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교회 음악 시스템 구축하는 김치곤 목사
무보수 음악감독으로 시스템 구축
악기도 헌물… 팔아먹었다 오해도
사역자 선발해 지휘·악기 등 교육
바른 성경적 찬양 문화 정착 노력
적지 않은 교회들이 지휘자와 솔리스트(성악), 악기 연주자들에게 소정의 ‘사례’를 지급하면서 예배 시 찬양대와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님께 최고의 찬양을 드리기 위해, 그리고 음악 전공자들의 전도 및 양육을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해당 교회 성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실력 향상 기회 부재 등 여러 부작용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에서 무보수로 여력이 없는 교회들의 음악 사역 전반을 맡아 교회마다 3-4년 동안 지휘와 악기 연주자 등을 양성해준 뒤 미련없이 새로운 교회로 떠나는 사역자가 있다. 특히 해당 교회에 필요한 악기들을 자비로 마련해 헌물하기도 한다.
이러한 무료 재능기부로 교회들을 순회하며 돕고 있는 김치곤 목사는 “직업이 있으니 밖에서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일하고, 교회에서는 봉사하려 한다”며 “가는 교회마다 3-4년간 봉사하면서 일꾼들을 길러내고, 전공자가 아니라도 지휘자와 악기 연주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 놓고 나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 찬양’을 강조하는 김치곤 목사는 “찬양은 영어로 워십(worship)이다. 하나님을 존귀하게 하는 것이 찬양이지,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를 마음대로 부르고 남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며 “예배가 예식이 돼선 안 되고, 찬양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그대로 증거하는 입술의 열매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김치곤 목사는 서양 음악의 본고장이자 과거 르네상스가 꽃피었던 이탈리아 유학 경험을 토대로 피렌체 국제아트엑스포를 매년 개최하며 현지에 한국과 우리 전통 음악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다. 다음은 김치곤 목사의 이야기.
-교회 순회 무료 재능기부 계기가 있으신가요.
“현 시대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를 원하지만, 하나님의 영광 자체를 회복하지 못한 교회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본주의에 기반해 그 영광을 왜곡하면서 매우 혼란한 상태라고 봅니다.
다윗이 왕이 된 직후 맨 먼저 한 일은 하나님의 영광을 회복하는 일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언약궤, 즉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가져오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찬양의 지파인 유다 지파를 통해 영광을 회복하시기 원하셨기에 유다 지파의 대표적인 찬양의 사람 다윗을 통해 영광 받으시기를 원하셨고, 그 뿌리에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신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를 주셨습니다.
이 땅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기에 저 또한 모든 교회를 위해 섬기는 종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순회 재능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대형교회 성가대를 지휘하고 중소형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찬양 세미나를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음악적 미자립교회들이 너무나 많고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중소형 교회들과 3-4년 동안 계약을 맺고 무보수 음악감독으로 봉사하면서 찬양 시스템을 세워 주고, 교회 청소년들부터 대학·청년부 등 젊은 사역자들을 선발해 지휘와 성악, 음악이론, 피아노, 키보드, 예배용 오르간 등을 가르쳐 신실한 예배위원으로 세우는 일에 소명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현대 교회들이 잘못 받아들인 찬양 문화를 성경에 입각하여 바로잡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찬양이 무엇인지, 왜 찬양해야 하는지, 또 왜 교회에서 성가대원 또는 찬양대원으로 봉사하는지, 그리고 그 의미와 가치를 성경에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등을 상고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미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더 깊은 복음을 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배 오르간 반주와 성가대 지휘로 봉사하는 아들과 함께 동역하면서 같은 신앙관과 세계관을 공유하게 돼 기쁩니다. 신학을 공부한 아내가 이탈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게 된 이유도 이 사역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관련된 에피소드나 간증이 있으시다면.
