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전래된 첫 성경 ‘킹제임스’, 언더우드보다 약 70년 빨랐다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 서천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기념관> 방문

1816년 영국 맥스웰 함장과 조대복 첨사의
짧은 만남에서 성경 전달되고 기록 남겨져
학자들, 1611년본 킹제임스성경으로 고증
전 세계 30권 불과… 美 성경박물관서 구매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회장 구정민 목사)는 창립 후 첫 행보로 충남 서천군 마량리에 위치한 &lt;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기념관&gt;을 찾았다. 이병무 기념관장(왼쪽)이 1611년 제작된 킹제임스성경 초판 진본을 소개하고 있다. 학계는 이를 1816년 영국 맥스웰 함장이 마량진 첨사 조대복에게 전달한 성경과 동일한 종류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회장 구정민 목사)는 창립 후 첫 행보로 충남 서천군 마량리에 위치한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기념관>을 찾았다. 이병무 기념관장(왼쪽)이 1611년 제작된 킹제임스성경 초판 진본을 소개하고 있다. 학계는 이를 1816년 영국 맥스웰 함장이 마량진 첨사 조대복에게 전달한 성경과 동일한 종류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한국 개신교 선교는 보통 1885년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와 헨리 아펜젤러의 입국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칼 귀츨라프는 1832년 충남 원산에서 복음을 전하고자 했고, 로버트 토마스는 1865년 조선에 왔다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그보다도 앞선 1816년, 하나님께서 성경을 먼저 이 땅에 보내셨다는 역사적 기록을 아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 땅에 복음을 심는 위대한 여정에서 그 씨앗이 된 것은 바로 성경의 전래였다. 지금부터 200여 년 전 충남 서천 앞 바다 마량진에서 이뤄진 영국인과 조선인의 첫 만남, 영국 맥스웰 대령과 바실홀 중령은 이들을 맞이한 첨사 조대복에게 킹제임스성경을 건넸다.

최근 출범한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회장 구정민 목사)는 첫 행보로 충남 서천군 마량리에 위치한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에 보존된 1611 초판본 킹제임스성경 등 역사적 전시물들을 둘러보며, 한국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묵상했다.

▲기념관에는 1816년 영국 맥스웰 대령과 마량진 첨사 조대복의 만남을 조형물로 전시해 놨다. 이때 맥스웰 대령은 조 첨사에게 성경을 전달한 것으로 양국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기념관에는 1816년 영국 맥스웰 대령과 마량진 첨사 조대복의 만남을 조형물로 전시해 놨다. 이때 맥스웰 대령은 조 첨사에게 성경을 전달한 것으로 양국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이 기념관은 2016년 9월 한국 최초 성경 전래 200주년을 맞아 개관됐다. 연면적 1,374㎡ (약 415평)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꾸며져 있으며, 1·2층은 전시관, 3층은 전망카페, 4층은 다목적실(예배당)이 있고, 전시관에는 영국에서 제작된 킹제임스성경 원본과 시기별 한국어 성경 번역본 등이 전시돼 있다.

기록에 따르면, 순조 16년(丙子, 1816년) 7월 19일 충청도 마량진 갈곶 밑에 이양선 2척이 표류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9월 4일과 5일 영국 군함 알세스트호(함장 머리 맥스웰)와 포함선 리라호(함장 바실홀)가 갈곶에 도착했다. 영국 정부가 중국에 파견하는 사신 암허스트를 광동에 내려 놓고, 대기하는 동안 조선의 서해안 일대를 탐험하는 중이었다.

두 척의 배가 마량진에 도착했을 때, 이들을 맞이한 건 마량진 첨사 조대복과 비인현감 이승렬. 이들은 이 소식을 조정에 올린 뒤, 답신을 기다리는 동안 두 배를 차례로 방문해 실측하고 조사하는 등 시간을 끌었다. 답신은 늦어졌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던 맥스웰 함장은, 선실에 가득한 책들에 관심을 보이던 조 첨사에게 출항 직전 선물을 전했다. 그것이 바로 조선에 최초로 전래된 성경이자 ‘킹제임스성경’이었다.

