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직업 존중, 궁극 목표 아냐
일반은총 소중, 특별은총 더 중요
우리 고향, 한국 미국 아닌 하늘
천국 열쇠 충성, 가장 중시해야

반드루넨 두 왕국
▲반드루넨 교수가 특강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 서창원 박사. ⓒ평공목
데이비드 반드루넨(David M. VanDrunen)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조직신학 교수가 최근 한국을 찾아 예수가족교회(담임 백금산 목사)에서 ‘하나님의 두 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기(Living in God’s Two Kingdoms)’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신학자이자 변호사·법학자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펼쳤던 전통적 ‘두 왕국 이론’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두 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기>, <자연법과 두 나라>, <언약과 자연법>, <기독교 정치학> 등을 저술했다. 이날 그의 특강을 듣기 위해 평공목(평생 공부하는 목회자들) 목회자들과 성도 등 230여 명이 참석했다.

창세기 8장 21절-9장 17절 ‘노아 언약’을 본문으로 반드루넨 교수는 개혁주의 입장의 두 왕국 이론에 대해 “하나님께서 모든 만물을 통치하시고, 이 통치력을 실행하실 때 특징적 규범이 있다는 것”이라며 “하나님은 인간 사회의 규범을 따라 지으신 만물들을 보존하고 유지하시는 방식으로 통치력을 행사하신다. 여기에는 일반은총과 특별은총이 있다. 단순히 죄악된 세상을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구원의 계획을 계시하신다”고 설명했다.

서창원 박사(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이사장)가 통역한 가운데 데이비드 반드루넨 교수는 “이 구속의 역사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을 일으켜 나라를 세우시고, 그 약속을 성취시키기 위해 당신의 아들을 보내시고, 마지막 때에 새로운 언약으로 교회를 세우셨다”며 “창조주로서뿐 아니라 구속주로서 다스리신다는 것이 바로 ‘두 왕국 이론’”이라고 소개했다.

반드루넨 교수는 “언약신학은 이 두 왕국 이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 본문 속에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께서 일반적으로 통치하시는 ‘보편적 언약’이 있다. 이는 노아와 그 후손들뿐 아니라 모든 인간 존재와 더불어 맺으신 것”이라며 “그러나 죄를 용서한다거나 메시아가 오리라는 약속은 들어 있지 않다. 이는 하나님의 일반은총적 언약이라는 의미로,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면 하나님의 구원의 언약은 아브라함에게 주셨다. 아브라함이 이를 믿음으로 받아들였고,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후손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 땅에서 건져내 약속의 땅에서 특별한 왕국을 세우심으로 구속의 언약을 드러내셨다”며 “이후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하나님께서 새 언약을 주셨다. 이 땅에 있는 것들이 영원히 존속되는 왕국이 아닌, 생명과 구원의 나라를 말씀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반드루넨 두 왕국
▲이날 많은 참석자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했다. ⓒ평공목
데이비드 반드루넨 교수는 “예수님께서 이 구원의 왕국을 가져다 주기 위해 오셨는데, 그 왕국의 열쇠를 교회에 맡기신 것(마 16:18-19)이다. 이 땅에서 그의 왕국 권세를 맛보려면, 교회를 통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교회가 그리스도 왕국의 마지막 형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새 왕국이 있다(히 12장)”고 말했다.

반드루넨 교수는 “일반은총 차원에서 삶의 현장 가운데 소명을 충실히 감당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왕국 열쇠는 교회에 허락하셨다. 교회가 맡은 이 일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것”이라며 “교회가 다른 일보다, 하나님께 받은 이 사명에 집중하고 충실해야 한다. 사회정의 구현도 복지와 구호도 좋지만, 교회는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왕국을 선포하는 일에 전적으로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나그네와 행인으로 이 땅에 와 있다는 정체성을 잊어선 안 된다(벧전 2:11). 다니엘과 세 친구처럼, 바벨론 왕국을 섬기면서도 예루살렘을 잊어선 안 되는 것이다. 우리의 고향은 한국도 미국도 아닌, 저 하늘에 있다”며 “새 창조의 세계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여기에서 안주할 수 없다. 일반은총을 누리면서도, 우리에게 주신 가장 강력한 권세인 천국 열쇠에 충성하는 것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다음은 평공목 목회자들과 백금산 목사가 사전에 준비한 6가지 질문과 대답.

반드루넨 두 왕국
▲백금산 목사가 반드루넨 교수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면서 그를 소개하고 있다. ⓒ평공목
1. 전통적 개혁파 사회사상인 ‘두 왕국 이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우리 시대에 알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말씀하신 ‘두 왕국 이론’이 신자의 삶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두 가지 유혹이 있다. 어떤 이들은 교회와 교회의 사명이 너무 중요하므로, 일반 세상과 아무런 관련 없이 살고 싶어한다. 반대로 다른 이들은 일반 세상에 있는 직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중도의 길을 걷고자 한다. 우리는 세상의 일을 존중하지만, 그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진 않는다. ‘두 왕국 이론’이 여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가 직업 일반을 존중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세상의 통치자이시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아주 작고 비천해 보이는 일들도, 하나님께 기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에 도달할 수 없음도 분명히 깨닫는다. 교회는 구원 사역이 아닌 다른 일들을 해달라는 유혹을 받지만, 우리는 교회에서 구원을 얻고, 양분을 공급받는다. ‘하나님의 두 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기’는 그런 것이다.”

