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노트 12] 청중 이해하기 (2)
서구 영향에 개인주의 급속 확산
개인 경건 시간 바람직한 일이나
신앙 사유화 가속화 부정적 영향
공동체성 지향 진리 가르침 부족
2. 개인주의
지구촌은 무한대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구는 제한적입니다. 지구가 제공하는 자원 역시 제한적이지요.
이에 더하여 인구의 증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로 제한한다면 인구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증가가 아니라 인구 감소를 고민할 때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출산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인구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인구와 자원의 한계라는 두 명제를 동시에 생각하면 상황은 심각해집니다. 쉽게 말해 인구는 증가하고 있고 인구의 증가 속도만큼이나 자원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비사회는 제한된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욕구를 자극합니다. 보다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도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고 축적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사회라는 토양은 개인주의를 잉태하고 양산할 뿐 아니라 확대시킵니다.
한국 사회의 서구화도 개인주의를 심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서구 문명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합니다. 한국 사회는 서양 문화와 가치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전 함께 사역하던 아프리카와 인도 출신 사역자가 한국 사회를 경험하면서 예리하게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사람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너무 빠르게 또 쉽게 수용하는 것 같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왜 한국 사람은 한국의 정서와 가치로 다른 나라의 문화와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시선이 다 옳다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다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필자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무비판적으로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경향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개인주의가 퍼지고 있을 뿐 아니라 깊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교회 청중들 역시 이 부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대다수 성인은 일터에서 의미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전업주부라고 한다면 가정에서 의미 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보내지요. 직장에서도 개인화 성향은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90년대생이 온다》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MZ세대로 부르는 세대가 있고, 그들이 가진 특징 중 하나가 개인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같은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일하는 직장에서조차 공동체 의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갈수록 개인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교회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렇습니다. 개인화 또는 개인주의는 신앙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기독교에서 개인 경건은 널리 퍼져 있을 뿐 아니라 강조되고 있습니다. 말씀 묵상, 큐티, 개인기도에 충실한 사람을 신앙 좋은 사람, 믿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기독교가 처음부터 공동체성을 지향한다는 진리에 대한 가르침도 부족합니다. 결과적으로 신앙의 사유화(私有化)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 경건 시간을 갖는 것 자체는 더 없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 경건 시간이 신앙의 사유화를 가속화시킨 점에서는 충분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기독 신앙을 추구하고, 교회를 찾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마음의 평화, 개인 영성 추구입니다. 신앙의 사유화와 개인주의가 맞물리면서 마음의 평화, 개인 영성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지요.
개인 영성, 개인의 평화를 추구하는 영성은 교회가 공동체로 모이는 일에 중요한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아니, 둘 수 없습니다. 공동체 의식은 점점 희박해지고, 개인주의 영성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예배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결과이기도 하지만, 실제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성도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나안 성도를 넘어 ‘플로팅 크리스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사유화, 신앙의 개인주의가 점점 더 퍼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에게 공동체 의식이 점점 희미해진다는 점과 신앙의 사유화, 개인 영성에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현상을 설교자는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설교의 방향과 내용을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고, 반드시 전하고 나누고 가르치고 선포해야 할 메시지도 뚜렷해지기 때문입니다.
지혁철 목사
광주은광교회 선임 부목사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