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의 시대적 타당성과 그 문제점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혜암신학연구소, 가을 신학세미나 개최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균진 교수, 김경재 교수, 김영한 교수, 윤철호 교수.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균진 교수, 김경재 교수, 김영한 교수, 윤철호 교수.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교수)가 17일 동 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신학의 시대적 타당성과 그 문제점’을 주제로 가을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균진 소장(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영한 교수(숭실대)가 주제 발표하고 이어 김경재 교수(한신대)와 윤철호 교수(장신대)가 논찬했다.

김영한 교수는 “민중신학은 1970년대 ‘한국적 신학’으로 몰트만을 비롯한 독일 신학자들에 의해 한국판 해방신학으로 해외에 소개되었다. 이는 하나의 학문이라기보다 사회변혁의 운동, ‘억눌린 민중의 억울함과 한’을 대변하는 민중운동가의 사회운동, 체제 저항운동으로 알려졌고, 한국교회와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민중신학의 방법론은 신학적 성찰이 아닌 ‘마르크스적 사회경제사적 사회분석과 성찰’이었다”고 했다.

그는 ‘전통신학에 대한 반동 신학’이자 ‘학문적 신학이 아닌 사건신학’을 민중신학의 특징으로 꼽으며 “전통신학은 성경 텍스트에서 출발하지만, 전 인류 역사의 장을 중요시하는 민중신학은 민중사건이라는 민중 컨텍스트에서 출발할 뿐 아니라 민중사건을 성경 텍스트에서 해석하지 않고 사회경제사적인 분석에서 해석한다. 또한 사건신학으로서 민중신학은 현재의 그리스도를 민중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마르크스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마르크스는 헤겔 사상체계의 중심을 이루는 변증법적 관념론을 거부하고 포이에르바하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수용했으며, 노동계급과 사유재산, 독재적 지배계급의 철폐를 공산주의 사회의 이상향으로 제시했다. 또 사회를 이분법적 대립으로 보고 이 계급을 혁명적으로 타파하고자 했다. 이분법적 사회분석은 죄를 개인의 불의로 보지 않고 사회적 구조악과 동일시했다”며 “그러나 소위 관료주의적 독재라는 이데올로기 실험은 소련과 동유럽에서 반대자들에 대한 억압과 숙청으로 공산주의 이상향에 전혀 어긋나는 이데올로기적 망상이라는 역사적 반증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는 “민중신학은 ‘역사’를 ‘사회경제사적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해석했다. 또 사회경제사적 관점에 따라 성경 텍스트를 떠나 ‘컨텍스트’를 중요시했다”며 “민중신학은 구약의 역사를 사회경제사적 관점에서 민중사건으로 해석했으며, 민중신학자들은 마르크스의 계급투쟁 사회분석을 민중신학에 수용했고, 민중신학은 성경해석이 정치적 상황에 의해 좌우되는 위험에 직면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민중신학의 문제점에 대해 “민중신학은 구약의 구속 역사를 민중사건으로 변형했으며, 신약의 예수 구속사건을 민중사건으로 변형했다. 또 성경의 하나님을 인간 신으로 만들었으며, 성령을 ‘민중의 정신’, ‘민중의 기운’으로 했다. 그뿐 아니라 ‘죄’를 ‘민중의 한’으로 봤고, 한풀이 방식을 지배계층에 대한 저항으로 봤으며, 한풀이 방법은 양반층에 대한 보복행위와 폭력에 의존한 부와 권력의 재분배였다”고 했다.

김 교수는 “회개와 치유 구원 대신 증오와 한을 부추기고, 가진 자, 권력자, 재벌 등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분실자살 등 극한 투쟁을 미화한 것은 결국 기독교적 사랑이라기보다 마르크스적 계급 투쟁으로 세계를 보는 사회경제사적 의식에 경도돼 있다”며 “또 민중신학은 민중해방 역사가 일어나는 곳이 교회라고 보는 변질된 개념을 갖고 있다. 죄인이라는 의식도 없고,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함을 받고 부활의 소망 가운데 사는 중생한 신자의 경험도 없고,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기독교적 정체성도 없다”고 했다.

민중신학의 긍적적 측면도 살폈다. 김 교수는 “사회적으로 무관심하고 영혼구원에만 치우친 한국의 보수신학의 입장을 반성하는 데 자극제의 역할을 하고, 신학의 사회와 역사 참여, 현장성을 강조했다. 또 세계신학계에서 인정받았다”고 했다.

끝으로 민중신학의 한계를 전한 김 교수는 “민중 개념의 탈이데올로기화, 즉 사회경제사적 개념이 아닌 성경적 개념을 요청한다”며 “민중은 사회경제사적 지평이 아니라 구속사적 지평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민중 사건은 하나님의 역사 주권 및 인간의 역사적 책임의 변증법적 관계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논찬한 김경재 교수는 “제가 보기엔 민중신학의 방법론 쟁점은 마르크스의 사회경제사적 시각이 아니라 성경해석학 문제”라며 “예수 공생애 운동의 핵심적 관점이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신학 불문하고 공통점이다. 문제는 ‘하나님 나라’를 무엇이라 이해하느냐인데, 민중신학은 공동체 가운데, 사회정치문화 현실 속 정의와 자유, 평등, 인간다움의 샬롬 실현을 생명공동체 실현으로서 하나님의 나라에 집중했다. 또 안병무나 서남동 같은 민중신학자는 민중을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을 격려하고 믿고 희망을 주며 하나님 나라 운동에 초대한다”고 했다.

윤철호 교수는 “성서에서 민중은 이상적 존재가 아니라 양면적 존재다. 민중만의 연대는 스스로 구원을 이루어낼 수 없다”면서도, “안병무 박사님이 존경받은 이유는 민중신학이 한국교회와 세계에 영향을 준 것보다, 군사독재 시기에 고난받은 민중과 연대하며 옥고를 치렀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삶의 모습은 기리고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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