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내디딘 이주민 사역, 이젠 교인들도 ‘올인’”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이주민 선교 컨설테이션’서 나무아래교회·사랑의교회 사례 나눠

▲교회 개척 때부터 함께한 유학생 자매를 ‘역파송 선교사’로 임명하는 나무아래교회 이상화 목사(오른쪽). 이 목사는 “이 자매를 도우려는 작은 시작이, 교우들 전체가 이주민 선교훈련을 받게 되고 이주민 선교사로 임명받아 삶을 헌신하게 되는 아름다운 열매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교회 개척 때부터 함께한 유학생 자매를 ‘역파송 선교사’로 임명하는 나무아래교회 이상화 목사(오른쪽). 이 목사는 “이 자매를 도우려는 작은 시작이, 교우들 전체가 이주민 선교훈련을 받게 되고 이주민 선교사로 임명받아 삶을 헌신하게 되는 아름다운 열매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국내에 머무는 이주민은 2022년도 기준 226만 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지역교회가 어떻게 이주민 선교를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개최한 <2024 이주민 선교 컨설테이션>에서는 ‘의도치 않게’ 이주민 선교에 발을 내디디고, 사역을 정착·발전시켜가는 사례들을 공유해 관심을 끌었다.

유학생 성도 도우려다 교회 DNA 통째로 바꿔

나무아래교회(이상화 목사)는 2019년 모교회인 대전 새로운교회에서 단 23명의 성도들이 함께 분립 개척한 작은 교회다. 그런데 한 중국인 유학생 자매 성도가 위디국제선교회에서 MMTS 이주민선교훈련을 받은 것이 이 교회의 DNA를 통째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목사는 “개척하기 전 ‘선교적 교회’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 계획하진 않았는데 순종하며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어느새 하나님께서 선교적 교회로 세워가고 계셨다”고 말했다.

교회 개척 때부터 함께한 이 자매는 유학생활 약 5년 동안 헌신적으로 교회를 섬겼다. 교사로 몇 년을 밤을 지새우고 눈물을 흘리며 성경학교 공과를 준비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다해 섬겼다. 이 목사는 “귀국 후에도 고향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 주고 싶다는 거룩한 부담감으로 위디선교회를 노크했다”고 전했다.

홀로 훈련받으라고 할 수 없어, 이 목사와 청년 리더 한 명이 함께 훈련에 등록했다. 마침 코로나로 온라인 강의도 개설됐고, 순전히 이 자매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훈련에 예상치 못한 은혜가 임했다. 그는 “선교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에 새로운 시각이 열렸다. 이후 교인들에게도 이주민 선교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이후 직접 위디선교회 문창선 선교사를 초청했고, 이 자매 역시 강의를 통해 감동을 받아 이주민 선교의 비전을 품었다. 14주의 클래식 과정을 마치고는 스스로 8주 심화 과정을 결심했고, 이 목사도 덩달아 참여했다. 그는 “이렇게 저는 참 작았다. 그 자매를 돕겠다는 마음만 있었고, 어떤 계획을 갖지도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자매를 통해 우리 교회를 이주민 선교의 장으로 한걸음씩 인도하셨다”고 말했다.

이 자매의 변화된 마음은 교우들이 MMTS 훈련을 받는 도화선이 됐고, 3년간 개척에 동참한 교우들은 물론 새가족도 자연스럽게 MMTS 훈련을 받는 문화가 형성됐다. 낯가림이 심한 이 목사에게 외국인을 상대로 말을 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대전지역 유학생 선교단체 SEM 등의 도움을 받아 유학생 모임을 이어갔다.

이후 MMTS 훈련을 수료한 교인들이 배재대, 목원대, 카이스트에서 유학생 섬김 봉사에 참여하고, 카이스트 텐트메이킹 미션동아리에 가입해 이주민 선교활동도 나섰다. 또 유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교제하고, 한국어 토픽 시험 공부를 도우며 봉사점수를 위해 함께 구세군 자선냄비 활동을 하고, 성탄음악회·파티 등을 열기도 했다.

위디선교회에서 특강을 전할 정도로 이주민 선교의 비전을 갖게 된 그 자매를 ‘역파송 선교사’로 임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중국인으로서 안전에 대한 염려와 선교사라는 호칭에 대한 심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때 이 목사에게 한 생각이 스쳤다. “우리 교인들 모두 훈련을 받았으니, 모두를 선교사로 세우면 어떨까. 왜 한국 교인들은 ‘돕는 자’라고만 생각했을까.”

그는 “이 자매를 도우려는 작은 시작, 그리고 선교사로 임명하려 했던 시도들이 결국엔 나무아래교회 교우들 전체가 이주민 선교훈련을 받게 되고 이주민 선교사로 임명받아 삶을 헌신하게 되는 아름다운 열매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226만 시대를 맞이했다(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pixabay
▲국내 거주 외국인 226만 시대를 맞이했다(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pixabay

베트남 엄마의 요청, 한국어교사 양성 사역 시작

사랑의교회는 2015년부터 교회 내에 이주민선교에 뜻을 가진 몇몇 사람이 기도 모임을 가졌고, 2018년 3월 정식으로 ‘디아스포라선교회’를 설립했다. 이 선교회를 이끄는 권이영 집사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앞서 이 사역을 잘하는 교회와 센터를 찾아 견학하고 리서치하는 동안, 우리에게 맞는 사역의 방향을 찾아 배우고 연구했다”고 했다.

권 집사는 “교회 위치상 이주민들이 쉽게 찾아오기 어렵겠다는 점과, 그나마 가르치는 것은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에 먼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준비하던 중 한 베트남 엄마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교사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써 온 알림장을 엄마가 읽지 못해 숙제를 못 해간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국어 교사를 보내기 위해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을 찾았지만, 어느 한 사람 멀리 가려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사명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은퇴교사, 해외선교를 가고자 했지만 이루지 못한 이들, 선교를 하고 싶어하지만 막막해하는 이들을 만났고, 자격증은 없지만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어교실을 시작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고,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그는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기초뿐 아니라 이주민선교에 대한 이해와 선교 마인드를 심어줌으로, 진정한 선교 동역자로 세우게 되는 이주민 사역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어 사역은 양성과정 수료자가 교회 내에서 한국어교사로 헌신할 뿐 아니라 한국어교사가 필요한 이주민센터나 교회에 파송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어를 가르칠 뿐 아니라 때론 같이 교제하고 산책하고 영화를 보고 음식을 만들며, 멘토로 상담하고 복음을 전하고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그는 “하나님께서 매년 자연스럽게 이주민교회를 연결시켜 주셨고, 현재는 서울과 경기도 14개 이주민센터 및 지역교회에 한국어교사를 파송해 한국어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센터의 동역자도 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는 인간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연약한 사람을 부르셔서 길을 열어 주셨다. 우리 공동체가 나그네들을 눈여겨 보셨던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는 이주민선교 공동체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위디선교회 문창선 선교사는 이날 ‘이주민 선교를 위한 세부 매뉴얼’로 1. 이주민들을 향한 비전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2. 올바른 태도를 가지라 3. 당신의 이웃을 조사하라 4. 통전적 사역을 시작하라 5.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갖추라 6. 진정한 관계를 만들도록 격려하라 7. 이주민 성도들이나 교회들에게 선교를 위해 권한을 부여하라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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