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선교라면, 아무것도 선교가 아니다”… 로잔의 길, WCC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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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4차 로잔 대회 성공 위한 제언 (1)

좋고 중요한 것들 다 선교에 포함?
어떤 목표도 제대로 달성 못할 것
복음 전도, 우선·핵심적 사역 선포
3차 대회부터 해당 진술 불편해해
인권이나 정치 운동으로 변질 우려
WCC와 방향 유사해질 위험 내포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2010 제3차 로잔대회. ⓒ국제로잔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2010 제3차 로잔대회. ⓒ국제로잔위

로잔 운동은 복음주의 진영의 가장 대표적 운동 중 하나이며, WCC와 함께 세계 선교의 양대 축을 이루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 귀한 운동이 2024년 올해 한국에서 역사적인 제4차 대회를 열게 된다.

필자는 한국로잔교수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도 로잔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로잔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이번 로잔 대회에 대해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그런 배경에서 이 글은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의 심정으로 로잔이 숙고해야 할 과제들을 제언한 것이다.

이 글의 제목에 나온 ‘모든 것이 선교라면, 아무것도 선교가 아니다(If everything is mission, nothing is mission)’는 말은 WCC가 모든 일을 다 선교에 포함시키는 것을 보면서 스티븐 닐 박사(Stephen Neil)가 남긴 명언이다.

즉 선교를 수행함에 있어 핵심사항과 핵심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채 좋고 중요한 것을 다 선교의 개념 속에 포함시키면, 이론적으로는 매우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 나타나는 결과는 제한된 선교 자원과 시간을 방만하게 사용함으로 말미암아 어떤 목표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한계점을 보인다.

실제로 WCC의 경우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일, 즉 인간화, 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전, 화해와 일치 등을 모두 선교의 개념 속에 포함시키면서 전통적인 선교에서 핵심사항으로 여겨지는 복음전도를 거의 소홀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보면서 스티븐 닐 박사는 만약 ‘선교’(Mission)라는 용어를 그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려 하면, 복음 전도를 핵심으로 하는 용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교에서 핵심이 없이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말은 무성하고 엄청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음을 미리 내다본 혜안이 아닐 수 없다.

로잔 운동은 WCC가 인간화와 사회구원 같은 큰 과제들까지 선교에 포함하면서, 선교의 방향을 복음 운동이 아닌 인권 또는 정치 운동 등으로 변질시키는 것을 우려하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이런 점에서 로잔 언약은 여러 가지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면서도 “교회가 희생적으로 해야 할 일 중 복음 전도가 최우선”이라는 말을 6항에서 언급함으로써, 복음 전도가 가장 우선적이며 핵심적 사역임을 언급한다. 지금도 로잔은 기본적으로 세계 복음화를 가장 우선적이고 핵심적인 과제로 삼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제3차 케이프타운 로잔 대회부터는 선교의 핵심사항에 대한 강조가 사라지고 있다. 로잔은 ‘총체적 선교’를 강조하면서, 선교의 우선성이나 핵심사항과 같은 용어 자체를 매우 불편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게 되면 그 결과는 정치 또는 환경 운동 등이 복음 운동과 같은 중요도의 운동으로 인식되면서 결국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인 복음 운동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로잔 운동이 WCC와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성을 내포한다.

▲제3차 로잔 대회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의 지난해 11월 국내 강연 모습. ⓒ크투 DB

▲제3차 로잔 대회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의 지난해 11월 국내 강연 모습. ⓒ크투 DB

로잔, WCC 전철 밟지 않으려면

1. 선교적·사회적 책임 분리 기술
2. 선교 방법·목적 명확한 분리를
하나님과 재물 둘 다 섬길 수 없어
하나님은 목적, 재물은 수단 분리
선교, 목적과 수단 명확히 구분을

이러한 문제를 미리 지혜롭게 방지하기 위해, 로잔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선교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분리해 기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해서 사회적 책임도 선교라고 말하는 것은 스티븐 닐이 언급한 대로 선교 개념을 혼란스럽게 하고 힘을 분산시키면서 선교를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않는 잡동사니로 만들 수 있다.

둘째, 선교의 방법과 목적을 분리해, 명확히 기술할 필요가 있다. 선교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총체적이다. 특별히 세상에서의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 선교의 목적을 이루는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방법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선교의 목적은 교회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교회의 머리 되신 주님께서 주신 것이며, 모든 민족을 제자 삼는 것에 핵심 강조점이 주어져 있다. 주님께서 주신 선교의 목적과 이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과 자세를 혼동하면, 열매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글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선교를 왜 이렇게 좁게만 보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또 선교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나눠서 보는 관점 자체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눅 16: 13)”고 말씀하셨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하나님도 필요하고 재물도 필요하니 둘 다 섬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삶의 목적과 기준이고, 재물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선교에도 목적이 있고 수단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선교가 혼란의 미궁 속으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스티븐 닐의 명언은 제4차 로잔 대회를 앞둔 이 시점에서 반드시 숙고해야 할 지혜가 아닌가 생각된다.

※보다 자세한 보충 설명을 원하면 책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을 참조하고, 자세한 각주나 토론 등을 원하면 이메일(aso0691@hanmail.net)로 연락 바랍니다.

▲안승오 교수. ⓒ크투 DB

▲안승오 교수. ⓒ크투 DB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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