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연령 높이는 법 개정 촉구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11일(이하 현지시각) 강제 결혼과 개종에 노출돼 있는 파키스탄 내 소수종교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인구의 96%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 정부가 소녀들의 법적 결혼 연령을 18세로 높여 착취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네바에서 성명을 내고 “소수종교 공동체에 속한 젊은 여성들과 소녀들이 극악무도한 인권 침해에 노출되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용인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를 포함한 소수종교 소녀들의 강제 결혼과 개종이 법원에 의해 승인됐으며, 종종 피해자를 부모에게 돌려보내기보다는 납치범과 함께 있게 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법을 사용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경찰 측이 ‘사랑의 결혼’을 빙자해 범죄를 일축하는 등, 가해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조혼·강제결혼 등이 종교적·문화적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피해자가 18세 미만인 경우 국제법에 따라 동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법적 결혼 연령이 파키스탄 신드주에서는 소녀와 소년 모두 18세 이상이고 펀자브주에서는 소녀가 18세 이상인 반면, 파크툰크와와 발로치스탄의 경우 소녀가 16세 이상이다.
또 배우자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는 인간으로서의 삶과 존엄성, 평등의 핵심이며, 법으로 보호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강압에 의해 체결된 결혼을 무효화하거나 해산하기 위한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관련 여성과 소녀들을 적절히 고려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법, 구제, 보호 및 적절한 지원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아동권리협약 제14조에 따르면, 아동을 위한 권리와 자유는 성별,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여타의 의견, 출신 국가 또는 사회, 소수민족과의 관련,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지위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당국은 결혼이 배우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동의에 의해서만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법을 제정하고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 또 결혼의 최소 연령을 여자를 포함해 18세로 해야 한다. 여성과 소녀들은 기독교와 힌두교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을 포함해 차별 없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가해자를 처벌하고, 아동 결혼, 조혼 및 강제 결혼, 소수자 소녀 납치 및 인신매매에 대한 기존 법적 보호를 강화하고, 국가의 국제 인권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특별보고관은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의 일부로서, 유엔 인권 체계에서 가장 큰 독립 전문가 집단인 특별절차는 특정 국가 상황이나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주제 문제를 다루는 이사회의 독립적인 사실 조사 및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관한 의회 그룹이 2021년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타종교 소속의 소녀들 약 1,000명이 납치돼 강제 개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자유수호연맹 아시아 책임자인 테미나 아로라(Tehmina Arora)는 “파키스탄 전역의 통일된 결혼 연령과 사법부의 세심함이 전국의 소녀들, 특히 취약한 기독교 공동체에 속한 소녀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아로라는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미성년 소녀들이 납치범에 의해 강제로 개종하고 결혼한다”며 “누구도 납치, 강제 결혼, 강제 개종의 공포를 겪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정부가 종교적 소수자를 확실히 보호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극단주의를 비판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 때문에 세계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서 가장 소외되고 박해받는 집단에 속하는 기독교인, 힌두교인, 아마디교도를 대상으로 한 탄압의 기세는 둔화되지 않았다.
파키스탄은 오픈도어가 선정한 2024년 기독교 박해국가 순위에서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7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