1박 2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양국은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국보 제153호 일성록(日省錄)에는 “이양선을 많은 인력과 많은 배를 사용해도 끌어들일 수가 없었다”는 내용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영국 일행으로부터 세 권의 책을 선물받았으나 글을 알아볼 수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마음 등이 실려 있다. 누군가 읽을 수 있게 돼 국익이 될까 싶어 조정에 올려 보낸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한국최초성경전래지기념관 관장 이병무 목사가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방문단에게 전시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한국최초성경전래지기념관 관장 이병무 목사가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방문단에게 전시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이 책이 성경이라는 사실은 리라호 바실홀 함장이 조선 방문 2년 만인 1818년 출판한 ‘조선 서해안과 유구(오키나와) 항해기’와 알세스트호 군의관 맥레오드가 쓴 ‘조선해역 및 유구열도 항해기’에서 확인됐다. 이 책에는 영국 일행을 조 첨사가 맞이하는 그림들과 더불어, 그가 성경에 상당히 마음이 끌렸으며 배가 막 떠나려 할 때 건네주자 감사한 표정을 지으며 기분 좋게 돌아갔다고 묘사했다.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 방문단의 발길을 사로잡은 건 기념관에 전시된 킹제임스 성경 1611년 초판본. <킹제임스성경>은 1604년 영국 햄프튼 왕궁회의에서 ‘원문으로부터 직역한 통일된 영어성경’의 필요성이 대두돼, 제임스 1세의 왕명으로 시작돼 7년여 만에 완성된 최초의 완역 영어 성경이다. 현재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이기도 하다.

1611년 제작된 킹제임스 성경은 약 3백여 권으로 추산되며, 오랜 기간 유실 및 망실로 전 세계에 30권 내외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에서도 거래 가능한 성경은 5, 6권 내외였으며, 기념관 측은 미국 성경 감정 권위자와 세계 최대 경매사 소더비 및 크리스티 전문 감정평가사로부터 진품을 확인 후 미국 피닉스주 고(古)성경박물관으로부터 3억 원에 구매해 왔다.

기독교계와 학계, 서천군은 맥스웰 함장이 조 첨사에게 건넨 성경 역시, 당시 영국의 성경 발간 현황과 이들이 주고받은 성경의 외양에 대한 상세한 기록들을 고증한 결과 ‘킹제임스 성경 1611년 초판본’이었을 것으로 확신하고 구매 계획을 수립했다.

“선교사보다 앞선 성경 초판본 보니 전율이
복음의 씨앗 먼저 심으셔… 마치 퍼즐 같다”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회장 구정민 목사가 이병무 관장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회장 구정민 목사가 이병무 관장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 회장 구정민 목사(갈보리침례교회)는 방문 소감에 대해 “하나님께서 선교사보다 먼저 말씀을 보내셨다는 것에서, 이 나라를 너무나 사랑하셨음을 느낀다. 그것이 킹제임스성경이었고, 그 초판본을 처음 보니 전율이 느껴졌다. 성경을 보급하고 지역교회를 섬기는 일에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강찬재 목사(진해 등대침례교회)는 “왕의 명령으로 평민들의 언어로 보급하고자 했던 그 성경이 200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는 사실에서 감격과 감동, 하나님의 섭리를 한국교회 성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더 소명의식을 갖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방문단에게 전시물들에 담긴 일화를 일일이 소개한 관장 이병무 목사는 “200년 전 영국의 젊은이들이 이 여행기에서,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성경을 받아드는 장면을 읽으며 마음에 어떤 감동이 있었을까. 마게도냐 사람이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한 환상처럼, 하나님께서 이 땅을 품으시며 손짓하시는 것처럼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는 “로버트 토마스, 존 로스와 같은 영국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의 꽃이 한국 땅에 피어난 것을 생각하면, 영국인들을 통해 성경이 전달된 것은 결단코 우연이 아니라 마치 하나님의 퍼즐 같다”며 “선교사들의 시선이 조선을 향하게 한 이 사건을 보며, 하나님의 이 민족을 향한 사랑과 놀라운 계획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기념관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기념관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기념관 인근에 위치한 기념공원에는 당시 영국인들이 타고 왔던 두 척의 함선 중 리라호와 조선의 판옥선을 재현해 놨다. 이를 돌아보는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회원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기념관 인근에 위치한 기념공원에는 당시 영국인들이 타고 왔던 두 척의 함선 중 리라호와 조선의 판옥선을 재현해 놨다. 이를 돌아보는 킹제임스성경목회자협의회 회원들. ⓒ충남 서천=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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