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 미디어 콘퍼런스(FMC)’ 개막… 적극적 대응 촉구
“AI의 발전 속도에 놀라고 흥미로워만 할 것인가. 이미 도래한 AI 시대, 기독교인은 어떤 대안을 계획하고 시도하고 있는가.”
‘2024 퐁당 미디어 콘퍼런스(FMC)’가 3일부터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양재 The K 호텔에서 개막했다. 콘퍼런스에서는 AI 시대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미디어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이 분야 전문가들이 메시지를 전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Holistic AI 드러내야”
첫 번째 메시지를 전한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CGN 이사장)는 “복음은 그 시대의 문화를 배제하고 그 시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없다”며 “건강한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것보다 막는 것이 시급한 시대이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AI시대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며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되던 세계관이 매우 짧은 시간으로 단축됐다. 많은 사람의 공감과 의견을 따라 형성된 의견은, 소수가 의도적인 계획으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세계관을 만들어 유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인간 너머의 세계, 인간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철학을 논했다면, AI 이후는 물질, 본능 등 인간 이하의 세계를 중심으로 내려 왔다”며 “과거엔 윤리적 책임성이 분명했다면, 이젠 기계가 사상을 만들고 그 사상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까지 왔다”고 했다.
또 “과거엔 성찰과 과정에 의존했다면, 이젠 속도와 결과에 의존한다. 원하는 의도가 나온다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며 “수평적 평준화에서 AI를 접하지 못하거니 지식이 부족한 이들이 종속되고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는 시대”라고 했다.
이 목사는 AI 기술이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될 부분은 ‘양육’을 꼽았다. 그는 한국교회 기존 양육시스템의 약점으로 △개별 교회 안에서 양육 콘텐츠를 모두 해결하려는 점 △오프라인 양육 중심으로 이뤄져 사회활동이 많은 성도들이 배제되며 △갈급한 성도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자립 양육을 시도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렇게 스스로 신앙의 빈칸을 채울 경우, 문제는 편향된 콘텐츠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기에 심각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초기에 선택한 성향에 갇히게 돼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기에 신앙생활에서도 독단적·고집적 편견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목사는 3년 전 기독교 OTT 플랫폼 퐁당(fondant)을 시작한 배경으로 “20년 전 교인들이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을 보고 ‘교회는 무엇을 빌려 줄 수 있는가’를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가정에서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각 교인들이 비디오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OTT 플랫폼으로 교회가 힘을 합치고자 퐁당을 출범했다”고 밝혔다.
퐁당의 특성에 대해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들어야 할 것을 보완해 주는 시스템을 적용해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정·의가 조화된 전인적 신앙교육을 꾀하고자 했다. 이 목사는 “개별 교회에서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풍성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다. 안심하고 복음적이고 선교적인 콘텐츠를 개교회에서 양육콘텐츠로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세상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수준에 머물 것이지만, 교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HI(Holistic Intelligence)를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세상에 고립되지 않고 AI 기술이 어디로 가는지 소통해야 하며, 거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유통시킬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Holistic AI 제작에 전 성도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대한 기독교 데이터 서둘러 모아야”
‘AI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다음세대를 가르치게 될 것인가’를 발제한 최진호 교수(미국 에모리대학교 컴퓨터공학과)는 “세상에서 개발한 AI 모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샌가 예수가 메시아 중의 하나로만 여겨지는 세상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최 교수는 기독교 가치관에 부합하는 AI를 위해 교회의 역할로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며 “방대한 기독교 역사가 가진 각 기관과 교회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통해 학습 모델을 만들어 보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동시에 기독교 가치관에 부합하는 AI 검증하는 단체도 있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의 데이터가 많이 모여야 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개인과 의견을 주고 받는 장을 만드는 시스템, 기관과 교회의 연합을 통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교회의 발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 인공지능 플랫폼 Cloudflare 한국지사 김도균 대표는 “교회의 본질은 복음이고 복음의 원본은 성경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님의 존재 자체가 세상의 원작이라는 것을 AI 시대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딥페이크(DeepFake), 악성 봇(Bot)의 증가로 출처 확인이 불가능한 미디어 상에 노출되고 있는 콘텐츠 양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건물, 같은 교회 성도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 있는 미래에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에 대한 갈급함이 급증할 것을 예상하고, AI가 채울 수 없는 사역자들과 교회의 역할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미디어도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진리에 대한 갈급함을 채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을 대적하는 것이 아닌 도구로 활용해 교회의 사역을 향상시키기 위해, 먼저 집단지성과 집단 감성, 집단 영성이 가장 발달한 교회가 더욱 모이기에 힘써야 한다. 가능한 더 많은 교회들이 모여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 우리 목사님의 개념이 아닌, 세상에 선포돼야 하는 기독교, 성도들의 개념으로 세상과 구별된 능력을 키우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