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라면 ‘건국전쟁’과 ‘탈북전쟁’ 모두 봐야”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한국교회, <비욘드 유토피아> 재개봉 추진

목숨 건 탈북 장면에 국제사회 폭발적 관심
영화계 최고 권위 ‘아카데미’ 예비 후보 올라
<건국전쟁>과 개봉일 겹쳐 관심에서 멀어져
“인권에 목숨 건 한국교회 긍정적 이미지도”

▲실제 탈북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lt;비욘드 아카데미&gt;의 한 장면.
▲실제 탈북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아카데미>의 한 장면.

탈북자들이 사선을 넘는 여정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 국제사회의 극찬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가 숨고르기를 거쳐 다시 스크린에 오른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살벌한 감시 속에서 국경을 넘으며 불안에 떠는 실제 탈북민 가족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브로커와 브로커를 거쳐가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생사의 갈림길에,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발걸음을 함께 내디딘다.

북한에서 중국, 베트남과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목숨 건 여정과, 그들을 자유의 땅 한국으로 인도하는 탈북인권운동가 김성은 목사(갈렙선교회)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충격적인 현장을 목도한 세계인들은 이 영화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예비후보에 올렸다.

▲실제 탈북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lt;비욘드 아카데미&gt;의 한 장면.
▲실제 탈북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아카데미>의 한 장면.

국내외의 폭발적 관심도 잠시, 올 초 한국 영화계를 뒤흔든 <건국전쟁>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비욘드 유토피아>는 정치권 이슈에서 완전히 밀려나면서 3만여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천안시 등 일부 지차체에서 영화의 가치를 확인하고 대규모 단체 관람을 추진해 준 점이 그나마 위로가 됐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붙들고 탈북민 구출에 목숨을 거는 곳은 사실상 한국교회가 유일한 상황. “이대로 묻힐 수 없다”는 절박함에 박원영 목사(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와 탈북민 사역을 펼치는 나영수 목사(나눔과기쁨 이사장) 등 기독교계가 ‘비욘드 유토피아 재개봉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19일 배급사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김학중 대표와 기자회견을 갖고, 이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한국교회 “이대로 묻혀선 안 돼”

<비욘드 유토피아>가 처음 개봉한 건 <건국전쟁>과 같은 1월 31일이었다. 개봉일 확정은 <비욘드 유토피아>가 먼저였다. 김 대표는 “국제적인 관심과 외교부, 통일부, 국회 등 여러 정부 기관에서도 상영 계획이 잡히는 등, 영화 흥행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엄청났다. ‘2023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을 비롯해 ‘시드니영화제 최우수 국제다큐멘터리 관객상’ 등 7개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36개 분야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계 최고 권위의 美 ‘아카데미’에서 아쉽게 레드카펫을 밟는 데는 실패했지만,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존재의 기적(INDIEWIRE)” 등의 극찬을 받았다. 입소문으로 관객수를 서서히 끌어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나영수 목사(나눔과기쁨 이사장), 김학중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원영 목사(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가 19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재개봉 추진 계획을 밝혔다.  ⓒ송경호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나영수 목사(나눔과기쁨 이사장), 김학중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원영 목사(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가 19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재개봉 추진 계획을 밝혔다. ⓒ송경호 기자

재개봉을 먼저 제안한 건 한국교회였다. 나영수 목사는 “아버지가 6.25 때 월남한 실향민 2세다. 제게 탈북민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한반도의 현실을 알려야 할 영화다. 통일 교재로도 훌륭하다. 이대로 묻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같은 제안에 김 대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너무 기뻤다”며 “(탈북을 도운) 김성은 목사님도 4월 하버드부터 코넬, 줄리어드 등 미국 명문대를 돌며 탈북민들의 실태를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극장 측의 요구조건이 까다롭지만, 당장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기보다 거점 영화관에서 좌석 점유율을 최소 30% 이상 유지한 후 상영관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한 우영복 씨 가족은 탈북을 위해 12,000여 km를 걸어야 했다. 김 대표는 “국민들 대부분은 탈북 이후의 생활이나, 바다 혹은 휴전선을 통해 넘어온 사례를 접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멀고 먼 여정을 통해 자유를 얻는다. 목숨을 건 여정을 지켜본 관객들은 그동안 접하지 못한 감동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에 다 담아내지 못한 장면도 많다. 김 대표는 “탈북자들이 겪는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잔인하다”고 했다. 먹을 것이 없어 개구리를 잡아먹기도 한다. 북한주민들의 삶은 예상보다 더욱 폭력적이었다. 그는 “관객들의 거부감을 우려해 많은 장면을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배급사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김학중 대표는 &ldquo;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한국교회의 제안을 듣고 너무 기뻤다&rdquo;며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송경호 기자
▲배급사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김학중 대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한국교회의 제안을 듣고 너무 기뻤다”며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송경호 기자

<비욘드 유토피아>가 세상에 나오는데 큰 역할을 한 헐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의 비화도 전했다. 탈북민 이현서의 회고록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을 읽고 감명을 받은 드니로가 사인회 현장을 찾았고, 이 씨는 “탈북민을 주제로 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기억한 드니로가 제작사에 뜻을 전하며, 이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의 힘 상당해… 한국교회 이미지 바꿔낼 것”

박원영 목사는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CGV 홈페이지에 이 영화에 대한 리뷰 2천여 개를 보면, 김성은 목사님이나 기독교를 칭찬하는 댓글도 상당하다. 김 대표님이 ‘울지 마 톤즈’를 제작했을 때 천주교 신자가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영화가 주는 영향은 상당하다. 이 영화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시각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건, 역으로 한국의 실상을 그동안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보다 국제적으로 훨씬 큰 관심을 보였고, 하나님께서 우리 생각보다 더 크게 역사를 주관하고 계신다. 한국교회가 앞장서 달라”고 밝혔다.

본격 재개봉 전 <비욘드 유토피아>의 시사회가 전국에서 진행된다. 오는 3월 25일 박형준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에서 열리는 시사회를 시작으로, 26일 서울, 29일 인천, 4월 1일 안동에서 시사회가 예정돼 있다. 이후 4월 11일 정식으로 재개봉한다.

지역별 시사회 참가 신청

▲영화에서 실제 탈북 과정을 이끈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
▲영화에서 실제 탈북 과정을 이끈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

▲실제 탈북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lt;비욘드 아카데미&gt;.

▲실제 탈북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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