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 듯
영국 기독교인 중 거의 40%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공개하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반유대주의 증가와 영국 기독교인들 사이의 자신감 위기 등의 추세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삶 속의 신앙 영향 연구소’(Institute for the Faith of Faith in Life, IIFL)가 ‘화이트스톤 인사이트’(Whitestone Insight)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대인 응답자 중 38%가 “내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라는 진술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에 동의한 무슬림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제이크 스콧 IIFL 사무총장은 기독교인들이 신앙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조사에 참여한 기독교인 중 28%에 달하는 ‘유일주의자(exclusivist)’들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할 의지’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일주의자는 자신의 종교가 유일하고 참된 신앙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스콧은 기독교인들의 자신감 위기가 ‘문화적 기독교인’(cultural Christians)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적 기독교인은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에 자주 가지 않으며, 기독교 신앙에 강한 동질감이 없는 기독교인을 의미한다. 스콧은 “그들은 자신이 진정한 기독교인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신앙에 대한 태도에서 세대별 차이를 드러냈다. 18~24세 영국인 중에서는 직장에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30%에 불과했으나, 65세 이상에서는 50%에 달했다. 그러나 젊은 영국인들은 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더 열정적이었다. 18~24세 중 72%는 “종교가 삶의 목적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한 데 비해, 65세 이상은 47%가 이에 동의했다.
종교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36%였으며, 신앙을 가진 영국인들 중에서는 55%로 더 높았다. 또한 직장에서 종교를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는 42%였으나, 41%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영국에서 여전히 상당한 중요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중 62%가 “기독교 유산이 영국 문화에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으며, 73%가 “다양한 종교 간에 우정을 쌓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조사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신앙이 부흥할 조짐을 시사했다. 특히 Z세대 응답자들은 다른 세대보다 종교적 참여와 종교 간 상호 작용이 더 높게 나타났다. 18~24세의 상당수는 자신의 신앙이 유일한 진리라고 믿으며,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더 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인들은 언론의 종교적 보도에 대한 신뢰도는 낮았다. 표본 응답자 중 21%만이 “종교에 대한 언론 보도에 균형이 잡혀 있다”고 믿었으며, 51%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언론이 종교에 관한 보도를 더 많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3%가 반대했다.
영국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인구 조사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기독교인 수는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2021년 기독교인 수는 2,750만 명으로 10년 전의 3,320만 명에 비해 감소했다.
영국의 유대인 인구는 2011년 26만 3,346명에서 2021년 28만 7,36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영국 내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은 급증했다.
이번 조사는 영국 성인 2,064명을 대상으로 5월 1일부터 2일까지 온라인으로 실시됐으며, 데이터는 모든 영국 성인을 대표할 수 있도록 가중치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