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아트센터가 창작 뮤지컬 ‘아바(ABBA)’로 돌아왔다. 대학로 등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극장 공연들을 접해 본 관객이라면, 광야아트센터의 창작 뮤지컬 속 배우들의 연기와 발성, 노래, 안무, 그리고 연출과 스토리가 얼마나 탄탄한지 쉽게 공감할 것이다.
학창 시절, 기자는 처음 소극장 공연을 접하고 난 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예술의전당이나 성남아트센터 등 대형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공연들과 비교할 수 없이 퀄리티가 낮았기 때문이다. 투입된 인력과 재정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기독교 공연 또한 여느 소극장들과 마찬가지로 열악한 상황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간혹 시각적·음악적 완성도는 높을지라도, 스토리에서 기독교적 메시지를 벗어나는 공연이 있기도 했다. 또는 비록 좋은 내용의 좋은 작품일지라도, 지나치게 소수 배우에 의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중 광야아트센터의 뮤지컬을 접했는데, 그때의 감격이 선명하게 남아 이후 광야아트센터의 작품은 매번 기대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사실 믿고 봤고, 그 믿음은 배신당하지 않았다.
이번 뮤지컬 ‘아바’는 초연 후 약 12년 만에 다시 선봬게 됐다. 아쉽게도 초연은 보지 못했지만, 인터미션 없이 온전히 뮤지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은 오히려 좋았다. 때마침 시연 때 봤던 것과 다른 배우의 연기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주요 등장인물인 선지자 ‘요나’를 처음 봤을 땐, 복장의 차이부터 눈에 들어 왔다. 바뀐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그의 걸음걸이와 어투, 행태 모두 전혀 다른 요나였다. 같은 캐릭터지만 역할을 맡은 각 배우들의 해석과 연기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것 또한 광야아트센터 뮤지컬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광야아트센터 뮤지컬의 완성도를 높이는 또 다른 특징이자 흥미 요소는, 탄탄한 기독교적 메시지를 바탕으로 곳곳에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깔아둔 것이다. 뮤지컬 ‘아바’는 단순히 신약의 ‘돌아온 탕자’와 구약의 ‘요나’ 이야기에만 갇히지 않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주관하시고, 독생자를 십자가에 대속물로 내어 주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시고 기다리신다”는 메시지를 여객선 이름과 각종 사건, 인물, 가사, 안무, 소품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특별히 이번 뮤지컬 ‘아바’에서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 점은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사랑’ 두 가지다.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를 오용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고상하고 괜찮은 척하지만 실상은 교만하고 추악하고 이기적인 모습은 우리의 죄적 실존의 끝을 보여준다. 반면 천지를 다스리시며 전능하신 분이시지만, 사랑 앞에 한없이 기다리시고 나약해지실 수밖에 없는 하나님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눈시울을 적셨으리라.
이밖에도 깨알 같은 유머와 센스, 소극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도입된 장치, 소품, 영상도 작품에 더욱 빛을 발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오랜 기간 어려운 상황에도 오직 복음 전파와 기독교 문화 발전,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외길을 걸어온 광야아트센터의 기대작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