“주로 하는 일이 교회들을 돌며 찬양세미나를 하는 것입니다. 음악적 부분보다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진정한 찬양과 그 찬양이 하나님 구속의 경륜 가운데 오롯이 녹아들어 우리 찬양이 그 이름을 증거하는 입술의 열매라는 사실을 알리면, 그렇게 힘들던 성도들의 교회 찬양 봉사가 기쁨과 감사로 바뀌는 현상을 매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찬양대원들 중 심각한 우울증에 사로잡혀 목숨을 버릴 생각까지 하던 분들도 찬양 가운데 치유되는 모습들을 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점점 더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 안에서 자라가는 것을 봅니다. 이보다 귀한 삶은 없을 것입니다.”
-무료로 재능기부를 하니, 오해도 많이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음악감독으로 부임해 가면 찬양대원들이나 교인들은 저를 잘 모르기에, 제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왔는지 궁금해합니다. 이 사역을 오랜 기간 해온 저도 한 교회에 처음 부임하면 위축되거나 눈치도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찬양 사역 일환으로 부임해 가는 새 교회에 악기를 헌물하곤 하는데, 그 악기를 교회에 팔아먹었다는 오해를 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처음 오는 사람이 사례도 받지 않고, 교회 재정에서 찬양대 예산을 쓰지도 않겠다니 절로 불안해지는 거지요.
‘악기를 헌물할 합리적 이유도 없지 않은가?’ 하는 의문에는 저 역시 동감합니다. 앞으로 제가 풀어가야 할 숙제라 생각하고, 신중하고 지혜롭게 처신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피렌체에서 국제아트엑스포 열어
이탈리아 내 한국 음악 홍보 역할
한국민 문화, 서양에 뒤지지 않아
가톨릭 국가에, 문화와 복음 전파
-교회 사역 못지 않게 바쁜 피렌체 국제아트엑스포를 소개해 주신다면.
“피렌체 국제아트엑스포의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에 속한 ‘만토바’라는 도시에서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는데, 졸업하던 해 학교 측에서 한국 세미나를 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여러 학교 교수님들을 초청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제 자전적 이야기를 현지 연극배우가 낭송하는 시간도 갖고, 아내가 김밥, 경단, 잡채 등을 만들어 손님들을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그 세미나의 이슈는 하나였습니다. ‘한국에서 성악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탈리아의 학교는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다음 해인 1997년 국제 문학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다시 한 번 자전적 이야기를 공연한 것이 피렌체 국제아트엑스포의 기원이 됐습니다. 현재 현지에서 매년 3백여 명의 한국인들이 참가하는 음악페스티벌을 열고 있으며, 저는 피렌체 트릴로 음악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역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페스티벌에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평생 스승 ‘레오네 마지에라’ 선생님, 안드레아 보첼리가 소속된 기획사 ‘비르지니오 페델리’ 대표, 런던 심포니 수석지휘자를 역임한 ‘잔루이지 잠피에리’ 선생님 등 최고 수준의 음악가들이 모여 동·서양의 음악을 교류하는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본고장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고 계시네요.
“이탈리아는 5천 년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도 5천 년 역사가 있습니다. 다만 온 유럽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 문화는 서양의 그것과 비교해 뒤지는 면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서양 문화를 선도합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한지’는 이탈리아 고(古) 미술 작품들을 복원하는 재료로 선정돼 사용되고 있지만, 그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종이라면 중국이 앞선다고 알지만, 이탈리아가 선택한 종이는 ‘한지’입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금속활자 ‘직지’가 구텐베르크보다 70년 앞서 발명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유럽인들은 거의 없습니다. 알더라도 극구 부인하려 하지요. 구텐베르크마저 우리의 ‘직지’ 기술을 배워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설이 맞다고 봅니다.
음악은 또 어떻습니까? 서양 음악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음계·음정·소리, 그리고 서양 악보로 표기할 수 없는 정간보 등 유럽 어디에 내놔도 혀를 내두를 만큼 탁월한 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입이 아플 정도로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를 앞으로 두고두고 가르치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비교하셨을 때 우리 전통문화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단순한 걸 갖고 다양하게 노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합창은 하모니가 있어 아름답지만, 우리 민요를 단선율로 함께 부를 때 그 힘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입니다. 지난 2월 페스티벌에서 인간문화재 이춘희 명창님과 문하생들이 무대에 올라 경기민요를 부를 때, 이탈리아 현지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역시 대동단결입니다.
