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로버트슨 목사, 英 크리스천투데이에 칼럼 게재
호주 시드니의 데이비드 로버트슨(David Robertson) 목사가 최근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호주의 연속적인 비극은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한다’(Back to back tragedies in Australia give pause for thought)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스코틀랜드개혁교회 목회자이자 호주 ‘제3공간’(Third Space) 대표로서 ‘ASK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데이비드 로버트슨 목사는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도킨스가 펼치는 무신론 세계의 자의적이고 비논리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스스로 있는 신>(The Dawkins Letters)을 집필한 바 있다. 다음은 해당 칼럼 전문.
지난 주말 시드니의 유명한 본다이 비치 근처의 대형 쇼핑센터 웨스트필드에서 발생한 공포심의 깊이를 우리가 다 이해하기 어렵다. 호주 럭비 리그 셔츠를 입은 40세 남성은 무해한 군중의 평범한 일부로 보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칼로 6명을 살해하고 아기를 포함해 1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망자에는 아기의 엄마, 건축가, 경비원으로 일했던 난민, 조지아 출신의 예술가, 결혼식을 위해 쇼핑에 나선 신부 등이 포함됐다. 사망자 6명 중 5명이 여성이었고, 생존자 8명도 여성이었다.
살인과 그에 대한 반응은 우리 사회의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 등 많은 것을 드러낸다. 그런 무의미한 폭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예를 들어, 아기를 보호하려다가 죽은 어머니를 생각해 보라. 애슐리 굿(Ashlee Good) 박사는 총에 맞아 살해당하기 전에 유모차에서 자신의 아기를 꺼내 낯선 이들에게 건네 줬다.
여경 에이미 스콧 경위는 그 남성이 총을 쏘려고 할 때 그와 대면해서 그를 죽였다. 아마 더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려는 살인범을 막기 위해 위험에 뛰어든 두 남성도 여러 생명을 구했다.
그리고 살해된 경비원도 있다. 파라즈 아마드 타히르(Faraz Ahmad Tahir)는 아흐마디야(Ahmadiyya) 무슬림 공동체의 일원으로 파키스탄에서 호주로 건너온 난민이다. 아흐마디야족은 그곳에서 정통 무슬림들에게 박해를 받고 있다.
사건과 관련된 많은 이들의 인간 본성의 최고의 모습으로서 용기와 긍휼은 보여 줬다. 그러나 물론 우리는 최악의 상황도 목격했다. 특히 (사건에 대한) 반응에서 그러했다.
안타깝게도, 순간적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린다. 시드니에서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일부 유명 평론가를 포함해 “이것은 이슬람 공격의 또 다른 예시”라고 선포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훨씬 더 끔찍하게도, 몇 시간 만에 젊은 유대인 학생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확산됐다. 일요일 오전에 일어났을 때, 그의 이름이 인터넷 전체에 퍼졌다. 깨어 있는 시간마다 팔레스타인에 관해 논평하는 이들은 ‘유대인 테러리즘’에 대해 바로 만족해했다. 호주의 한 TV 방송은 그를 용의자로 지목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그의 이름은 소셜미디어에서 5만 번 이상 언급됐다.
이슬람주의? 유대인 테러? 누락된 유일한 것은 평소 ‘극우’ 외침이었다. 진실은 살인자가 무슬림이거나 유대인이거나 심지어 극우 성향을 표현했더라도 살인과는 거의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살인은 심각한 정신 건강 질환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러한 비극 속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에 대한 ‘증거’를 찾으려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부족화 때문이다.
정신 건강에 관해 말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량 학살자가 아니다. 우리는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 또 정신 건강을 악의 구실로 사용하도록 허용해서도 안 된다. 누군가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으며 모든 도덕적 감각을 잃을 수 있지만, 이는 극단적인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만 드물다.
퀸즐랜드 출신의 진짜 살인자 조엘 카우치(Joel Cauchi)는 범죄 기록은 없었지만 정신분열증과 관련된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한 달 전 시드니에 도착해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칼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의 페이스북 게시물은 서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방문, 카레 먹기에 대한 관심 등 평범함이 물씬 풍긴다. 그러나 자신을 매춘하는 남성으로 노골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가 심각한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 (사실) 자체로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특히 결국 이러한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폭력과 매춘을 조장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개인이 살기에는 건강하지 않은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상황은 훨씬 더 나쁠 수 있었다. 나는 호주인들이 총을 소지했다면 이러한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이는 최소한 단순하고,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카우치가 총을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는 포트 아서(Port Arthur) 스타일의 학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1996년 태즈매니아 포트 아서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5명이 사망했다. 그 후 호주의 총기법은 자동 및 반자동 무기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대폭 강화됐다. 이 법안이 지난 주말 시드니를 포함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웨스트 시드니의 웨이클리에 있는 아시리아정교회에서 마르 마리 엠마누엘 주교와 다른 세 사람이 칼에 찔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엠마누엘 주교는 잘 알려진, 때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독교 평론가이며, 실시간으로 방송되던 예배에서 칼에 찔리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뉴사우스웨일스 정부는 이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선언했다. 그 이유는 10대 공격자가 이슬람 신앙에 의해 동기가 부여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뉴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주교가 자신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공격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공격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 공격으로 교회 밖에서 폭동이 일어나 경찰 차량 20대가 파손되고 경찰관을 포함한 여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우리는 깨어진 마음, 깨어진 몸, 깨어진 가정, 깨어진 마음, 깨어진 사회가 존재하는 깨어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우리는 치유를 위해 기도하고 갈망할 뿐이다. 궁극적으로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오는 치유다. 우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주여, 어느 때까지니이까’라고 부르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