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성직자, ‘간첩 혐의’로 러에 체포돼 징역 12년 위기

뉴욕=김유진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정교회(OCU) 본부 ‘성 미하일 황금돔 수도원’.   ⓒ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정교회(OCU) 본부 ‘성 미하일 황금돔 수도원’. ⓒ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의 한 성직자가 약 1년 전 러시아 점령군에 납치된 뒤 간첩 혐의로 비밀 재판을 거쳐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인권감시단체 포럼18(Forum 18)이 밝혔다.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정교회(UOC) 소속인 코스티안틴 막시모프(40) 신부는 지난해 러시아 형법 276조에 따라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의 러시아 검찰청은 3월 29일 웹사이트를 통해 그 재판 결과를 발표했다.

포럼18에 따르면, 검찰청은 “막시모프 신부가 2022년 4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도시 및 지역에 위치한 러시아 항공 방어 기술 장비의 배치 좌표와 관련된 정보를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에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 메신저를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막시모프 신부는 체포 직전까지 자포리자주의 토크막에 위치한 ‘성모 마리아 승천 교회’(Church of the Assumption of the Blessed Virgin Mary)를 섬겼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5월 총가르 마을에서 이 신부를 멈춰 세운 뒤 체포했다. 당시 그는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의 국경선을 지나고 있었다. 그의 신변에 대한 정보는 체포된 후 재판 발표 이전까지 10개월 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자포리자의 러시아쪽 행정 수반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막시모프 신부의 유죄를 주장했다. 로고프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공범이 키이우에 있는 감독관들에게 기밀 데이터를 전송하다가 적발됐다”며 “정보 유출은 러시아와 자포리자 지역 모든 주민들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말했다.

포럼18에 따르면, 점령 지역에서 점령국은 자국의 법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재판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1907년 10월 18일 헤이그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승인한 점령법(laws of occupation)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제43조는 “합법적 권력의 권한이 점령자에게 이양될 때, 그 나라에서 시행 중인 법률을, 절대적인 방해가 없는 한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포럼18은 러시아 당국에 수 차례 연락했지만, 신부와 관련된 재판일과 관련 변호사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지 못했다. 

검찰청에 따르면, 법원 심리는 자포리자주의 멜리토폴에 위치한 러시아 자포리자 지방 법원에서 열린다. 반면 자포리자 러시아 점령지 변호사협회 회장인 옐레나 샤포발로바는 실제 법원 장소가 심페로폴의 크림 대법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크림 대법원 웹사이트에는 재판이 공지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또 다른 성직자인 블라디미르 사비스키 신부는 막시모프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며, 비밀 법원 재판 소식에 “끔찍하다”고 전했다. 사비스키 신부는 러시아정교회가 베르단스크 교구를 지배하도록 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포럼 18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러시아인들은 나에게도 이런 협박을 했다”며 “만일 그들이 나를 추방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와 함께 감옥에 갇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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