이러한 문화를 지닌 민족이기에, 한데 뭉쳐 고난의 시대를 극복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풀어주실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아직 안 풀어주시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 민족이 너무 잘나서, 인류 역사에 오버할까 봐 그러시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웃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요.
“아직은 큰 틀에서 대한민국을 조금 잘사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 정도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대만이나 싱가포르를 떠올리는 정도라고 보면 얼추 맞을 듯합니다. K-컬처가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지만, 제한된 영역과 특정 세대에 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딱히 그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우리 전통 음악이나 무용·미술을 접하는 현지인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보편적으로 공연을 저녁 9시에 시작해서 아무리 길어야 10시 반 정도면 끝납니다. 그런데 우리 전통 음악과 춤이 공연될 때는 밤 11시 반이 되어도 집중해서 관람하는 것을 봤습니다. 흡인력일 텐데, 이 힘이 이탈리아를 비롯한 온 유럽이 대한민국을 정의(定義)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에 복음을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믿는 자들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복음화 대성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일찌감치 복음의 큰 은혜를 받은 우리 민족의 영적 파워를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찬양과 노래 달라, 하나님께 영광
복음 왜곡하는 노래, 철저히 금지
전 연령 찬양대 세우는 것이 비전
교회 섬길 찬양 지도자들 길러야
-한국 교회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한국교회는 ‘찬양’이라는 개념을 너무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교회에서 불리는 모든 노래를 찬양이라 해 버립니다. 성경은 찬양과 노래를 엄격히 구분하여 말씀합니다. 개인의 다짐이나 신앙고백이 담긴 노래를 찬양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저 노래입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존귀하게 섬기는 자리가 예배이듯, 하나님만 노래할 때 비로소 ‘찬양’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금송아지를 여호와라고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을 답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나 예배자, 찬양자가 되는 것입니다.
복음을 왜곡하는 노래는 단호히 금해야 하고, 찬양과 노래를 구별하면서 왜 손을 드는지, 왜 소리를 지르는지, 왜 무릎을 꿇는지 등 본질적 이유를 성경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찬양 속에 들어와 있는 적그리스도 역사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화려한 모습으로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장치를 걷어내고, 하나님과 나만의 영적 예배를 추구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이 있으시다면.
“‘전 연령 찬양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한 분이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합창단을 200명 규모로 조직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계보를 중요하게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내려오는 계보는 아브라함부터 시작하고, 올라가는 계보는 아담을 지나 하나님까지 올라갑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나님의 자손이라는 뜻입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모여 찬양하는 모습에 가장 기뻐하실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또 교회를 섬길 찬양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찬양 학교’를 운영하려 합니다. 특히 교회음악 분야에서 봉사할 지도자를 길러내, 음악적 미자립교회에 파송하여 돕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청소년 문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유럽 지역에는 적그리스도 문화가 존재합니다. 유럽 연수를 통해 한국교회에 잠입해 들어온 적그리스도의 영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고, 크리스천 청소년들이 글로벌하게 자라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지교회에서 찬양으로 섬기는 형제자매들이 찬양을 통해 하나님과 개인적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정말 기쁜 얼굴로 찬양하고 눈물로 찬양한 후 행복하게 돌아가지만, 사생활에서는 우울함과 열패감, 그리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형제자매들이 많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교회가 손을 놓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입술의 열매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입술을 사용하여 당신의 이름을 증거하는 열매를 맺으시려 합니다. 이사야 43장 21절에서 말씀하시듯, 우리로 하나님의 찬송을 부르도록 하시니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의 목적을 이루시도록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즉 모든 이들을 하나님의 노래를 부르는 악기로 발견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