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9) 선인장 가시
선인장 가시, 수분 공급 통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시 많아
안 찔리고 장미꽃 만질 수 없어
가시 힘들게 해도, 뽑지 말라
가시 때문에 고난을 이기는 법
다시 일어나 가시 향해 절하라
우간다의 선교사 중 선인장을 재배하는 분이 있다. 어느 날 그의 농장을 방문해 모처럼 자세히 선인장을 들여다 보았다. 선인장의 몸에는 온통 숭얼숭얼 가시들이 붙어 있었다.
놀란 것은 선인장의 가시는 본래 잎이었다는 것. 뜨거운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인장은 스스로 가시가 되었다. 보기에도 섬뜩한 가시가 본래 잎이었다니.
더 놀란 것은 그 무서운 가시가 선인장에게는 생명의 통로라는 것. 비가 오면 빗물을, 아침에는 이슬을…, 가시는 그 작고 날카로운 몸통을 통해 쉴 새 없이 생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다가 한 번 더 놀랐다. 선인장 윗부분으로 갈수록 가시는 적어지고, 아랫부분에는 아직도 가시가 많았다. 윗부분은 그만큼 물이 없어도 살아가고, 아랫부분은 이 더 물이 필요하다는 뜻.
그래서 동물들에게 먹히는 곳은 언제나 가시가 없는 윗부분이다. 가시가 많은 부분은 여전히 가시 때문에 보호받고, 가시 때문에 공급받는다. 선인장은 결국 가시 때문에 숨쉬고, 가시 때문에 살아간다.
우리에게 가시는 왜 있고, 가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과일나무는 심어야 나고 가시나무는 심지 않아도 나듯, 인생은 언제나 행복한 열매보다 찌르는 가시가 더 많은 이유를 아는가?
가시에 찔리지 않고는 장미꽃을 만질 수 없고, 이스라엘 봄동산에 샤론의 꽃이 피기 전 무성한 가시와 엉겅퀴가 덮히고, 오늘 내가 여기 아프리카에 있고 오늘 당신이 거기 숨쉬며 살고 있는 이유를 아는가?
가시로 왕관을 삼으신 그 분처럼, 손수건 하나로 남은 치료했으나 자신은 평생 가시를 달고 다녔던 또 다른 분처럼, 우리는 가시 때문에 고난 당하지만 가시 때문에 고난을 이긴다는 것을 아는가?
가시 때문에 오늘도 힘든 당신,
인생의 가시를 뽑지 말라. 가시 없이 햇빛에 말라 죽는 선인장이 되기보다, 아직도 생수가 필요한 목마른 가시가 되도록.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나 당신의 가시를 향하여 절하라. 인생은 가시 때문에 힘들지만, 또한 가시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이윤재 선교사
우간다 쿠미대학 신학부 학장
Grace Mission International 디렉터
분당 한신교회 전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