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암기에서 이해로 보다 생생하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신들과 함께』 이상환 교수 (下)

▲이상환 교수는 “고대인들은 신이 무소부재하고 전지전능한 초월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고대인들이 생각했던 신은 인간과 절대적 초월자의 중간 지점에 있는 초인 정도”라고 설명했다. ⓒ저자 제공
▲이상환 교수는 “고대인들은 신이 무소부재하고 전지전능한 초월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고대인들이 생각했던 신은 인간과 절대적 초월자의 중간 지점에 있는 초인 정도”라고 설명했다. ⓒ저자 제공

“암기를 넘어 이해의 영역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하나님을 이해하는 만큼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을 전심과 진심으로 깊이 예배하길 원한다면, 우리를 전심과 진심으로 깊이 예배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이 만남은 암기의 영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이해의 영역에서만 일어난다.”

美 미드웨스턴대 이상환 교수는 인터뷰 전편에서 소개한 ‘크리스천투데이 ‘2023 올해의 책 10’ 『Re: 성경을 읽다』에 이어, 지난해 말 『신들과 함께: 고대 근동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 보기』를 펴냈다.

『신들과 함께』는 그리스도인들이 처음 배우고 암기하는 과정을 통해 신앙생활을 시작하다, 자칫 그 깊고 오묘한 ‘성경 속 하나님’을 간단명료하게 정리된 ‘교리의 하나님’으로 축소해서 파악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쓰였다고 한다.

물론 ‘교리의 하나님과 ‘성경의 하나님’은 동일하신 분이지만, 마치 실물과 사진의 차이처럼, 전자가 ‘영원하신·입체적·동적인 하나님’이라면 후자는 ‘찰나의·단면적·정적인 하나님’으로 깊이와 너비와 부피의 영역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것.

그래서 암기의 영역에 ‘박제’된 하나님을 탈(脫)박제, 즉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성경이 하나님의 전지전능성과 무소부재성, 초월성을 어떻게 드러내시는지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책에서 구약 성경이 하나님(야훼)과 가나안 바알·애굽 태양신 등 당대 고대 근동의 여러 신들을 어떻게 비교하고 있는지 친절히 설명함으로써 이를 증거해내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지금까지 당연시해 왔던 여러 개념들을 수정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고대의 사고 방식에 노출돼야 한다”며 “암기된 하나님을 기준 삼아 실체의 하나님을 이해하려 할 때 다소 혼돈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렵지 않은 이 책을 제대로 읽고 나면, 구약 성경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4D 화면을 보듯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읽혀질 것이다. 다음은 전편에 이은 이상환 교수의 『신들과 함께』 이야기.

신들과 함께: 고대 근동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 보기
이상환 | 학영 | 324쪽 | 19,000원

고대 근동 자료, 아무 말 하지 않아
해석하는 자들 스펙트럼 따라 차이
귀로만 듣던 하나님을 눈으로 보듯
암기만 하던 하나님을 이해 영역에

-여러 고대 근동 문서에 경계심을 갖는 것은, 그런 문서들을 내세우며 성경의 권위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들을 주로 봐왔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고대 근동 자료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자료들을 해석하는 자들이 많은 말을 하지요.

기자님께서 말씀하셨듯, 고대 근동의 자료들은 ‘성경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료들이 반드시 그렇게만 해석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을 변증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요.

이처럼 극단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료들이 많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고대의 자료는 ‘해석의 스펙트럼’을 제공합니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에는 성경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해석이 존재하고, 다른 한 쪽에는 성경의 권위를 높이는 해석이 존재합니다. 해석자가 스펙트럼의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해석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를 발견해야 합니다. 아울러 본인과 다른 위치에 서있는 타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의 ‘금송아지 경배(The Adoration of the Golden Calf)’. ⓒ위키
▲17세기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의 ‘금송아지 경배(The Adoration of the Golden Calf)’. ⓒ위키

저는 『신들과 함께』의 서두에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본서는 학술서적이 아니다. 학술서적처럼 보이는 신앙서적이다. 나는 학계에 새로운 주장을 제시하기 위해 본서를 쓰지 않았다. 대신 독자들에게 내 신앙—성경을 하나님의 특별계시로 보는 신앙, 성경의 양면성(역사성과 초월성)을 존중하는 신앙, 성경이 계시하는 하나님을 초월자로 보는 신앙—을 나누려는 목적으로 썼다. 그래서 독자들은 본서를 구성하는 논증들 사이에 켜켜이 쌓여 있는 내 신앙을 마주할 수 있다. 혹시 누군가가 본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제가 그동안 암기만 했던 하나님, 그래서 깊이 이해할 수 없었던 하나님을 성경 연구를 통해 깊이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된 하나님을 나누는 신앙서적입니다.’

이로 미뤄 보건대, 본서는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구도자의 고백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그 고백록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본서가 구약의 야훼 하나님에 대한 제 신앙고백이라는 점을 놓쳐선 안 됩니다. 신앙고백이라 함은 제가 스펙트럼의 특정 부분에서 고대 근동의 자료를 해석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저와 다른 부분에 서 계신 분들은 『신들과 함께』의 내용에 동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합니다. 결국 고대 근동 자료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서로의 신앙이 정하게 되니까요.”

