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Unsplash

스코틀랜드 의회는 16세 이하의 시민도 성별 위화감에 대한 의학적 진단 없이 법적으로 트랜스젠더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찬성 86대 반대 69로 통과된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16세와 17세도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성별 위화감에 대한 의학적 진단 요건도 없앨 뿐 아니라, 개인이 선호하는 성별로 살아야 하는 기간을 성인의 경우 현행 2년에서 3개월로, 16세와 17세의 경우 6개월로 단축했다.

성별 확인 증명서 발급 나이를 18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수정안은 기각됐다. 또 성폭력 가해자들의 법적인 성별 전환을 금지한 수정안도 거절됐다.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법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왕실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스코틀랜드 알리스터 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여러 가지 우려들로 인해 정부가 법안을 막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이 법안의 특정한 측면,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의 안전 문제와 관련된 많은 이들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몇 주 동안 2010년 평등법과 다른 광범위한 입법들이 영국 전역에 미칠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필요한 경우 법안의 왕실 승인을 중지하는 명령까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이자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인 J. K. 롤링(J. K. Rowling)은 그동안 이 법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닌 인물 중 하나다. 지난 10월 그녀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이 법안을 지지하는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총리를 ‘여성권의 파괴자’라고 언급하며 법안 반대 시위에 지지를 표했다.

이 법안은 2004년 ‘성별 인식법’을 개정하기 위해 지난 3월 도입됐다. 성별 인식법은 한 사람이 법적으로 트랜스젠더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기준들을 밝힌 것이다.

법안을 지지하는 정책 각서는 “2004년 법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성 정체성 건강을 ‘정신 및 행동 장애’에서 ‘성 건강과 관련된 조건’으로 재분류한 것을 포함해 국제적 발전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2012년 아르헨티나 이후 벨기에,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몰타, 노르웨이 등에서 지원자의 성별 인식을 바탕으로 법적인 성별 인식 체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