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불편 및 사고 위험 초래
자전거 시설로는 지나치게 좁고
주민들 거주지와 굉장히 가까워
시위 대신 ‘작은 음악회’로 알려
교회 앞 도로에 지자체가 ‘자전거 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성도와 주민들의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 노원구청(구청장 오승록)은 중계동 호산나교회(담임 이상희 목사) 앞 도로에 ‘자전거 문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교회와 주민들은 해당 지역이 거주지 밀집 지역인 데다 자전거 이용 시설로는 지나치게 협소하고, 교회 진입로와 겹치며, 공사 기간 온갖 중장비가 드나들면 아이들 사고의 위험이 높다며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건립 추진 중인 ‘자전거 문화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 총 면적 97평(310㎡)에 한 층당 사용면적이 30평에 불과해, 자전거 관련 시설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군산시 8,200㎡, 순천시 2,645㎡, 부천시 2,600㎡ 등 타 지역 ‘자전거 문화센터’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협소한 ‘협소주택’ 수준이다. 여기에 타 지역의 경우 자전거 교육장까지 설치 가능한 별도 야외 부지에 건립하는데, 노원구의 경우 실내 공간뿐이고 자전거 교육장도 세울 수 없다. 거주지와의 거리도 타 지역들보다 훨씬 가깝다.
이에 호산나교회와 주민들은 시위나 항의 방문 대신 해당 부지에서 ‘자전거 문화센터 이전을 위한 호산나 작은 음악회’를 5월 16-18일과 21-25일 2주간 매일 오후 6-8시 진행했다. 수준급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섭외해 지역 주민들을 섬기는 한편, 자전거 문화센터 건립의 부당성을 자연스럽게 알린 것이다.
이상희 목사는 “저희 교회는 20년 전 종교부지를 받아 건축했는데, 건립 예정 부지는 교회 바로 앞 ‘공용 도로’를 구청에서 문화시설로 지목 변경해 자전거 문화센터를 짓겠다고 한다”며 “도로에 대한 용도 변경은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는데, 구청장 한마디로 가능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이곳은 교회의 유일한 통로이고, 센터가 건립되면 교회 출입이 매우 어려워지고 위험해진다”며 “무엇보다 상가도 없이 조용한 동네에 도서관이나 북카페도 아니고, 대부분 외지 사람들이 사용할 ‘자전거 문화센터’를 짓는다고 하니 주민들 반대가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민들도 4천여 명이 서명하는 등 센터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려면 ‘자전거 도로’ 조성과 안전교육, 자전거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등을 우선시해야지, 문화센터를 짓는다고 해결될 일인가.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탁상행정”이라며 “55억 원이나 드는 사업에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구청장 공약 사항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전거 문화센터가 건립된다 해도 좁은 부지 등으로 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 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따릉이’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센터 준공 후 더 많은 자전거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원구청 교통지도과는 지난 5월 17일 전단을 배포하며 해명에 나섰다. 보행 안전 위협에 대해선 “횡단보도를 남쪽으로 이설해 보행자 동선을 공사장과 완전히 분리하겠다”, 주민 편의시설 침해에 대해선 “‘따릉이’는 부지 밖에 위치해 그대로 존치하고, 공사 중에도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회의 공동차량 출입구 문제에 대해선 “법적 동의사항은 아니나 교회에서 오랫동안공동사용에 대해 교회 동의를 구해 진행해 왔고, 공사 중에도 불편이 없도록 착공 전 출입구 확장 경사로 조성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준공 후 차량 통행에 불편이 없는 6m가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회와 주민들은 이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철거공사 때도 구청은 안전관리 지침을 지키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며 “공동차량 출입구의 혼잡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교회와 센터 이용자들 모두에게 불편함을 주는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차량 통행에 불편이 없다는 말은 구청의 또 다른 기만”이라며 “구청 설계대로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극단적으로 위험한 주차장이 된다. 전면 주차를 했다가 후진과 역주행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명사고와 충돌사고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