▲(왼쪽부터) 아세라 여신 기둥 조각상과 우가리트 왕국 천둥을 일으키는 바알 비석. 둘 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이방 신이다. ⓒ위키
▲(왼쪽부터) 아세라 여신 기둥 조각상과 우가리트 왕국 천둥을 일으키는 바알 비석. 둘 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이방 신이다. ⓒ위키

같은 텍스트, 완전히 상반된 해석
서로 다른 스펙트럼 서 있기 때문
성경, 일관적 논증하는 바 살펴야
구약, 하나님 초월성 일관적 논증

-고대 근동 문서에 의해 실제로 성경의 역사성이나 권위가 어느 정도 파괴되는 것일까요.

“중요한 점은 말씀드렸던 이 같은 스펙트럼이 성경 텍스트를 해석할 때도 작용된다는 것입니다. 신명기 32장 8–9절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지존하신 이(엘/엘리욘[עליון])께서 만방에 땅을 나누어 주시고, 인류를 갈라 흩으실 때, 신들(בני אלים)의 수효만큼 경계를 그으시고 민족들을 내셨지만 야곱이 야훼(יהוה)의 몫이 되고 이스라엘이 그가 차지한 유산이 되었다(공동번역)’.

신명기 본문은 야훼 하나님과 다른 신들의 관계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학자들마다 매우 다른 해석을 내립니다. 일부 학자들은 본문이 ‘지존하신 이(엘/엘리욘[עליון])’ 아래 야훼(יהוה) 하나님을 종속시킨다고 해석합니다. 이 해석은 ‘지존하신 이≠야훼’라는 독법과 야훼가 지존하신 이보다 낮은 신들(בני אלים) 중 하나라는 해석을 낳습니다. 지지자들은 이를 근거로 본문이 이스라엘의 신관이 진화된 흔적을 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본문을 ‘지존하신 이(엘/엘리욘[עליון])’가 곧 야훼(יהוה) 하나님을 가리킨다고 해석합니다. 이 해석은 ‘지존하신 이=야훼’라는 독법과 야훼께서 당신보다 낮은 신들(בני אלים)을 다스리는 분이라는 해석을 낳습니다. 지지자들은 이를 근거로 본문이 야훼 하나님의 초월성을 드러낸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같은 텍스트에서 완전히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텍스트를 바라보는 학자들이 서로 다른 스펙트럼 위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해석을 취해야 할까요? 우리는 성경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이 일관되게 논증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구약 성경은 야훼 하나님의 초월성을 일관적으로 논증합니다. 야훼께서는 지존자이시요 신들의 신이십니다. 그 어떤 신도 야훼 하나님 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야훼 하나님만이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한 절대자입니다.

따라서 신명기 32:8–9이 야훼를 ‘지존하신 이(엘/엘리욘[עליון])’ 아래 종속시킨다는 해석은 성경의 총체적 가르침에 위배됩니다. 게다가 신명기 자체의 가르침에도 모순을 일으키지요(신 4:19–20 참조).

아울러 본문이 이스라엘 신관이 진화된 흔적을 담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종 편집자들이 진화된 흔적을 왜 깨끗하게 지우지 못했을까요? 편집자들이 본문을 ‘지존하신 이=야훼’의 독법으로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스펙트럼은 고대 근동의 모든 자료에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혹시 누군가 고대 근동의 자료를 통해 성경의 권위를 축소시키는 말을 할지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그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분석하여, 그의 주장이 해석적 스펙트럼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먼저 살피기를 권합니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세바스티앙 부르동(S&eacute;bastien Bourdon, 1616-1671)의 &lsquo;솔로몬 왕이 우상을 섬기다(King Solomon Sacrificing To the Idols)&rsquo;. ⓒ위키
▲17세기 프랑스 화가 세바스티앙 부르동(Sébastien Bourdon, 1616-1671)의 ‘솔로몬 왕이 우상을 섬기다(King Solomon Sacrificing To the Idols)’. ⓒ위키

암기 통해 하나님 배우는 것 필요
여기서 멈추게 될 때 문제 발생해
부모들, 자녀에게 성경 교육 권유
부모가 먼저 성경 읽고 소화 필요

-다음 세대에서 하나님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닌, 암기로 박제시키는 교육이 가장 활발한 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 교육에 있어 두 권의 책이 소개하는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암기를 통해 하나님을 배우는 작업은 필요합니다. 단 여기에서 멈추게 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부모님들께서 아이들 성경 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다수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맡기고 본인들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일학교에서 성경을 배우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주일학교에만 의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부모님들이 주중에 시간을 내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쳐 준다면,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이들에게 매일 저녁 성경을 가르쳐 주려고 시간을 구별합니다. 그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저는 그 질문에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을 합니다. 아이들이 암기와 이해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물론 이런 작업이 이뤄지려면 부모님들이 먼저 성경을 사랑하고 공부하셔야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자녀 교육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부모님들이 유익한 신학 및 신앙 서적을 읽고 소화한 후, 그것들을 아이들의 언어로 변형하여 자녀의 성경 공부를 인도한다면 가정과 교회가 모두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향후 집필과 연구 계획, 기도제목이나 비전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성경 텍스트와 더불어 그 텍스트의 배경 연구를 더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현재 저널사에서 리뷰 중인 아티클들도 있고, 한국 출판사와 계약을 마친 원고 주제도 있습니다. 이 작업들을 통해 독자들이 보다 재미있고 쉽게 성경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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