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정례검토
▲‘세 번째 기회: 북한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 실행에 대하여’ 발간 세미나 현장. ⓒ김신의 기자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는 22일 오후 명동 유네스코회관 11층 유네스코홀에서 북한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UPR)를 모니터링한 신간 보고서 ‘세 번째 기회: 북한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 실행에 대하여’ 발간과 함께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올해 11월 예정된 북한 제4차 보편적정례검토를 위한 시민사회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4월) 시민사회 및 이해 관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도록 책임을 묻는 것과, 북한 주민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영호
▲개회사를 전한 신영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김신의 기자

개회사를 전한 신영호 이사장은 “북한은 유엔인권의사회 결의에 대해 신경질적 반대를 보이면서도 보편적정례검토에 대해 적극 참여하는 편”이라며 “북한이 수용한 권고안에 대해 얼마나 실효적이고 실질적 개선 조치가 취해졌는지 4년간 제도 등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2019년 이후 북한이탈주민과 인터뷰를 통해 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4차 보편적정례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려 한다”고 했다.

축사한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은 “통일의 궁극적 목적은 남북 모든 주민이 사람으로서의 인권을 충실히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조금이나마 신장되면 통일이 더 앞으로 오는 것이다. 평화는 추구하되, 궁극적인 통일을 잊어선 안 된다”며 “북한을 직접 방문해 조사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현실 속에 북한의 보편적정례검토 참여가 북한 인권 신장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사회와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신혜수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 이사장은 ‘보편적정례검토의 중요성과 북한의 참여: 북한이 수용한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 분석’을 발제하며, 보편적정례검토에 대해 설명하고 북한이 수용한 권고안과 받아들이지 않거나 참고한 권고안을 소개했다.

유엔의 보편적정례검토는 유엔인권이사회의 핵심적 구성요소로 2006년 3월 유엔총회결의안 60/251호에 의거해 설립, 2008년 처음 도입됐고, 약 4년 6개월을 주기로 193개의 전체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는 제도다.

북한에 대한 첫 번째 검토는 2009년 12월에 진행됐으며, 당시 167건의 권고를 받은 북한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2013~2014)의 활동에 부담을 느낀 직후인 2014년, 이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뒤늦게 1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어진 2차 검토에 대해서는 114건의 권고안을 수용하고 3건의 권고안을 부분수용하면서 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모니터링 조사를 총괄한 송한나 NKDB 센터장은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 권고사항 시행 모니터링’에 대해 발제하며 “지난 2차 보편적정례검토 시기 북한이 국제기준으로 법을 개정하는 등 많은 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코로나 팬데믹과 겹친 3차 보편적정례검토 시기는 제도를 포함해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의지가 현저히 후퇴한 것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송한나
▲모니터링 조사를 총괄한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센터장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이번 보고서 인터뷰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은 2019년 5월 이후 북한을 떠난 이들로 한정됐고, 이전 조사들보다 평양 출신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 통제가 강화돼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로 제한된 것에 기인한다.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 인도적 기구에 즉각적이고 자유로우며 방해받지 않는 접근을 허용할 것”이라 했지만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는 극단적 선택을 내렸다. 강도 높은 국경 통제는 필수 지원 물자 유통에 악영향을 미쳤고, 북한 내 상황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북한은 중국과 국경 무역 재개를 허용하는 변화를 추진했지만, 국제 인도적 지원 활동가의 입국 허용에 대해선 여전히 소식이 요원했다. 유엔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인구의 약 45.%인 1,20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처했을 것이라 추산했다.

또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사법조치 및 실질적 조치를 이행할 것 등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를 형성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의 출판사가 발간한 ‘인권동토대’ 일명 ‘남한인권보고서’와 북한이탈주민의 인터뷰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인권에 대한 논조를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권 침해 비판 및 폭로의 수간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NKDB는 “최근 몇 년간 북한의 법령과 국영매체에서 인권에 대한 언급이 증가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활용하는 인권의 개념은 국제 인권법에서 제시하는 기준과 괴리가 있다”며 “북한의 인권개념 변용은 국제사회의 인권 의식 기준에 맞추기 위한 북한 당국의 의지에 문제 의식을 제기한다”고 했다.

