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이 임명한 가톨릭 주교, 바티칸 국제 회의 기조연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중국 상하이 교구장 조셉 션 빈 주교.  ⓒ롬 리포트 보도화면 캡쳐

▲중국 상하이 교구장 조셉 션 빈 주교. ⓒ롬 리포트 보도화면 캡쳐
중국 당국이 임명한 주교가 바티칸이 주최한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바티칸은 1924년 중국 가톨릭교회의 첫 번째 공식 공의회 ‘콘칠리움 시넨스’(Concilium Sinense)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상하이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콘칠리움 시넨스 이후 100년: 역사와 현재 사이’라는 제목의 이 행사는 교황청립 도시대학, 교황청 매체인 아젠지아 피데스, 중국사목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상하이 교구의 조셉 션 빈(Joseph Shen Bin) 주교는 “역사적으로 교회와 중국 정부 사이의 문제는 부분적으로 일부 선교사들의 ‘유럽의 문화적 우월감’에 기인했다. 기독교는 중국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킨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중국주교위원회에 의해 임명된 그는 “중국 정부는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전면적으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구하고 있다. 교회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며, 오늘날의 중국 사회와 문화의 상황에 부합하는 중국화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가톨릭 성직자와 평신도들에게 “조국과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 발전과 인민의 복지를 긴밀히 연결하도록” 권유했다.

지난 10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종교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규제를 동반한 ‘중국화’ 계획을 추진해 왔으며, 종교단체가 중국과 사회주의적 특징과 가치를 장려하도록 했다.

2019년, 중국에서 국가 승인을 받은 개신교회를 이끄는 중국 정부 관리는 기독교에서 서구의 ‘흔적’을 제거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독교회를 ‘중국화’하기 위한 5개년 계획에는 불교 경전과 유교 가르침을 사용해 신약성서를 다시 작성하는 것이 포함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회의에서 영상을 통해 “1924년 공의회가 대국인 중국 내 가톨릭 교회의 여정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단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 콘칠리움 시넨스에 모인 교부들은 진정한 공동합의체 경험을 했으며, 함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며 “성령께서는 그들을 하나로 모으셨고, 그들 가운데 화합을 이루셨다. 또 많은 이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길로 그들을 인도하시고, 심지어 난관과 저항도 극복하셨다”고 했다.

이어 “가톨릭교회의 역사는 인내와 시련의 시기를 통해서도 예상치 못한 길을 걸어 왔다”며 “하느님 백성의 신앙은 상하이 공의회 전후를 통틀어 이 기간 내내 현재까지의 길을 보여주는 나침반이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 가톨릭 신자들은 로마 주교와 일치를 이루어 현재를 걷고 있다. 그들은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자비와 사랑의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신앙을 증언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공존의 조화와 공동의 집 건설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한다”고 했다.

2018년 바티칸과 중국 공산당은 “중국 정부가 주교직 후보자를 제출하면 교황이 그 임명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는” 협약을 맺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기독연대(ICC)를 포함한 일부 성직자와 종교 자유 옹호 단체들은 이 합의를 비판했다.

ICC는 성명을 통해 “교황청이 권위주의 국가에서 활동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지하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 자유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라진 많은 성직자들이 돌아오지 못한 반면, 바티칸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때로는 공식 교회에 합류하기 위해 복종했다는 이유로 ‘재교육’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바티칸은 2022년 10월 중국과의 협정을 갱신했다. 협정에는 정부가 주교직 후보자를 바티칸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중국은 2023년 4월 션 빈 주교를 임명하며 그 협정을 위반했다.

당시 교황청 공보실의 마테오 브루니 국장은 “교황청은 중국 당국의 주교 이적 결정을 며칠 전 통보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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