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삶으로 배우는 신앙, 챗GPT로 교육 될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제45회 정기학술대회

이수인 교수 ‘챗GPT와 기독교교육’
신앙교육 본질, 예수님의 제자훈련
디지털 기술, 본질 집중 위해 사용

▲이수인 교수가 주제발표를 전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이수인 교수가 주제발표를 전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회장 신성욱 교수) 제45회 정기학술대회가 ‘챗GPT와 목회’를 주제로 11일 하남교회(담임 방성일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수인 교수(아신대)가 ‘챗GPT와 기독교교육: 생성 AI 열풍을 통해 생각해 보는 신앙교육의 본질’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전했다. 이 교수는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라는 책을 공저했다.

이수인 교수는 “복음서를 보면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잘 짜여진 커리큘럼과 긴 시간 교실 강의로 훈련시키지 않으셨다. 그냥 함께 공동체로 살아가셨고, 자신의 삶과 관계에 기초해 가르치셨다. 제자들이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질문하시고, 때로는 배운 것을 연습하게 하셨다(눅 10:1)”며 “생성형 AI 시대에 유효한 신앙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최신 기술과 다양한 문헌들을 살폈지만, 결국 답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셨던 제자훈련 모습 속에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역시 본질을 붙드는 것이 답이구나, 인공지능 필요없구나!’ 하는 식의 가벼운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으로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그 기술이 이야기하는 장밋빛 환상에 눈이 멀어 이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대응”이라며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술은 본질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더 집중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그는 챗(Chat)GPT에 대해 “OpenAI 회사에서 내놓은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대화할 수 있는 챗봇(Chat-bot)”이라며 “사진 인식이나 검색 엔진처럼 결과를 찾기보다 새로운 정보와 결과를 생성하고(Generative), 사전에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으며(Pre-trained), 문장이나 단어들 사이의 중요한 관계를 파악해 텍스트를 더 잘 이해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Transformer)됐다”고 소개했다.

챗GPT, 신앙 교육 도움 줄 수 있어
이단사이비 데이터 학습하면 위험
설교 정리 잘해도, 삶으로 못 보여

이수인 교수는 기독교교육에 챗GPT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을 짚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챗GPT가 신앙 교육에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회 사역자들은 설교노트 작성 및 성경공부 구성 등 여러 실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차별화되고 개별화된 맞춤 신앙교육도 할 수 있고, 행정업무 등에서 목회자나 교회학교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했다.

▲이수인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이수인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그러나 한계로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 즉 오류 있는 데이터를 학습해 잘못된 답변을 맞는 말처럼 제시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사실처럼 뻔뻔하게 대답할 수 있는데, 챗GPT가 이단사이비 데이터를 학습할 경우 정통 신앙과 이단사이비가 뒤섞인 답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며 “진리는 인격적·공동체적이라는 인식론적 차원의 문제와, 설교 등에서 출처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윤리적 문제도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설교에는 결정적 약점이 있다. 아무리 성경 본문에 충실하고 많은 자료들을 사용하여 논리적으로 잘 작성됐어도, 설교자가 삶으로 살아낼 수 없는 설교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여기서 삶으로 모범을 보여줄 수 있는 영적 교사가 돼야 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는 설교자와 개인적인 영적 교제를 나눌 수 없는 대형교회의 영적 경쟁력이 작은교회의 그것보다 더 낮은 이유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챗GPT, 신앙 교육 도움 줄 수 있어
이단사이비 데이터 학습하면 위험
설교 정리 잘해도, 삶으로 못 보여
기독교 신앙 교육, 공동체 통해야

이후 이 교수는 챗GPT와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신앙교육의 본질을 4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깊이 있게 사고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하는 신앙교육’에 대해 “챗GPT를 이용한 단편적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은 신앙 전수에 맞지 않는다”며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잘 사용하려면 질문을 잘 해야 하는데, 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깊이 있게 사고해야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지식이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참인지·유용한지 여부 등을 주의 깊게 따지면서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둘째로 ‘삶을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신앙교육’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신앙의 사람으로 자라고 성장하는 데 있어, 풍성한 신앙 경험이 너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교회학교 교육은 경험의 중요성을 경시한 채, 머리에 인지적 지식만 채워준 것은 아니었을까”라며 “예배와 기도, 공동체 속 섬김 등 다양한 신앙 경험들을 제공해, 다음 세대 마음 속에 그것이 쌓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결코 AI가 제공할 수 없는, 신앙 교육의 본질을 회복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로 ‘관계에 기반한 앎’에 대해 그는 “‘안다’는 것은 단순한 명제적 정보가 아니다. ‘안다’는 뜻의 히브리어 ‘야다’는 관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님을 안다고 할 때도, 우리는 지식이 아닌 하나님과의 깊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그 분을 아는 것”이라며 “마치 한 번도 수박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수박에 ‘대한’ 설명을 하듯, 챗GPT의 정보는 신앙 없는 사람이 하나님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과의 만남과 깊이 있는 교제를 경험하지 못한 챗GPT의 정보들로 다음 세대가 하나님을 만나고 교제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기념촬영 모습.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넷째는 ‘공동체 중심의 신앙교육’이다. 이 교수는 “챗GPT의 차별화·개인화 교육에 대한 장점을 앞에서 소개했지만, 이러한 교육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지난 3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을 때, 그 결과는 심각했다. 수업 집중도가 부족했고, 이전보다 적게 배우고 성적도 떨어졌다. 더 심각한 일은 학생들이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교육은 쉽게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인 교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상호작용과 학습 공동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뇌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평생 고립된 뇌로 살아가도록 설계돼 있지 않고, 사회 속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말한다”며 “이는 신앙 교육 영역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신앙은 불교와 같이 혼자 도를 닦는 종교들과 거리가 멀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께서 삼위일체라는 완벽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시고, 모든 구원 받는 자들 역시 교회라는 공동체로 부르셨다. 기독교는 공동체의 종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진정한 신앙교육은 공동체 안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회의와 절망에 빠질 때 서로 도우며, 각자 짐을 나눠지고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자라간다”며 “이를 두고 본회퍼는 <성도의 공동생활>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그리스도인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챗GPT가 아니라 다른 어떤 생성형 AI가 나오더라도, 우리는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라는 공동체를 통해 신앙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 외에도 권정민 교수(서울교대)가 사례발표 ‘ChatGPT는 처음이라’를 진행했으며, 분반 자유발표도 이어졌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회장 신성욱 교수(아신대) 사회로 방성일 목사가 설교했으며, 직전 회장 박태현 교수(총신대)가 축도했다. 박태현 교수에게는 공로패를 전달했다.

자유발표에서는 황종석 교수(백석대)가 ‘연간 설교자의 설교 준비를 위한 실천적 제안’, 김선일 교수(웨신대)가 ‘명목상 기독교인 개념에 대한 연구: 양적 조사를 중심으로’, 박성환 교수(성서대)가 ‘로이드 존스의 부흥 설교’, 김종현 교수(경민대)가 ‘챗GPT 시대, 예배 영성 다시 생각해 보기’, 김웅기 교수(성서대)가 ‘일립 강태국의 교육사상 연구: 제자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재형 교수(침신대)가 ‘본문이 이끄는 설교: 사사기 16:4-22에 기록된 삼손의 부정적 인물 묘사를 통해 구약 내러티브 설교하기’ 등이 각각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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