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소식에 추모 이어져
척박한 오지서 큰 지원 없이 16년간 헌신
‘극빈자 무료급식’ 더 어려운 현지인 섬겨
16년간 베트남을 섬겨 온 유재철 선교사(기감)가 지난 5월 28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베트남 사람보다 베트남을 사랑해 온 그의 소천 소식에 한국과 현지에서 그를 추모하는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동료들에 따르면, 故 유 선교사는 제대로 된 후원 없어 단칸방과 같은 곳에서 오직 베트남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베트남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지난 3일 마포중앙감리교회에서 드린 천국환송예배에는 그의 가족과 동료 목회자, 성도들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을 추모하고 축복을 전했다. 동료들은 “한국에 대한 마음보다 더 큰 사랑으로 베트남에 뿌린 복음의 씨앗이 반드시 열매 맺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약했던 몸, 그저 도울 때 행복했던 아버지
“그의 섬김 못 잊어” 베트남 교계 감사 전해
환송예배에서 추모문을 낭독한 유 선교사의 장녀 유시은 양은 선친의 베트남을 향한 사랑은 매순간 진심이었다고 했다.
유 양은 “공산국가인 베트남에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는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2007년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후원도 없이 단칸방에서 힘겹게 선교하셨다. 누구보다 힘들고 가난하고 연약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섬기는 선교사의 삶을 사셨다”고 회고했다.
그녀에 따르면 ‘그저 놀기 좋아했던’ 청년이었던 유 선교사는 20대에 감신대를 자퇴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죽은 몸과 마찬가지였던 그를 하나님께서는 기적적인 은혜로 살리셨고, 이에 그는 다시 감신대로 돌아와 주의 종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심각한 사고 후유증으로 소화기능이 약해져 먹음 음식물을 자주 토해냈고, 몸은 마르고 유약했다. 유 양은 “자신의 몸 하나 감당하기 힘든 분이 남에게 그저 주는 것만 좋아하고 섬기는 것만 생각했다. 우리 가족에게 아빠는 때론 밉고 못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유 선교사는 가난한 영혼들과 늘 함께했다. 별다른 지원 없이 자신의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베트남의 저소득층 이웃들을 위해 ‘극빈자 무료급식’을 이끌었다.
그녀는 “베트남 목사님들이 아빠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교회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실행에 옮겼던 참 좋은 분’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베트남감리교회는 ‘유 선교사님의 섬김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했다”며 “지금도 본인은 굶으면서도 어려운 이웃에 밥을 나눠 주며 행복해 하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어 “슬프고 아쉬운 마음 주체할 수 없지만, 최근 건강이 악화되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셨던 아빠를 생각하면 오히려 하나님 곁으로 가신 지금이 더 편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며 “한국보다도 베트남을 훨씬 더 사랑했던 아빠, 아빠가 뿌린 눈물과 기도, 섬김이 결코 헛되지 않고 자라나 베트남 영혼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 유재철 선교사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한인샘터교회를 섬기며 베트남 복음화를 위해 헌신해 왔다. 특히 ‘극빈자 무료급식’을 운영하며 현지 저소득층 복지에 큰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