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기독교와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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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연구원 ‘파발마 플러스’ 2024 Vol.14

ⓒ오픈도어선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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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무슬림들이 다수를 이루던 인도 북동부와 북서부 지역은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이 이루어졌다. 이후 언어와 종족의 차이가 컸던 동파키스탄은 1971년에 방글라데시로 재차 독립했다. 방글라데시는 초대 헌법에 민족주의(nationalism), 사회주의(socialism), 민주주의(democracy), 그리고 어떤 종교에도 정치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세속주의(secularism)를 기본 원칙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쿠데타를 거치면서 이슬람은 헌법상 국교로 지정되고 말았다.

기독교 전래와 교회 현황

방글라데시에서 개신교 선교는 1795년에 시작되었다. 1793년 인도의 서벵골주(州) 콜카타(Kolkata)에 도착한 영국의 침례교 선교사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는 1795년에 방글라데시의 디나즈푸르(Dinajpur)에서 사역을 시작했고, 1796년에는 이곳에 침례선교교회(Dinajpur Baptist Mission Church)를 세웠다. 수도 다카(Dhaka)에는 1816년부터 선교 사역이 시작됐고, 루터교회는 1867년에 산탈족(Santal)을 대상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일찍이 서파키스탄에서 선교를 시작했던 성공회와 장로교는 방글라데시의 독립이 완전히 이뤄진 뒤 1974년에 방글라데시 교회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선언했다. 캐리는 벵골어로 1801년에 신약을, 1809년에 구약을 번역했다. 19세기 후반에 방글라데시 북부의 마이멘싱(Mymensingh) 지역에서 대규모 개종이 있었고, 남동부의 치타공 구릉지대(Chittagong Hills Tracts)에서도 소수 민족 중심으로 많은 개종자가 나타났다.

가톨릭 선교는 개신교보다 약 200년 빨랐다. 1517년 포르투갈의 상인들이 현재 방글라데시의 차토그람(Chattogram) 항구에 들어왔고, 이곳 주변에 정착촌을 형성했다. 1886년에 이르러 정식 교구가 조직되었고 2020년 기준으로 약 42만 명의 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방글라데시 인구는 165,158,616명(세계 8위)이다. 이 중에서 이슬람은 91.0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힌두교는 7.95%를 차지하고, 기독교는 0.3%로 약 50만 명 정도이다. 그렇지만 방글라데시에서 종교를 개종할 때는 법적으로 공증인을 제시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기 때문에 기독교로 개종한 후에도 신분증상에 종교 변경을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한 기독교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약 90만 명(0.5%)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1954년에 조직된 방글라데시 전국교회협의회(NCCB)에는 현재 20개 교단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성서공회(BBS)와 기독교의학협회(CCDB)를 비롯한 8개 단체들도 협력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방글라데시에는 가톨릭 성당 102개와 개신교 소속의 교회 5,248개가 세워졌다. 1992년부터 방글라데시 선교를 시작한 나사렛교회(The Church of the Nazarene)는 여성 일자리, 아동센터, 구호, 재난대응 등 총체적 선교에 힘쓰면서 현재까지 약 2천 개의 교회를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으로 고통받는 기독교인

방글라데시는 헌법에서 이슬람 외 다른 종교의 예배와 모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 종교들이 이슬람 사회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토지 소유, 교육, 취업 등에서 차별과 핍박을 받는다. 2005년 방글라데시 남서부에 위치한 쿨나(Khulna)에서 침례교 목사가 살해당했고, 같은 해에 중부에 위치한 파리드푸르(Faridpur)에서 ‘예수’ 영화를 보여주던 NGO 사역자 두 명도 살해당했다. 지난해 4월에도 치타공 구릉지대에서 기독교인 8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만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종교를 떠나 기독교로 개종한다면 이전에 몸담았던 종교 공동체와 민족 공동체에서 핍박과 차별은 이중으로 가중된다. 이슬람, 힌두교, 불교뿐 아니라 정령숭배나 부족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을 배신으로 생각하고 비난한다. 특히 치타공 구릉지대와 소수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 북부 지역에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박해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방글라데시 경찰은 인신매매로 잡혀가 강제로 종교를 개종당한 치타공 출신 어린이 72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불교 배경의 차크마족(Chakma)에서 많은 사람이 기독교로 개종했는데, 일부 급진적인 불교도들은 개종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몇몇 지수들은 방글라데시의 기독교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오픈도어즈의 세계감시목록(World Watch List)에서 방글라데시는 26위에 올랐다. 특히 폭력(구타와 살해 위협, 신체적 학대, 정신적 학대, 집 또는 건물 공격)과 관련해서는 순위가 더욱 상승해 8위를 기록했다. 최근 퓨리서치(Pew Research)에서 2021년을 기준으로 발표한 종교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 지수(Social Hostilities Index, SHI)도 6.9점(10점 기준)으로 매우 높았다.

방글라데시의 이슬람

방글라데시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에 이어 네 번째로 무슬림이 많은 국가이다. 1971년 독립 후 방글라데시는 1972년에 헌법을 제정하면서 세속주의를 선언했다. 하지만 군사 독재자 에르샤드(Hussain Muhammad Ershad)는 세속주의를 버리고 1988년에 이슬람을 국교로 선언하고 헌법을 개정했다. 이후 2011년 의회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세속주의를 헌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 회복시켰지만, 지금까지도 이슬람을 국교로 규정한 조항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세속주의 이념에 따라 방글라데시 정부는 신앙과 교육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 여러 분야에서 시스템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교육과 관련하여 방글라데시 전역에는 마드라사(Madrasah)를 비롯한 이슬람 교육기관이 많이 있지만, 국공립학교들은 초등(5년), 중등(5년), 고등(2년) 교육의 커리큘럼을 따르고 있고, 종교 교육을 의무로 부과하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알리아 마드라사(Alia Madrasas)에서도 세속적 주제와 종교적 주제를 동시에 가르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 차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교화나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보면 국가 이념으로 채택한 세속주의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2019년 4월, 하시나(Sheikh Hasina) 총리는 전국의 이맘(imam)들에게 테러리즘과 극단주의를 비판하는 설교를 하도록 지시했다. 2021년 3월 방글라데시 건국 50주년을 기념해 방문한 인도의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수천 명의 시위대를 마주하게 됐고, 이날 경찰과의 충돌로 1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 시위의 배후로 이슬람 단체인 “헤파자트에이슬람”(Hefazat-e-Islam)을 지목하고 수백 명을 체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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