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매년 9백만 기아·조혼 위험… 출산 합병증에도 취약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세이브더칠드런, 세계 여아의 날 맞아 보고서 발표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 폭풍의 중심에 선 여아들(Girls at the centre of the storm).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 폭풍의 중심에 선 여아들(Girls at the centre of the storm).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11일(수) 세계 여아의 날을 맞아 글로벌 보고서 <폭풍의 중심에 선 여아들(Girls at the centre of the storm)>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여아의 생존권, 보호권, 학습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조혼의 실태를 밝히는 한편, 기후 및 기아 위기로 위협받는 여아의 권리를 지키고 조혼(아동 결혼)을 종식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을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여아 9백만 명이 극단적인 기후 재난과 조혼의 위험에 놓였으며, 조혼의 3분의 2가 기후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2030년까지 여아의 60%에 가까운 9억 3천1백만 명이 홍수나 가뭄,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겪을 것이며, 이러한 기후변화는 기아 등 현존하는 위협 및 불평등과 더불어 조혼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약 2,990만 명의 사춘기 여아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핫스팟 10개국(방글라데시, 부르키나파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기니, 말라위, 말리, 모잠비크, 니제르, 남수단)에 살고 있다. 이 국가들은 여아의 조혼 위험성이 매우 높고, 매년 산불, 농작물 재해, 가뭄, 홍수, 폭염, 사이클론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겪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 증가율을 보이는 만큼, 이 수치는 2050년까지 3,99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의 영향이 조혼과 결합하면서 핫스팟 국가가 위치한 방글라데시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여아 권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차드, 기니는 더 심각하고 빈번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갈등과 빈곤, 성 불평등, 기아 등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조혼한 여아는 교육을 이어갈 가능성이 훨씬 낮으며, 신체적인 폭력과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어린 나이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합병증에 더 취약하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 잉거 애싱은 “이번 세이브더칠드런의 연구는 기후위기가 아동의 권리, 특히 여아의 권리를 위협하는 정도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수 년간 가뭄으로 가난에 놓인 가족들은 굶주림 끝에 많은 여아들을 18세가 되기도 전에 결혼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불평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가 기후 계획에 있어 여아를 언급하고 여아의 필요와 관여에 대해 명시적이고 의미 있는 내용을 담은 국가는 2% 미만이다. 각 정부와 NGO, 유엔, 기업들이 현재의 기아 및 기후 위기를 여아 권리의 비상사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아시아 중 방글라데시의 높은 조혼율을 주목했다. 2020년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조혼율은 남아시아 국가 중 1위로, 방글라데시 전체 여성인구 8,220만 명 중 46%에 달하는 3,800백 만 명이 18세 이전에 결혼했다. 이처럼 높은 조혼율은 농촌 지역과 저소득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조혼한 아동은 일반 여아와 비교해 학교에 가지 못할 확률이 4배 더 높았다. 특히 조혼한 아동 10명 중 5명은 18세 이전에 아이를 출산했는데, 어린 나이의 임신과 출산 경험은 임신 중독, 자궁내막염 등 합병증 발병률을 높인다. 더욱이 신체가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이 출생한 신생아는 저체중, 영양실조, 조산 등의 위험 가능성 역시 높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해 방글라데시 랑푸르 주에서 ‘방글라데시 전략형 모자보건시스템 강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혼과 빈곤으로 심화되는 모성 사망과 신생아 사망률 감소를 목표로, 조혼 및 청소년 임신의 위험성, 성평등과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진행한다. 필수 의료 서비스망을 구축해 지원함으로써 모성 사망의 위험을 낮추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글라데시 정부와 협력해 국가 내 보건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의료 정보의 디지털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방글라데시 모자보건 사업을 담당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국제사업 1팀 김대현 팀장은 “방글라데시는 가난과 관습을 이유로 수많은 여아들이 원치 않는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여성을 포함한 모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 및 옹호 활동을 통해 조혼 및 청소년임신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에서 약 50년에 걸쳐 모자보건 사업을 추진해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건 의료 분야의 국가 전략 수립에 참여하는 등 정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이번 전략형 사업을 통해 방글라데시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는 모자 보건 시스템을 갖춰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전 세계 어린이의 구호활동을 목적으로 에글렌타인 젭이 창립했다. 에글렌타인 젭은 미션스쿨인 ‘성 베드로 중학교’(St. Peter's Junior School)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중 곳곳의 어린이들이 직면한 빈곤을 보며 교사는 자신의 사명이 아님을 깨닫고, 이후 자선 단체 협회에 참여,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성 조지 공동묘지에 묻혔으며, 그녀의 비문에는 성경구절인 마태복음 25장 40절의 인용문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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