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차세대 선교 운동, ‘질문’부터 바꿔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신간 펴낸 IBA 사무총장 이다니엘 목사 (上)

▲이다니엘 목사는 책에서 “온갖 차별과 배제, 다툼과 반목, 착취와 폭력, 분쟁과 대립 속에서 크리스천으로서 복음의 가치를 살며 나라와 민족, 지역 사회와 이웃을 변화시킨 이야기가 있다”며 “초대교회사, 세계 교회사, 그리고 한국 교회사 속에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이다니엘 목사는 책에서 “온갖 차별과 배제, 다툼과 반목, 착취와 폭력, 분쟁과 대립 속에서 크리스천으로서 복음의 가치를 살며 나라와 민족, 지역 사회와 이웃을 변화시킨 이야기가 있다”며 “초대교회사, 세계 교회사, 그리고 한국 교회사 속에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비즈니스 현장의 크리스천 리더들을 보고 있노라면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이 떠오른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크리스천이 된 후에도 정치적으로 로마 황제의 통치 아래 있었고,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자기 자신과 주변만 챙기는 라이프 스타일에 머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삶을 선택했다.”

<복음, 시장 한복판에 서다>는 세상과 교회, 성과 속, 비즈니스와 선교를 구분하는 기독교 생태계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랜 기간 ‘비즈니스 애즈 미션(Business As Mission, BAM)’에 몸담아온 저자는 BAM의 전방위적 이론부터 실제까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목사안수를 받은 뒤 7년 가량 한 기업의 팀장부터 대표까지 지내면서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를 경험했고, 이후 2020년부터 약 60여 개의 교회와 선교단체, 기업이 연합한 IBA(International Business As Mission Alliance) 사무총장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BAM 관련 강의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여러 이력을 바탕으로 BAM의 이론과 실제를 실제적이고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선교지에서 비즈니스 미션을 통해 현지 사회를 변화시키고 복음을 전하는 생생한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다음은 두 차례로 나눠 소개될 이다니엘 목사의 이야기.

이전 세대, 상황 빼고도 설득 가능
요즘 세대, 실제로 복음으로 세상
문제 해결 원하고 그런 현장 요구
BAM 현장 중심 따뜻한 간증 많아
복음과 선교, 교회 바깥 황폐화된
시대·세대 변화시킬 방법 다뤄야

-요즘 ‘비즈니스 미션’은 어떤가요.

“비즈니스 선교는 기독교 역사에서 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보니 저희끼린 ‘오래된 새 길’이라고 표현합니다. 특히 지금은 복음과 선교를 논할 때 시대와 세대의 아픔과 필요에 응답하고 맞닿아있는 이야기들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전 세대는 ‘지금 여기, 우리의 상황’은 빼고, 그저 ‘복음이란, 선교란 무엇인가’ 하는 이론과 논리만으로도 설득이 가능했다면, 요즘 젊은 세대는 실제로 복음이 세상 속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현장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최근 어느 선교사님과 그런 얘길 나눴어요. 베이비부머 세대가 ‘ What is truth?’, X세대가 ‘What is real?’을 물었다면, 밀레니얼들은 ‘What is good?’, Z세대는 ‘What is beautiful?’, 그리고 알파 세대는 AI 시대 속에서 ‘What is human?’을 묻고 있다고요. 이렇듯 시대 상황에 따른 세대들의 질문이 달라졌는데, 한국교회가 오랜 시간 복음과 선교에 관한 여러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봐요.

한국교회 BAM 운동의 경우, 이 모든 질문에 두루 답할 수 있는 여러 현장 사례들이 있습니다. 작년 선교한국 강사로 섬겼는데, BAM 강의를 하는 동안 참석자 청년들이 실시간으로 강의 피드백들을 올렸습니다. 청년들이 ‘제가 선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런 것이 선교라면 헌신하겠습니다’라는 피드백이 올라왔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비즈니스 선교에는 현장 중심적이면서 따뜻하고 인간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이런 스토리텔링에 곧바로 반응합니다. 여기서 젊은 세대란 청소년, 대학생-청년 그리고 40대 젊은 중년을 포함합니다.