2. 성경 구속사를 ‘창조-타락-구속’의 틀로 보는 관점과 ‘창조-타락-구속-완성’의 틀로 보는 관점이, 성경 해석과 신학적 방향에 있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

“전자의 핵심은 구속적 요소 외에 정치와 경제 등 이 세상의 모든 영역이 타락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지금 회복하고 계신다는 관점이다. 반면 후자의 핵심은 예수님의 구원 사역이 핵심이다. 그 사역은 바로 교회에 집중돼 있다.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고, 그 하나님의 왕국 도래를 알리기 위해 계속 지어져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와 경제 분야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구속과 회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4단계 ‘완성’이 필요하다. 그날이 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서 세상을 끝내고 심판하셔서 새 창조를 일으키실 것이다.”

3. 변혁론적 문화관을 가진 대표적 견해인 ‘신칼빈주의 사상’의 장단점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특히 신칼빈주의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신칼빈주의자들이 방금 물어보신 질문의 전자, ‘창조-타락-구속’의 3단계 틀을 주로 사용한다. 칼빈주의의 장점은 이 세상과 직업에 대해 긍정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강점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 일을 통해 구속을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교회 리더라면 일에 대해 가치를 느끼게 하되,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해선 안 된다. 세상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지만, 이는 우리가 하나님의 종으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루터는 ‘사람들에게 옷을 입히고 음식을 주고 병을 고치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하나님은 보통 사람들을 통해 그렇게 하신다’고 했다. 이런 일들은 아주 바람직하지만, 이런 일들 자체가 이 세상을 그리스도의 왕국으로 변화시킨다고 상상할 필요는 없다.”

반드루넨 두 왕국
▲기념촬영 모습. ⓒ평공목
4. 지금까지 저술한 여러 저서들을 통해 ‘하나님의 두 나라 교리’의 성경적·신학적·역사적·실제적 중요성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논증해 주셨음에도, 신칼빈주의 신학을 따르는 사람들이 두 나라 교리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9세기 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와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 이후 신칼빈주의가 팽배해졌다. 이런 사상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영감을 불어넣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가 이런 주장을 펼친 건 고작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을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제가 오늘처럼 두 왕국 이론을 이야기하면, 비판자들은 ‘당신에게는 일상이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묻는다. 이는 제 의도나 방향성을 오해한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5. 미국 신학계와 교회에서 오늘 말씀하신 고전적 개혁파의 ‘두 왕국 이론’ 관련 논쟁의 진행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다.

“저는 SNS를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웃음). 제 주장을 귀담아 듣는 분들도, 비판하는 분들도, 무관심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격려를 받고 있다. 개혁주의에 속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저처럼 ‘두 왕국 이론’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더라도, 기본적인 생각에 대해 동의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미국에서는 정치적 분쟁과 혼란이 많이 있는데, 제 이론이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주께서 교회를 세우시고 보호하시리라는 믿음 가운데, 그저 주께서 맡겨주신 일을 계속 열심히 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6. 지금까지 ‘자연법과 두 나라’에 대한 많은 저술을 하면서 수많은 학자들과 저서들을 참고했을텐데, 교수님께서 개혁파의 전통적 ‘자연법과 두 나라’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인물은 누구인가?

“목회학 박사학위를 끝내고 법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개혁주의 신학 서적들을 많이 접하게 됐다. 그때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이 <기독교 강요>에서 자연법을 긍정적으로 거론하는 부분들을 많이 접했다. 당시 대부분의 개혁주의자들은 자연법 사상을 로마카톨릭의 아이디어로 여겼기에, 놀라운 발견이었다.

칼빈은 그 책에서 루터교 교리로 여겨왔던 ‘두 왕국’ 개념도 서너 곳에서 언급하고 있어 놀라웠다. 흥미를 느끼고 더 연구하면서 프랜시스 튜레틴(Francis Turretin, 1623-1687)이 <변증신학 강요>에서 언급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두 왕국 이론’이 진정한 개혁주의 사상임을 확신하게 됐다.

그러면서 개혁주의 언약신학을 통해 두 왕국 이론과 자연법 사상을 결합시킬 수 있었다. 제 스승이자 게할더스 보스(Geerhardus J. Vos, 1862-1949)의 성경신학 전통에서 연구하신 메리데스 클라인(Meredith G. Kline, 1922-2007) 교수의 <언약신학>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반드루넨 교수는 앞선 19-20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제38기 정기세미나에서 ‘개혁주의 윤리신학, 삶의 개혁’을 주제로 이틀간 총 6차례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