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 70여 명, 지리산 왕진봉사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주민 200여 명 외래진료·수액주사… ‘노노간병’ 현실에 안타까움도

ⓒ그린닥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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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의사가 의료시설이 낙후된 지리산 고향을 찾아가 왕진봉사를 펼쳐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특히 노의사는 1박 2일간 봉사를 하면서 고향에서 힘겨운 ‘노노(老老)간병’의 현실을 목격하고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 온그룹 회장)은 2월 16, 17일 이틀간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서 왕진봉사를 펼쳤다. 이날 의료봉사단에는 안과전문의인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을 비롯해, 김동헌 병원장(전 대한외과학회 회장),김석권 성형센터장(전 동아대의대 학장․성형외과전문의), 윤선희 이사장(안성형전문), 조정미 재활의학과 과장(재활의학과전문의) 등 온종합병원 의료진과 정복선 이사, 주연희 간호부장 등 온종합병원 간호부 수간호사, 그린닥터스 김승희 부이사장, 박명순 사무총장 등 봉사자 70여명이 동참했다.

‘도인촌(道人村)’, ‘지리산 청학동’ 이라고도 불리는, 지리산 삼신봉 동쪽 기슭 해발 800m에 위치한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마을회관에 임시진료실을 설치한 그린닥터스와 온종합병원 왕진봉사단은 17일 하루 동안 200여명의 주민들을 진료했다. 이날 의료봉사는 외래진료와 함께, 대부분의 주민들이 8, 90대 고령인 데다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어 영양제 등 수액주사와 물리치료를 병행 서비스했다.

ⓒ그린닥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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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펼쳐진 의료봉사에는 김석권 성형센터장의 고향인 하동군 고전면 주민 50여 명이 한 시간여 차를 타고 와서 진료를 받으며, 서로 안부를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올해 일흔셋인 김 센터장은 섬진강 물이 앞마당에까지 들어오는 고전면 전도리 선소마을에서 태어나 하동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향에서 살았으며, 의사가 된 지 거의 50여 년 만에 고향에서 왕진봉사를 하게 됐다.

김 센터장은 이날 오후 왕진봉사를 마무리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향집을 방문했다. 몇 년 전 남편을 여의고 고향집에서 홀로 살고 있는 형수가 허리가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들른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과 함께 병세부터 살폈다. 팔순을 바라보는 형수를 만난 김 센터장은 여기저기 몸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고향 가까운 데에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이에 앞서 봉사 첫날 16일 밤 정근 이사장과 김동헌 병원장, 김석권 센터장, 윤선희 이사장 등 왕진봉사단은 아흔을 넘긴 두 할머니 댁을 직접 방문해 진료했다. 올해 아흔넷 A할머니는 치매에다가 파킨스병까지 겹쳐 오랫동안 누워서 지내는 바람에 엉덩이 부위에 욕창이 매우 심했다.

성형외과전문의인 김석권 센터장은 즉석에서 욕창을 처치했고, 이 과정에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이들이 70대 중반의 아들과 60대 후반 며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며느리가 7년째 집에서 심신이 극도로 미약해져 있는 시어머니를 간병하고 있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문제화 되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간병’ 현실을 목격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까지 붉히며 아들부부에게 모친의 요양병원 입원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 아들 부부는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 오신 어머니를, 우리가 좀 편해 보려고 남의 손으로 돌보게 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들의 힘에 닿는 데까지 어머니를 간병할 것이라고 말해 진료하던 김석권 센터장을 비롯해 그린닥터스 왕진봉사단을 감동시켰다. 특히 A씨 아들은 영양제 수액주사를 맞고 있는 아버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오랜 와병으로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는 것 같아 몇 차례 읍내 병원에 찾아가서 아버지에게 영양제 주사를 놔줄 것을 요청했지만, 고령에다 기저질환 탓에 위험하다며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왕진봉사단에게 감사의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틀간 고향을 방문해 왕진봉사를 벌인 김석권 온종합병원 성형센터장은 “해가 갈수록 농촌인 고향에 빈집이 늘어나고, 대부분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시골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향주민들을 직접 만나보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다”며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이런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해, 비록 내가 가진 작은 의술이지만 고향이나 의료 낙후지역 주민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편 그린닥터스재단과 온병원그룹은 지난해 5월 경남 통영시 비진도를 시작으로, 산청군 삼장면 홍계리(2023년 7월), 남해군 남면 항촌마을(2023년 10월), 부산 북구 무지개언덕요양원(2023년 11월), 경남 사천시 신수도(2023년 12월),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신선마을(2024년 1월),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청학동마을) 등 의료 낙후지역을 찾아다니며 모두 7차례 왕진 봉사를 펼쳤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저출산으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야기되는 ‘노노(老老) 간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 입안시 ‘지방 의료-교육 살리기’가 중심의제로 등장해야 한다는 점을 왕진봉사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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