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신앙? 의존적 신앙? 편지로 보는 北 지하교인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 VOM, “보편적 오해 바로잡고자” 일부 공개

▲조선어 스터디 성경을 들고 있는 탈북민.

▲조선어 스터디 성경을 들고 있는 탈북민.

북한 지하교인에 대해 일부 매체들은 정부의 무자비한 박해에도 거의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신앙 영웅으로 묘사하는 반면, 또 다른 매체들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해외에 있는 다른 기독교인들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로 묘사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가 공개한 새로운 편지들에 따르면, 북한 지하교인은 전 세계 다른 지역의 기독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북한 지하교인들은 자신들이 우리와 똑같은 유혹에 직면해 있고, 똑같은 은혜로 그 유혹을 이겨낸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가 섬기는 한국 VOM은 20년 넘게 북한 지하교인들과 동역하고 있다. 한국 VOM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북한 지하교인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북한 내부에서 지하교인들이 보내준 편지 일부를 발췌해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우리가 정기적으로 발췌문을 공개하는 이유 가운데 일부는 사람들에게 북한 지하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지하교인의 삶에 대한 보편적인 오해를 바로잡는 것에 있다. 언론 매체는 보통 북한 지하교인들을 우리보다 훨씬 더 강한 기독교인, 혹은 도움이 절실한 매우 약한 기독교인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하지만 사실 북한 기독교인들은 우리와 정말 비슷하다. 물론 정치 상황도 크게 다르고, 그들은 극심한 식량 부족처럼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신앙 생활에 관한 한 우리와 동일한 성경을 읽고 동일한 유혹에 직면한다. 또한 동일한 하나님을 부르고, 기도에 응답해 주시는 동일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가 매년 북한 방언으로 번역된 성경 3만 권에서 4만 권을 인쇄본 및 전자 성경 형태로 북한 내부 주민뿐 아니라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온 북한 여성들과 외화벌이 해외 노동자들에게 배포한다. 그리고 이렇게 성경을 받은 북한 사람들이 때로 순교자의소리의 북한 현장 사역자를 통해 감사 편지를 보내준다”고 말한다.

한국 VOM은 이러한 편지에서 발췌한 내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데, 때로는 위치를 파악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는 정보를 숨기기 위해 일부 단어나 표현을 변경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북한 내부 지하교인들이 순교자의 소리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발췌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공유했다.

▲북한 지하교인이 순교자의 소리에 보낸 감사 편지.

▲북한 지하교인이 순교자의 소리에 보낸 감사 편지.

1.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렵게 살지만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2.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야 하지 말고 어려움 속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전하며 살아야 합니다. 또한 그들도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게 하여, 장차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야 합니다.”

3. “우리는 놀랍고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아시고, 우리의 모든 배고픔과 어려운 상황을 다 아시고 늘 지켜주십니다. 항상 성삼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4.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욕심의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계속 믿음의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붙잡아 주시며 축복까지 해 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굶어 죽는 데서 건져 밝은 빛을 보여주십니다. 저는 그 은혜를 가슴 깊이 느꼈습니다.”

5. “보내주신 성경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의 사랑에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받기만 하는 죄스러운 몸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버리지 않으시고 매 순간 은혜로 채워 주십니다. 그저 감사드립니다”

6. “하나님, 인생길에서 우리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존재를 주님께 맡기고,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누리며 선택받은 자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이 은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며 살겠습니다.”

7. “언제나 하나님의 사랑 안에 살면서, 기독교인의 기본 자세가 안 될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부족해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모습 있는 그대로 사랑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8. “전에는 눈물겹도록 사랑을 하다가, 외로움 때문에 아프도록 울고, 굶주려 죽는 삶이었는데 이제 하나님을 만나 하나님 은혜 속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은혜를 영원토록 귀하게 여기고 오직 주님만을 따를 것입니다.”

▲MP3로 오디오 성경을 청취하고 있는 북한 주민.

▲MP3로 오디오 성경을 청취하고 있는 북한 주민.

현숙 폴리 대표는 “이 편지들이 북한 지하교인들의 성경 중심적인 신앙을 보여 준다. 북한 지하교인은 직계 가족 이외의 성도들과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없다. 그분들은 교회 건물이나 목회자나 신학교를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그분들은 성경을 갖고 있고, 성경의 메시지를 믿음으로 받아들일 때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임재하여 돌봐주신다는 진리를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편지들을 볼 때 북한 내부에 성경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 VOM과 같은 단체들의 사역이 얼마나 중요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은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날이다. 오늘날에도 성경은 계속 북한 내부로 유입되고 있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성경을 읽고 변화되고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어떤 사람이 어떤 국가에서 어떤 형태의 성경을 북한에 들여오든지, 그것이 인쇄된 성경이든 전자 성경이든, 그 사람은 기소와 투옥 심지어 사형에 처할 위험을 안게 된다”며 “한국 VOM은 성경을 전달하는 사역자들과 수령자들의 안전을 위해, 성경 요청을 받은 후 성경을 전달하는 수단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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