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여전히 정전상황, 전쟁 이후 세대는 무관심
분단과 전쟁에 대한, 기독교 관점의 역사 가르쳐야
바른 신앙 실천할 수 있는 기독 정치인도 길러내야

기독교통일포럼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포럼
기독교통일포럼 7월 월례포럼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반포동 남산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종기 원장(고신총회 통일선교원)이 ‘정전협정 69년,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뒤 참석자들 간의 토론이 진행됐다.

정종기 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는 지속된 평화와 자유로, 남북한이 ‘정전’ 상황인지 잘 모르고 있다. 그들은 전쟁이 잠시 멈췄을 뿐 종결되지 않았음에도 불안한 기색이 없다”며 “북한의 국지적 도발과 핵 위협 뉴스가 도배되지만, 전쟁 이후 세대는 자신들과 직접 관련이 없어서인지 별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MZ세대는 현실에 매우 민감해, 시험과 직장, 살 집에 대한 걱정에 함몰돼 한반도 ‘정전’에 관심이 없다”며 “그렇다고 정전협정이 영원히 지속돼 평화가 약속되고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지금, 정전에 대한 관심이 없는 세대를 따라 정전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정전협정은 총 2년 17일 동안 본 회담 159회, 분과위원회 회담 179회, 참모장교 회담 188회, 연락장교 회담 238회 등을 거쳐 1953년 7월 27일 체결됐다.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상태로 여전히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협 아래 있다”며 “정전협정 체결 69년이 됐지만, 전쟁을 잠정적으로 중지시켰을 뿐 지금의 평화는 온전한 평화라고 하기 어렵다. 한국 기독교는 이러한 가운데 완전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와 통일이 오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서두를 열었다.

정전협정에 대한 일반적 설명 뒤, 그는 “북한은 정전협정문에 한국군 서명이 빠졌으므로 한국은 정전협정의 실질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며 “그러나 당시 국제연합군사령관이 한국으로부터 군 지휘권을 위임받은 상태에서, 16개 참전국 사령관들과 한국군사령관까지를 대표해 서명했고, 정전협정에 따라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에도 한국 대표가 참석해고, 당시 공산진영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한 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전협정과 기독교와의 관련성에 대해 “미국 사회와 교회의 반공산주의 정서는 한반도에서의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6.25전쟁 참전과 지원을 당연시했고, 세계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과 유엔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았다”며 “미국장로교 기관지 「프레스비테이언 라이프」는 미국이 6.25 전쟁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세계교회협의회(WCC)는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즉각적인 유엔 회원국들의 군사개입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정종기 원장은 “1938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독교인 60만여 명 중 70%가 서북 지방에 있었고, 6.25 당시 남한 기독교인의 40%가 피난온 이북노회 소속 교인들이었을 정도”라며 “북한 지역 기독교인들은 소련에 저항했지만 역부족임을 알고 차선책으로 월남을 택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공산주의를 반기독교 세력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정전협정에 대한 기독교의 감정은 전쟁 경험에서 비롯됐다. 손실·파괴됐다고 알려진 교회만 267곳이었다”며 “순교·납치 인원도 230여 명이었고, 교회 전체가 전소된 곳도 있었다. 북한 목회자들은 대다수 강제 연행됐고, 교회 건물은 공산당에 탈취당했다. 북한 기독교인들은 공산주의와 맞서는 과정에서 검거나 투옥, 사망이나 행방불명, 월남 등으로 흩어졌다”고 했다.

그는 “전쟁 발발 초기, 개신교 지도자들이 풍전등화에 놓인 국가를 지키기 위해 ‘기독교 의용대’를 조직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도자들은 국방부와 협의해 모병과 신분증 발급, 기 초훈련 등 기독교인 부대 창설을 위해 상당한 논의를 진행했다”며 “다만 ‘기독교 의용대’ 이름으로 참전하진 못했다. 3천여 명의 의용대원은 북한군의 빠른 남하로 제대로 된 편제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국군 통신대와 미군에 편입된 뒤 전투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인민군과 토착 공산주의자들은 기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멸시했고, 기독교인은 공산주의를 무신론과 사회전복 사상으로 혐오했다”며 “기독교는 공산주의와 싸우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면서도, 평화를 원했다. 그러나 교회는 정전이야말로 침략자인 북한과 소련, 중공에 대항했던 수많은 희생을 헛된 것으로 만들고, 전쟁 패배 자인이자 북한 옹호, 통일 포기로 여기고 반대했다”고 했다.

