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해도 숨길 수 없는’ 북한의 기독교 역사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순교자의소리, 탈북민 양육 과정서 포착한 사실 알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현숙 폴리 대표가 4일 순교자의소리에서 운영하는 탈북민 양육 학교에서 로버트 저메인 토머스(Robert Jermain Thomas) 선교사를 가르친 근황을 전하며 “숨겨도 잘 보이는 북한의 기독교 역사에 대한 증거를 본다”고 밝혔다.

교육·음악·영화·행사 곳곳 기록돼
보위부 교육 영상에 순교자 이야기

현숙 폴리 대표는 탈북민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기독교 역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하면서, 그런 경험을 ‘숨겨도 잘 보이는’ 북한의 기독교 역사에 대한 기억이라고 했다.

그 중 한 가지가 저메인 토마스 선교사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 파송된 초창기 선교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토마스 선교사는 1866년 선교 여행에서 제너럴 셔먼호 배를 타고 평양 근처의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려다 순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최근 토마스 선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60대인 탈북민 학생들이 북한에서 북한 정부의 관점으로 기록된 그 역사를 배운 적이 있다고 밝힌 사실을 전했다.

▲제너럴 셔먼 호를 불태운 사건 기념해 북한 정부에서 2006년에 발행한 우표. 제너럴 셔먼 호 사건으로 당시 배에 타고 있던 초창기 한국 선교사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가 순교했다.  ⓒDawkish 블로그

▲제너럴 셔먼 호를 불태운 사건 기념해 북한 정부에서 2006년에 발행한 우표. 제너럴 셔먼 호 사건으로 당시 배에 타고 있던 초창기 한국 선교사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가 순교했다. ⓒDawkish 블로그

폴리 대표는 “탈북민 이 선생은 어린 시절 북한 대동강에서 ‘침략선 셔먼 호’를 불태우는 행사에 참석했다고 했다. 이 선생에 따르면, 당시 행사에는 많은 평양시민들, 그리고 북한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도 있었다. 북한은 작은 배 모형들과 제네럴 셔먼 호 모형을 만들어 그 사건을 재현했다. 작은 배 모형들에 먼저 불을 붙이고 강에 띄워 제너럴 셔먼 호로 보내 그 배를 불태웠고, 모든 배가 불에 타자 평양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북한 당국은 토마스 선교사가 대원군의 왕위를 빼앗으러 조선에 왔고, 그 사실을 안 김일성의 할아버지 김응우가 앞장서서 몽둥이를 쥐고 토마스 선교사를 내쫓고, 화공선을 제너럴 셔먼 호로 보내 그 배를 불태웠다고 가르쳤다”며 “이 선생은 그 행사를 보고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폴리 대표는 “놀랍게도, 북한 정부는 북한의 기독교 역사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잘 보존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기독교 역사를 존중하기 위함이 아니라 기독교를 압도하고 승리했다는 김일성을 추앙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북한 학생들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외국 선교사들 이야기를 배우고, 북한의 많은 영화에 외국 선교사들이 나온다. 물론 묘사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모든 이야기는 북한 정부의 관점에서 전개되는데, 이는 김일성이 어떻게 기독교와 ‘외국 침략자’로부터 북한을 구해냈는지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인기 있는 한 TV 프로그램의 도입부에 나오는 화면. 십자가를 비롯한 기독교 관련 물품들이 북한의 국영 TV에 종종 등장한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북한에서 인기 있는 한 TV 프로그램의 도입부에 나오는 화면. 십자가를 비롯한 기독교 관련 물품들이 북한의 국영 TV에 종종 등장한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그는 “북한의 ‘숨겨도 잘 보이는’ 기독교 역사를 경험하는 이런 사건이 북한 주민에게는 흔한 일”이라며 “사실 북한TV에 십자가가 자주 등장한다. 북한의 TV 프로그램들이 도입부에서 십자가 및 기타 종교와 관련된 물품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숙 폴리 대표는 “북한 당국은 때로는 기독교적 요소를 차용하고 수정하여 주체 사상의 일부로 재사용한다”며 “탈북민이 런던에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듣고, ‘왜 이 사람들이 북한 정부의 선전 노래를 부르는 거냐’고 제게 물은 적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김일성 찬가’에 수록된 많은 노래가 원래 기독교 노래이며,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라 김일성을 찬양하기 위해 개사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북한의 기독교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 주는 이러한 증거들도 있지만, 북한 주민들도 부지불식 간에 종종 북한 지하교인의 활동을 통해 기독교를 접하게 된다”며 “탈북민 다수가 한국에 와서 성경을 듣거나 기도하는 것을 목격할 때 자신들이 북한 내부에서 동일한 것을 보고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어떤 탈북민은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눈을 감고 손을 모아 밤에 기도한 것을 보았지만, 그것이 기도인지 몰랐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순교자 차덕순. 북한 당국이 보위부원들을 훈련하기 위해 제작한 반종교적 교육 영상에 그녀의 이야기가 보존돼 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순교자 차덕순. 북한 당국이 보위부원들을 훈련하기 위해 제작한 반종교적 교육 영상에 그녀의 이야기가 보존돼 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폴리 대표는 “기독교를 가장 맹렬하게 박해하는 북한 정부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역사하고 계시며, 북한의 기독교 역사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계신다”며 북한의 기독교 순교자 차덕순을 예시로 들었다. 차덕순 이야기는 북한 정부가 내부의 종교 지지자들을 식별하여 침묵시키는 방법을 보위부 요원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디오에 보존돼 있다.

그는 “북한 정부가 그런 영상을 보여주는 이유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함이지만,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 중국에서 그리스도를 영접한 뒤에 남한으로 탈출하는 대신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담대하고 용기 있는 북한의 복음 전도자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영상을 보면 차덕순은 여행을 하며 전도를 했다. 가난한 사람이나 하층민이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돈을 주었고, 몇몇 저명한 초창기 기독교인들의 후손을 찾아 함께 예배드렸다. 그 영상의 해설자는 이 지하교인들이 주일마다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고, 찬송하고, 성경을 공부했고 심지어 가장 바쁜 농사철에도 이를 빼 놓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북한은 차덕순이 다른 간첩을 포섭하려하는 간첩이라고 묘사하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정치 선전에서 사용하는 전도에 대한 전형적인 정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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