이는 젊은 세대 선교 동원에 있어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앞선 세대가 복음과 선교를 논할 때 너무 오랫동안 논리와 이론 중심으로 설명해 왔지요. 선교를 가르칠 때 제1장은 ‘선교란 무엇인가’, 제2장은 ‘선교의 전통과 역사’, 제3장은 ‘다양한 선교의 이론’…, 지금 세대는 목차를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어려워요.

왜냐하면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이 영혼이 피폐해져 우울증 약을 먹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차별하며 싸우고, 부익부 빈익빈 문제에,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기후도 다 망가지고 자원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들에겐 태어나자마자 자연스레 주어진, 평생 짊어져야 할 현실인데 교회에선 이런 이야기들을 안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믿는 복음과 선교는 이런 교회 대문 바깥의 황폐화 된 시대와 세대를 어떻게 복음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를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책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책 전체가 ‘실제로 그렇게 현장을 살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증언이자 증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복음, 시장 한복판에 서다 이다니엘 | 샘솟는기쁨 | 276쪽 | 18,000원
▲복음, 시장 한복판에 서다 이다니엘 | 샘솟는기쁨 | 276쪽 | 18,000원

복음 전도와 사회 책임 별개일까?
복음 건강히 내면화, 개인 전인적
회복과 사회·경제·환경 변혁 불러
교회 안과 밖, 습관적으로 나눠 봐
BAM도 동의, 다음날 다 잊어버려
세상으로 파송, 일터에서 성직을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문제네요. 올해 로잔대회 준비 과정에서도 핫한 이슈입니다.

“아무래도 어떤 분들에게는 로잔운동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처럼 복음 전도에 중심이 많이 쏠린 경우는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책에서 강조한 것은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이 별개가 아니라, 복음을 제대로 알고 내면화하면 결국 우리 주변에 있는 아픔과 필요를 간과할 수 없고, 이들을 건강하게 바꿔가는 과정에서 실제적인 변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둘을 나눌 필요가 있을까요? 복음이 건강하게 내면화되면, 개개인의 전인적 회복은 물론 사회적·경제적·환경적 변혁이 따라오는 것이지요. 이 둘을 이원화해서 보는 시각이 참 아쉽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교회 안과 밖을 나눠요. 교회에서 가르칠 때는 성도들에게 ‘밖으로 나가서 빛과 소금으로 살라’고 하지만, 실제로 목회 현장을 보면 자꾸 성도들을 교회 안으로 모아요.

그러다 보니 지역교회에서 BAM 강의를 할 때 묘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강의를 들을 땐 성도님들이 대부분 내용에 동의하시고 좋아하세요. 그런데 다음 날 되면 다 잊어버리세요. 성도님들 입장에선 강의 땐 ‘그래, 저렇게 살아야지’ 하시지만, 실질적으로 어렵죠. 평생 다르게 살아온 것도 그렇고, 교회의 선교론도 변화가 없으니 여전히 ‘일요일 중심, 교회 건물 중심, 우리 목사님 중심’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입니다.

성도들 각자가 선교적 부름을 받고, 또 파송받은 ‘성직’으로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도 ‘주일’로 살고, 일터 현장과 가정에서 ‘성전’ 개념을 살아냄이 중요한데 말이지요.

얼마 전 조정민 목사님도 한 인터뷰에서 말씀하셨지만, 막 회심한 성도들이라면 잘 양육해서 세워야겠지만, 그렇게 교회에서 공동체성을 느끼고 마음이 충전됐다면 세상으로 나아가야죠. ‘세상이 본진이다’라고 하셨어요. 사실 굉장히 오랫동안 하던 이야기이지만, 잘 안 변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교 운동에 있어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해 온 선교 운동의 방식이 ‘과연 이 시대, 이 세대에도 통하는 방식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죠. 과거, 50대, 60대, 70대 크리스천들을 동원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세대는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세대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탈권위적이지요. 일방적 선포, 강압적 말투에 불편함을 느끼는 세대입니다.

실제로 저는 지난 8년 내내 고등학생과 대학 청년들 앞에서 BAM 강의를 많이 섬기다 보니, 소통하는 방식부터 언어나 문체까지 완전 바꾸게 됐어요. 선포와 강조보다는 ‘BAM이라는 것이 있는데, 국내외 선교지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도 수준으로 툭 던져요.

