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 세대를 걱정하게 된 외적·내적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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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와 개혁교회 1] 위기의 시대

‘다음 세대와 개혁교회’라는 주제로 지난 4월 27일 열린 개혁신학포럼 제24회 정기세미나에서 발표가 진행된 최덕수 목사님(현산교회)의 ‘다음 세대와 개혁교회’ 원고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무늬만이 아닌 내용 면에서도
색깔 분명한 개혁교회 이뤄야
외적 원인은 한국교회 세속화
내적 원인은 신앙교육의 부실

▲다음 세대 자녀들이 복음통일 컨퍼런스에 참석해 말씀을 듣고 있다(위 사진은 본 기고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에스더기도운동
▲다음 세대 자녀들이 복음통일 컨퍼런스에 참석해 말씀을 듣고 있다(위 사진은 본 기고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에스더기도운동

들어가는 글

혹자는 오늘 시대를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영역이 다 어렵다. 목회환경 또한 예외가 아니다. 팬데믹 이후 교인수가 20-30퍼센트 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교인들의 헌신도 이전 같지 않다. 출산율은 점점 줄어들고, 기존 교회 안에서 자라난 언약의 자녀들, 그리고 기성 세대의 미성숙한 모습과 권위주의적 태도에 반감을 가진 30-40대들도 교회를 빠져 나가고 있다.

비혼주의 영향으로 믿는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고 있으며, 결혼을 해도 자녀를 한 두 명 밖에 낳지 않는다. 코로나 때 원활한 교제가 이루어지지 못한 영향과 적극적인 목양이 이루어지지 않아 교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고 기성 세대와 다음 세대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교회 존립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다음 세대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 될 것인가는 기성 세대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길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교회가 언약의 자녀들을 제대로 양육했다면, 다음 세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교회들이 정체되어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일학교가 아예 없어지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다. 개혁교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가운데 현대 복음주의 교회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혁교회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으나, 무늬만의 개혁교회가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색깔이 분명한 개혁교회를 이뤄야 한다.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금식기도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원인을 파악하고 무너진 곳을 수축했던 느헤미야처럼, 무너진 곳을 보수하고 잘못 세운 부분은 허물고 다시 세워야 한다.

1. 다음 세대를 걱정하게 된 원인

1) 외적 원인: 세속화

시대는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 웰스는 그의 책 『신학실종』에서 달콤한 낙원이라 불렸고 청교도 마을이었던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웨넘(wenham, 웬햄이라고도 표기함)’이란 마을이 19세기 들어 서서히 세속화되는 과정을 기술하였다.

책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저자인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윌리엄 윌리몬은 근본주의적 신학 성향을 띠고 있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이 1963년 어느 주일, 폭스 극장이 문을 열어 존 웨인의 영화를 상영한 날을 미국 기독교 신앙이 변질된 때였다고 주장하였다.

한국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부의 권세가 흔들지 못하는 교회’라는 말씀이 무색하게도, 현대주의의 영향을 받은 한국교회는 점차 세속화되어 갔으며, 개인주의, 실용주의, 자본주의의 흐름에 물꼬를 트면서 이전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신앙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모이는 일에는 열심을 내었지만 교회를 교회답게 세우는 일은 등한히 하였다.

교회는 세상에 있어야 하지만 세상에 속해서는 안 됨에도, 한국교회는 세속성을 압도하기는커녕 세속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면서, ‘하나님 나라 모델하우스’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한때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주목할 정도로 한국교회 부흥기 때의 위세는 대단하였지만, 역사적 개혁교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현대 복음주의 교회 모델을 추구하다가 결국 침체기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세속주의로 인해 생겨난 두드러운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과 비혼주의다. 2023년 11월 27일 통계청에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변화(2000-2020)’를 발표하였다. 1990년 청년 세대(19-34세)는 1,384만 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31.9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2020년 청년 세대는 1,021만 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4%에 불과했다. 그런데 2050년에는 청년 세대가 521만 3,000명으로,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 20%가 청년인데, 2050년에는 11%로 낮아지게 된다.

저출산으로 청년세대가 주는 것도 문제지만, 결혼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큰 문제다. 2000년 청년 세대의 미혼 비중이 54.5%였는데, 2020년에는 81.5%로 크게 뛰었다. 10명 중 1.4명만 결혼한 셈이다. 2023년 11월 27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 보고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청년 10명 중 3.6명만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세상에 비하면 교회는 다소 낫긴 하지만, 이 시대 풍조를 거스려야 할 교회도 세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 내적 원인: 신앙교육의 부실

사사기 기자는 여호와의 종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죽고 난 후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삿 2:10)”.

여호수아가 죽은 뒤 후 세대 사람들은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과 아스다롯과 같은 이방신을 섬기고 말았다. 그렇다고 2세대 사람들이 영적으로 질이 안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방신을 섬기게 된 것은 아니다. 1세대나 2세대 모두 아담의 타락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죄인들이었다. 그럼에도 여호수아가 살았을 당시 세대는 하나님을 알고 섬긴 반면, 다음 세대가 하나님을 잊어 버리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기성 세대가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다음 세대에게 올바로 전수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고, 둘째, 기성 세대가 믿음을 전수해 주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은 다음 세대의 완악함 때문이었다.

신앙교육의 주체는 부모다. 전통적으로 한국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는 성도들은 가정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하는 부모가 점점 줄어들면서, 자녀 신앙교육의 책무를 교회에 맡겨 버렸다. 교회학교가 다음 세대를 잘 가르치면 좋은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개혁교회는 믿지 않는 불신 가정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위해 ‘선데이 스쿨’을 운영하고, 언약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은 부모들로 담당하게 한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 교육을 주일학교에 맡겼다.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과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일학생들을 가르치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파트 사역자들이며 교회학교 교사들의 질적인 수준도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신앙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주일학교(Sunday School)는 성경적 기관이 아니다. 1750년경 영국의 로버트 레익스(Robert Raikes)가 산업혁명의 후유증으로 인해 버려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만든 사회적 기관이었다. 그런데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선교를 하면서, 주일학교가 교회 안에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주일학교가 전도와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어느 정도 해냈고, 건강한 교회에서는 지금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신앙적 회의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앙을 자발적으로 고백하게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초등부과 중고등부, 그리고 청년들이 따로 예배를 드리는데, 이런 방식이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더 높은 수준의 신학과 신앙을 가르치는 일과 하나 된 교회를 이루어가는 일에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소외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어떤 이들은 교회가 미혼 청년들에게는 미래를 준비시켜 주고,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보육까지 도와주는 친정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면서 ‘패밀리 센터(Family Center)’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부모를 신앙교육의 교사로 세울 것과 가정 QT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성경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계속>

▲최덕수 목사가 지난 4월 27일 개혁신학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크투 DB
▲최덕수 목사가 지난 4월 27일 개혁신학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크투 DB

최덕수 목사(현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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