북한은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대해서도 다수 권고안을 수용한 바 있다. 먼저 여성권과 관련해 NKDB는 “봉건사회적 남성중심 사회를 구축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지나며 여성이 생계 유지를 위해 가장의 역할을 하고, 여성권과 관련해 표면적으로 진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미 양성평등을 달성했다’고 명시하며, 양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을 역설적으로 내포했다”며 “특히 가정 내 여성 폭력에 대해 북한은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에서 ‘정신적·물리적 폭력’과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 학대, 착취는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고, 여성에 대한 성희롱, 착취, 폭력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 위험 노출도 여전했다”고 했다.

북한이 수용한 아동권의 중점적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것이었다. 교육 외에 ‘아동 노동 및 체벌금지’, ‘영유아 사망률과 영양실조율 개선을 위한 노력’도 수용했다. 이에 대해 NKDB는 “교육기관 내 신체적 폭력 행위는 2019년 이후 정도가 확연히 줄었으나, 가정 내에서는 언어·신체적 폭력이 문제 의식 없이 용인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조치는 미진했다. 교육의 질적 향상은 긍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교육 과정 내 노동 동원이 지속 확인됐다. 또 꽃제비 등 취약 계층은 균등한 교육 기회에서 소외되고, 강제적 노동에 차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장애인과 관련해서는 “북한 내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은 아직도 부족하고, 정책에 대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장애인을 위한 노동 환경이 특별히 고려되고 있었으나, 특정 계층에만 한정됐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척되는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출생 시 장애가 있는 아이를 죽이는 관행 등 2019년 이후에도 장애인에 대한 불평등한 환경 및 차별적 분위기로 인한 살해, 유기 사건이 여전히 확인됐다”고 했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관련해서는 “심각하게 악화된 점이 확인됐다. 특히 이동의 자유, 정보 접근 및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자유에 대해 체계적이고 심화된 단속이 두드러졌다. 북한은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 더 엄격한 조치를 시행해 개인의 사적 활동과 정권에 대한 반발을 통제했다”고 했다.

건강권·식량권 등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와 관련해서는 “코로나 팬데믹은 북한의 보건체계가 가지고 있던 취약성을 더 극명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북한은 의약품 부족, 국내 생산체계 붕괴 등 최소한의 공중 보건 역할 수행에 실패했다. 북한 주민의 공중 보건 안전성을 위해 건강권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식량권 관련 문제 또한 검토 기간 동안 더욱 심화됐다. 심각한 식량난은 북한 국영매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하며, 북한은 식량 안보 확보 실패를 인정하는 등 경제 발전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며 일정 수준의 성찰의식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에 수행됐다. 그럼에도 북한이 자발적으로 한 약속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국제사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지고 있는 의무”라며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의 목소리를 분명히 인지, 공감하고 또 널리 알림으로써 그들의 기본적 권리와 존엄성을 옹호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2부에는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前유엔 대사),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 현인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김윤희 국제민주연구소(NDI) 프로그램 디렉터, 이메쉬 포카렐 유엔인권서울사무소 부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한편 지난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이하 ECOSOC) 특별협의지위를 획득해 여러 유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NKDB는 지난 2017년부터 북한이 수용한 보편적정례검토 권고사항과 국가보고서 및 정책동향, 북한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전문가 인터뷰, 북한이탈주민의 실제 증언 등을 비교분석하는 UPR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이번 연구와 세미나는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지원했다.

NKDB는 “모든 회원국의 보편적 인권 개선을 위해 설립된 보편적정례검토에서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앞두고 제네바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