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받은 감사 담은 편지… “나의 영웅, 고맙습니다”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관련 법 때문에 소식조차 몰라
서신 교류 발판 마련하고 생명 나눔의 자긍심 고취시켜

▲이식인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40통의 편지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이식인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40통의 편지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다시 뛰는 심장, 트이는 숨통. 힘차게 뛰는 심장에 손을 얹고 백 번 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따님께서 주신 소중하고 힘찬 심장 덕분에 저는 엄마가 되었고, 또 다른 조그마한 새 심장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새로운 시작, 새로운 미래’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습니다.”

지난 11월,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본부)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얼마 전 사랑하는 딸을 낳을 수 있도록 자신의 건강을 되찾아준 기증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낸 것이다.

본부는 연말을 맞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장기이식인들의 편지를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는 ‘나의 영웅, 고맙습니다(Thank you, My hero)’ 전시회를 개최한다.

오는 31일까지 본부 홈페이지에서 열리는 온라인 전시회에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장기이식인들이 보내준 40통의 편지와 함께, 장기기증을 통해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는 이식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영상 속에서는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기증을 결심해준 유가족이 등장하여 장기기증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와 감동을 전한다. 또한 이식인들의 편지를 엮어 제작한 책자는 신청을 통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및 이식인 간의 정보공개가 금지되어 있어 서로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없다. 평소 생명을 나눠준 은인에게 고마운 마음조차 전할 수 없었던 장기이식인들은 이번 편지 쓰기 캠페인을 통해 기증인과 유가족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또한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결정을 한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역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증인 유가족의 사진과, 이식인의 편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기증인 유가족의 사진과, 이식인의 편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유가족 분들을 만나서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고 싶은데…”

이번 편지쓰기 캠페인에는 40여 명의 이식인들이 참여했다. 두 번째 인생을 맞이한 이식인들은 본부가 준비한 예쁜 꽃이 그려진 엽서에 자신의 사연과 함께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들을 빼곡하게 적어 보내주었다. 2004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등을 이식받은 이식인들은 입을 모아 ‘생명을 선물해주신 나의 영웅’에게 편지를 통해서나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흔쾌히 캠페인에 동참했다. 또한 장기 이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이식인 중에는 받은 도움을 다시 나누고자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한 이들도 있었다.

9년간 심장이 좋지 않아 약물처방으로 버텨오다 2017년 심장이식을 받게 된 한 이식인는 “장기기증을 받기 전과 받은 후의 삶의 변화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기증자님의 헌신으로 두 번째 새로운 삶을 선물 받게 되어 기증자님과 유가족께 깊은 감사인사를 전하며, 항상 나의 영웅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장이식인은 “나의 천사님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며 “유가족분들을 만나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고 싶은데 연락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고 편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2000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뇌사 장기기증인은 6,000여 명으로 이들을 통해 이루어진 장기이식 수술만 총 2만 3천여 건이다. 기증인과 유가족들의 뜻깊은 결정으로 2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본부는 “숭고한 나눔을 결정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이 진정한 마음의 위로를 얻고, 기적적으로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이 더욱 희망찬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조속히 개정되어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의 삶을 격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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