그럼 젊은 세대는 알아서 반응합니다. 강의를 마치면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내지 ‘저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데, 이런 이들이 모인 모임을 소개해 주세요’ 등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앞선 세대는 강력한 목소리와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강단에 서서 다수의 회중을 바라보며 ‘여러분, 이쪽으로 가야 합니다!’ 하며 회중을 동원했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젊은 세대들은 ‘저 사람, 뭐야’ 하면서 다 도망가요(웃음).”

▲이다니엘 목사는 책에서 &ldquo;예수가 답이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 한 줄의 시험은 내 인생과 사역을 한꺼번에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rdquo;고 고백했다. ⓒ이대웅 기자
▲이다니엘 목사는 책에서 “예수가 답이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 한 줄의 시험은 내 인생과 사역을 한꺼번에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대웅 기자

젊은 세대 지나치게 관대한 배려
정작 전할 메시지 제대로 못 전해
정서와 소통 방식 고려는 필요해
수평적 소통에 강력한 복음 전파
아이자야식스티원, 제이어스 등
변혁적 리더십 갖춘 제자 양성 중

-말씀처럼 10-20년 전에는 ‘선교사로 가실 분들 일어서세요’ 이런 거 많이 했잖아요. 다 통했고요. 지금은 그런 콜링을 하지 않아서 헌신이 적은가요, 아니면 그렇게 해도 안 통하니 아예 안 하는 건가요.

“굉장히 좋은 질문인데, 둘 다라고 봐요. 강력한 호소, 전투적 사역 방식으로 유명한 모 선교단체에 대한 한국교회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젊은 세대를 계속 동원하잖아요. 젊은 세대의 마음에 깃발을 너무 잘 꽂아요. 이런 부분을 본다면, 우리가 젊은 세대들 앞에 이들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한 나머지, 정작 전해야 할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요.

그러나 반대로 앞선 세대 크리스천들이 요즘 세대의 정서와 소통 방식을 그들에 맞게 배려하지 못한 부분도 있죠.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문제들과 다르지 않고요. 지혜가 필요합니다.

평소에는 젊은 세대와 유연하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면서도, 복음의 핵심을 전할 땐 강력하게 이끌어 주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지역교회 리더들이 갖춰야 할 리더십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도 고무적인 현상이 있다면.

“요즘 청소년, 대학생-청년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예배 사역팀들을 보면, 예배 사역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아이자야식스티원은 예배 사역으로 몰려든 젊은이들을 공동체 말씀 읽기(PRS) 등으로 양육을 해요. 뜨겁게 예배를 드리지만, 한편으로 꾸준하고 차분하게 말씀의 깊이에 젖도록 이끄는 것이지요.

제이어스는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과 연대해 새로운 무브먼트를 일으키고 있어요. DTS에서 꾸준히 해 온 ‘내적 치유, 세계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 등을 통해 현 세대의 가장 큰 문제 즉 개인의 망가진 내면과 뒤틀린 세계관을 보듬으면서, 동시에 훈련에 BAM을 적용해 젊은 세대를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비즈니스 세계 속 예수의 제자로 세우고 있습니다.

남혐·여혐, 성 정체성 혼란, 불건전한 재정관을 가진 청년들이 훈련을 통해 마음부터 다 치유돼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 후 BAM은 훈련의 막바지 이들이 비즈니스 세계로 장차 돌아간 후, 가서 예수의 제자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나누게 됩니다. 저는 이런 건강하고 균형 있는 예배·양육 방식이 좀 더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

기성 세대는 청소년이나 대학생·청년들이 마냥 걱정되시겠죠. ‘숫자가 줄어든다, 눈에 안 보인다…’, 실제로 우려스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어른들이 하는 우려의 대부분은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와 성향과 감성이 많이 달라서 그렇게 보일 뿐이에요.

지금 이 시간에도 건강한 젊은 목회자와 선교 현장가들이 계속 세워지고 있고, 그들이 다음 세대를 케어하고 있으니, 그저 걱정만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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