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 극복하려면 ‘사람’에 집중해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교회탐구센터·실천신대 세미나

교인들 목회적으로 원하는 것
충족하려는 것 무엇인지 파악
그것 중심으로 위기 극복해야

▲세미나에서 정재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세미나에서 정재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탐구센터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주최했다.

세미나에서는 노영상 총장의 축사 후 정재영 교수(이상 실천신대)가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를 탐구하다’는 제목으로 지난해 설문 결과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숨겨진 의미를 분석했다.

먼저 정재영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교회 성장은 멈췄지만 신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가나안 성도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언젠가 이들을 교회로 데려오기만 하면 개신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신자 수를 거느린 종교가 될 거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최근 통계는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상 생활 관심도 대비 만족도 분석.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일상 생활 관심도 대비 만족도 분석.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이에 대해 “개신교 신자는 15.0%로 줄었고 가나안 성도는 크게 늘어, 3명 중 1명 가까이(29.3%)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플로팅 크리스천’을 잠재적 가나안 성도로 본다면, 가나안 성도가 교회로 돌아오기는커녕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게다가 교회 신뢰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사람들을 전도해 새신자로 유입시키기도 매우 어렵다”고 짚었다.

정재영 교수는 “요인이 매우 복합적이기에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신앙적 욕구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종교적으로 필요를 느끼기 때문에 종교단체를 찾아가고, 그것이 채워진다면 정착해서 신앙생활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려면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교인이 교회와 목회자에게 목회적으로 원하는 것, 충족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것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앙 관련 관심도 대비 충족도 분석.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신앙 관련 관심도 대비 충족도 분석.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코로나 이후 건강에 관심 높아져
신자들이 원하는 주요 설교 주제
믿음과 순종, 축복, 위로와 평안
심방, 소극적이나 대체로 수용적

정 교수는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교인들의 신앙적 욕구가 크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일상생활 관련 항목에서 △육체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고, △마음의 평화와 안정 △가정 행복 △경제적 안정·여유 △믿음·신앙 등이 뒤를 이었다”며 “‘믿음·신앙’에 대해 50.8%가 코로나 전보다 관심이 늘었다고 응답했지만, 관심 정도에 비해 전체적 만족도는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신앙생활에서 관심도에 비해 만족도가 낮은 항목은 경제적 성공이나 건강 등 ‘축복’이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설교 부류와 출석교회 목회자의 주 설교 주제 응답.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원하는 설교 부류와 출석교회 목회자의 주 설교 주제 응답.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그는 “설교와 관련해 신자들이 원하는 주제는 △믿음과 순종 △하나님의 축복·형통한 삶 △위로와 평안 등이 비슷하게 많았는데, 출석 교회에서 주로 듣는 설교 주제는 ‘믿음과 순종’이었고 가장 적게 듣는 주제가 ‘위로와 평안’이었다”며 “심방은 ‘받고 싶다’가 39.3%, ‘한 적 없다’가 60.7%였는데, ‘심방을 하면 받을 것’이라는 응답이 67.4%로 적극 원하진 않지만 대체로 수용적이었다. 심방이 어려운 이유로는 ‘집 공개가 부담스러워서’가 가장 높았다”고 소개했다.

또 “특이한 것은 여성보다 남성이 심방에 더 호의적인 점이었는데, 남성들은 심방을 별로 받아본 적 없고 심방을 준비하는 일이 대개 여성들 몫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목회자와 신자들이 친근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갖기 어려워서, 심방을 더욱 꺼리는 듯하다”며 “따라서 심방 자체보다 목회자와 신자들 사이 인격적 관계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심방 받기 어려운 이유와 심방 필요한 정도 응답.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심방 받기 어려운 이유와 심방 필요한 정도 응답.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균형 있는 신앙 생활 필요
시대 변화 맞는 목회 방식
교인 특성 고려 목회 방안

설문을 토대로 정재영 교수는 ①균형 있는 신앙생활 ②시대 변화에 맞는 목회 방식 ③교인 특성을 고려한 목회 방안 개발 등 3가지를 제안하면서 “성별·연령·직분·신앙 단계에 따라 신앙 욕구의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적절한 목회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신앙 관련 관심도에서 △마음의 평안과 위로 △가정 행복 등 개인적 차원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코로나 이후 불안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거룩하고 도덕적인 삶 △이웃에 대한 섬김과 봉사 등 실천적 관심이 적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균형 있는 신앙생활을 위해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며 “마찬가지로 원하는 설교 주제도 △하나님의 축복 △위로와 평안 등 개인적 내용이 많았는데, 개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 “심방을 원하는 비율은 낮지만 상담을 원하는 비율은 높으므로, 전통적 방식의 심방보다 필요에 따라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설문 결과 상담 중 부정적 경험을 한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났으므로, 목회자는 신중해야 한다”며 “신앙 욕구와 관련해 ‘육체적 건강과 경제적 안정’은 욕구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으므로, 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직접적 도움을 주긴 쉽지 않지만, 마을 공동체 활동과 공동체 경제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참여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출석교회 목회자의 상담 태도 응답.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출석교회 목회자의 상담 태도 응답. 2023년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교회 출석자) 온라인 패널 1천 명 대상 조사.

끝으로 “신앙 단계가 낮은 신자들은 교회 생활이나 목회자와의 관계에서 만족도가 낮았다. 교회에 대한 관심이 적어 만족도가 낮은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으나, 교회 주변부에 머물러 있거나 기존 신자들과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들이 교회 중심부로 들어와야 더욱 든든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이들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의 필요를 적절하게 채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송인규 교수(한국교회탐구센터)가 ‘목회자를 기다리며: 욕구와 이상 사이’, 구아름 교수가 ‘목회적 설교? 예언자적 설교?’, 김정선 교수(이상 실천신대)가 ‘성도의 마음을 얻는 목회 돌봄’을 각각 발표했다. 논찬은 김형석 목사(금호제일교회)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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