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콩팥의 날’… “이식 기다리는 3만여 환자에 관심 촉구”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국내 콩팥병 환자 10년 새 2배 넘게 증가
대기자 3만 3천여 명, 이식률 6%에 불과
기증인 중 59%가 기독교인, 목회자 다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3월 14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만성 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신장)에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저하된 상태의 질병으로, 국제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에서는 콩팥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3월 두 번째 목요일을 ‘세계 콩팥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 주요 원인의 발병률과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연구에 따르면, 2012년 13만 7천 명이던 환자 수가 2022년 29만 6천 명으로, 10년간 만성 콩팥병 환자가 2배 넘게 증가했다. 진료비 역시 2012년 1조 2천억 원에서 2022년 2조 3천억 원으로 늘어나며 1조 원 이상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 콩팥병 환자 중 신장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2023년 말 기준 3만 3,568명이다. 하지만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이들 중 약 6%인 2,070명만이 지난해 신장이식을 받았다. 신장이식 대기환자는 매해 2천여 명씩 증가하고 있지만, 기증인은 비슷한 수준으로 2021년 환자들의 평균 대기기간은 1,905일에 이른다.

김태림 씨(47세, 남) 역시 신장병으로 인해 15년 넘게 투병 생활을 했다. 한창 혈기왕성할 20대의 시간을 혈액투석 치료를 받으며 대다수 병원에서 보냈다. 그런 김 씨를 위해 어머니 천지영 씨(70세, 여)가 신장기증을 결심했지만, 조직형이 맞지 않아 이마저도 무산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 생활로 지쳐가던 무렵, 김 씨는 뇌사로 세상을 떠난 또래 청년에게 신장을 이식받았다. 2011년 1월, 고통스러운 신장병에서 벗어난 그는 현재 거부 반응 없이 건강을 유지하며 초등학생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어엿한 가장이 됐다.

그러나 뇌사 기증인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 신장 공여자 2,070명 중 뇌사 기증인은 814명, 생존 시 기증인은 1,256명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생존 시 신장기증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또한 생존 시 기증인의 97% 가량이 환자와 친족 관계로 김 씨처럼 가족 간 기증이 막힌 경우 대기기간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1991년부터 생존 시 신장이식 결연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신장이식을 기다려온 환자들의 건강 회복을 지원해 왔다. 본부 이사장인 박진탁 목사가 1991년 1월 24일 국내 최초로 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신장 하나를 기증하며 시작된 생존 시 신장이식 결연사업을 통해, 이제까지 969명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했다.

▲신장기증 수술을 위해 입원한 홍금실 씨의 모습(왼쪽)과 최근 모습(오른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신장기증 수술을 위해 입원한 홍금실 씨의 모습(왼쪽)과 최근 모습(오른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969명 중에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신장기증을 결심한 이들이 많은데, 목회자만 130명이나 된다. 또한 573명이 기독교인이라고 밝혀 전체 기증인의 59%를 차지했다. 1992년 20대의 한 청년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한 홍금실 씨(90세, 여)도 독실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신장기증을 결심했다.

“하나님을 정말 사랑한다면 지금 신장이 망가져 죽어가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사랑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당시 우유배달을 하며 사남매를 홀로 키우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신장기증을 실천한 홍 씨는 올해 90세를 맞았다. 그는 3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건강을 유지하며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는 등 왕성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본부는 장기이식법 개정 및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2020년부터 잠정 중단됐던 생존 시 신장이식 결연사업을 올해 재개하며 교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생존 시 타인 간 신장기증은 36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35% 가량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지인 간 기증이 대다수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위한 순수 신장기증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국내 장기기증 운동이 한국교회의 도움과 참여로 인해 사회 운동으로 자리잡은 만큼 2024년 재개되는 생존 시 신장이식 결연사업 역시 교계의 관심을 통해 활성화돼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고형장기 이식대기자 중 77%가 신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신장기증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며 “제도적 제약을 뛰어넘어 생명과 생명을 잇는 생존 시 신장이식 결연사업을 통해 신장이식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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