍박받는 성도들과 함께 서고, 세계 곳곳에서 핍박받는 신실한 증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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