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신뢰할 수 없을 때, 애가와 가상칠언 묵상…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묵상하며 부활 기다리는 사순절 (2)

▲독일 말기 고딕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Matthias Grünewald), 이젠하임 제단화 중 ‘십자가 처형(The Crucifixion, 1515년경)’, 목판에 유채, 269x307cm, 콜마르, 운테르린덴 미술관 소장.

▲독일 말기 고딕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Matthias Grünewald), 이젠하임 제단화 중 ‘십자가 처형(The Crucifixion, 1515년경)’, 목판에 유채, 269x307cm, 콜마르, 운테르린덴 미술관 소장.

사순절이 반환점을 지나 막바지를 향한 숨을 고르고 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이 없듯, 예수님의 고난을 성경과 함께 책으로 묵상하면서 남은 기간을 보내 보면 어떨까. 사순절에 읽어볼 만한 올해 출간 도서들을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이번엔 국내 저자 위주이다.

가상칠언 각 말씀 도식화해 요약
머리 아닌 가슴과 온몸으로 묵상

고난은 사랑을 남기고
김기현 | 두란노 | 186쪽 | 13,000원

“십자가는 복음의 핵심이다. 아니, 복음 그 자체이다. 십자가를 떠나서는 복음을 말할 수 없다. 수난 예고와 몸소 겪은 십자가 이야기가 비중은 각기 다르지만 네 복음서에서 대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주일의 십자가 수난 이야기를 3년 이상의 공적 생애보다 더 많이 기록했다는 것은 주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의 중심에 십자가가 자리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로고스서원 김기현 목사의 가상칠언(架上七言) 묵상집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말씀, 가상칠언을 사순절 40일간 묵상하도록 돕고자 쓰였다.

저자는 목회자들이라면 40일간의 새벽이나 저녁 기도회 등에서 설교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성도들은 날마다 한 편의 글을 읽으며 십자가 복음에 깊이 잠길 수 있도록, 그리고 여러 종류의 소그룹 모임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가상칠언 각 말씀을 도식화해 한눈에 보면서 점층적으로 누적되는 흐름을 살필 수 있도록 하고, 각 말씀을 5-6일씩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하여 주소서’는 용서, ‘낙원에 이르리라’는 낙원과 안식, ‘네 어머니다’는 가정과 관계,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는 고통, ‘내가 목마르다’는 의미, ‘다 이루었다’는 목적, ‘아버지, 끝으로 내 영혼을’은 죽음으로 각각 요약했다.

저자는 눈이 아니라 입으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온몸으로 책을 읽어줄 것을 당부한다. 가상칠언을 최소한 세 번 이상 천천히 소리내 읊조리고, 손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꾹꾹 눌러 필사하고, 제시된 본문 내용으로 각자 묵상 내용을 적고, 기도를 따라하며,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적용을 찾아 실천해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40일 후, 부활의 기쁨은 더욱 커질 것이다. “죽음은 가상칠언의 완성이면서도 부활의 여정으로 나아가기에,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십자가를 사랑하는 자에게 부활의 기쁨은 벼락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예레미야애가 40일간 묵상 구성
고난 중에 근심과 애통을 더하다

우리의 춤은 변하여 슬픔이 되고
전원희 | 지우 | 224쪽 | 13,500원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고난을 겪는다고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신 것도 아닙니다(애 3:31). 원하는 방법, 원하는 시간,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기도를 듣지 않으시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하나님의 성실함을 기억하십시오.”

‘고난 중에 근심과 애통을 더하다’라는 부제로 40일간 예레미야애가를 묵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당연히 제목이 ‘우리의 춤은 기쁨이 되고’일 줄 알았는데, 비관적인 제목과 표지 색상이 오히려 눈길을 잡아끈다. ‘신학과 신앙을 잇는 예레미야애가 묵상집’으로, 구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오후다섯시교회’에서 목회하는 저자가 집필했다.

▲피터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의 ‘갈보리로 가는 길(The Procession to Calvary, 1564년)’, Oil on panel, 124×170cm,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소장.

▲피터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의 ‘갈보리로 가는 길(The Procession to Calvary, 1564년)’, Oil on panel, 124×170cm,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소장.

사순절에만 읽을 내용은 아니지만, ‘40일 묵상집’이어서 사순절에 함께 읽기 좋다. 애가 본문을 제시하고, 먼저 묵상과 적용을 할 수 있도록 빈칸을 남겨놓았다. 이후 본문 이해를 돕기 위한 원어 풀이나 맥락 해석 등을 담아 묵상 중 생기는 질문을 해결하고 본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후 적용 도움과 공동 기도를 제시하고 있다.

묵상을 시작하며, 예레미야애가에 대해 설명해 놓은 부분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각 장이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를 따라 22절씩으로 돼 있고, 3장은 세 절씩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해 총 66절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한글로만 성경을 접했던 일반 독자들에게 새롭다.

이는 당시 사회에 쉬운 방법으로 암송할 수 있도록 돕고, 시가 주는 아름다움, 그리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모든 내용이 알렙-타브(히브리어 알파벳 처음과 마지막) 안에 다 표현돼 있다는 완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고통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고통을 견뎌낼 뿐이다

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을 때
해럴드 센크바일 | 김태형 역 | 구름이머무는동안 | 216쪽 | 14,000원

“과연 우리의 문제가 믿음이 작아서일까? 아니다.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큰지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를 믿는가이다. 우리가 신뢰하는 주님이 중요하다. 우리는 비록 두려움과 의심을 가지고 주님에게 소리칠지라도, 주님은 반드시 들어주시고 구원해 주신다. 물론 그 방법이 우리 기대와는 조금 다를지라도 말이다.”

고난의 때를 지나가는 이들을 위한 근본 처방을 제시한다. 고난을 피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아닌, 바로 ‘예수님을 만나라’는 것이다. 우리 믿음의 크기와 관계없이 주님은 우리의 간절한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그분의 때에 그분의 방법으로 반드시 응답하시는 분이심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국내 저자는 아니지만, 국내 저자의 저서 3권을 펴낸 신생 출판사의 첫 국외 저자 도서이다. 저자는 농장에서 나고 자라 50년 이상 목회하며 국내에 <목자, 개, 양 떼>라는 책이 소개된 해럴드 센크바일이다. 이 외에 <죽어서 살기: 용서의 힘> 외 다수 저서가 있다고 한다.

‘불신, 눈물, 고통, 십자가, 약함, 슬픔, 어둠, 외로움, 죽음’ 등 여러 고난들을 통해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제시한다. 기도할 힘조차 없는 이들을 위해, 따라 읽기만 해도 되도록 책 마지막 부분에 여러 기도문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평생 기복 있는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고난과 비극을 우리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불행이 닥쳤을 때에도 하나님이 은혜로우시다고 믿는 것, 이것이 가장 어렵다”, “십자가에 관한 부분만 뺀다면, 예수님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등처럼 공감과 치유를 자아내는 문장들이 꽤 있다. 피해가지 않고 문제를 솔직하게 직면하니, 오히려 짐이 덜어지고 탈출구가 보이는 듯하다.

“고난 가운데 있을 때 예수님은 당신을 버려두지 않으신다. 그때도 당신을 위로하고 계신다. 그런데 이 위로를 받으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당신의 삶은 여전히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의 내면은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날마다 새로워질 수 있다. 당신에게 고난 가운데 하나님이 어떻게 임재하시는지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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