기독교통일포럼
▲정종기 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포럼
이후 현 상황에 대해 “6.25 전쟁 경험으로 한국 기독교는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고, 철저한 반공 교육을 신앙과 결부시켰다. 이어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사회적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이 반공의 결과로 나타났고, 나아가 공산주와 체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승공(勝共)론이 출현했다”며 “이후 전쟁 미경험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평화가 유지되면서, 반공·승공 대신 평화를 논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종기 원장은 “정전협정은 북한의 적화통일, 남한의 북진통일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북한의 적화통일은 3대 세습을 이어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기조이므로, 정전협정 아래 있더라도 전쟁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정전협정 후 북한은 세기 어려울 만큼 정전협정을 위반하기도 했다. 70년 세월은 정전을 잊게 했고, 분단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원장은 “전쟁의 트라우마 가운데 세월이 흘렀다. 북한은 오늘날 성장이 멈춘 기형적 성인의 모습이다. 기형적 성인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전쟁”이라며 “이런 돌발행동 전에 한국교회는 북한과 평화를 맺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평화협정과 종전협정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지만, 실제로 남북한은 계속된 대치 상황 가운데 있다”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적어도 정부가 못하는 남북 교류와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한 소통을 하고, 이 소통을 통한 변화를 기대하며, 세계 교회와 협력해 전방위적 교류와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며 “여기서 좀 더 고민할 것은 전쟁 없는 평화를 넘어, 성경이 말하는 평화를 연구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학교 성경공부 교재에서부터 성경이 말하는 평화에 대해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종기 원장은 “성경을 배경으로 하는 통일의 핵심 가치는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함이라(엡 1:10)’는 말씀에 있다. 통일을 ‘교회’와 연결짓는 것”이라며 “여기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성도를 지체로 하는 교회다. 한국교회는 지리적·정치적 통일보다 복음통일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정부도 대북 교류를 주도하려 하지 말고, 비정부기구나 종교계에 일정 부분 맡기는 ‘투 트랙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만약 핵을 고집해 핵실험을 하고 전술핵을 보유해 한국 사회를 위협한다면, 교회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사회주의 혁명건설, 평등·집단·획일주의, 사회주의 대가정론, 의식주 등이 남한과 너무 다르고, 김일성주의, 수령론, 주체사상은 남한에서 인정할 수 없는 신념체계이다. 세계관(Worldview) 역시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고, 수령 없이는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이유들로 북한은 남한과 다른 타문화권으로 이해하고 선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정종기 원장은 “한국교회는 전쟁 책임에 대해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분명히 북한의 소행임을 알고, 전쟁 가운데 기독교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전쟁 당사자들에 대한 용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는 정전을 종식하고 평화 혹은 통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종기 원장은 “한국교회는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기도할 뿐 아니라, 실제적인 일도 해야 한다”며 “독일 교회처럼 북한선교를 지원하고, 북한인권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교회 분열을 반성하고, 이념적 사고에서 선교적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정치인과 기독교인의 역할이 다른 만큼, 바른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도 키워야 한다. 요셉과 같은 인물이 나왔으면 한다”며 “교회 안에서 분단과 전쟁에 대한 기독교 관점의 역사를 가르칠 필요도 있다. 공산주의는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으니, 사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진영에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율법주의 선민의식에 빠진 이스라엘과 같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적 가치로 바라본다면 분단은 죄의 결과(이스라엘과 유다의 분단은 솔로몬의 죄 때문)이고, 성전 통합으로 인한 하나 됨 추구, 하나님의 다스림의 회복 등을 말해야 한다”며 “정전을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하나 되게 하려면 예배의 바른 회복, 하나님 나라의 통치 회복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